철학이야기 : 유레카 3
1부. 우주
3장. 우주 시뮬레이션
37. 과학의 천지창조 : 빅뱅 이론 1
(1) 빅뱅(Big Bang)의 순간. 플랑크시대 (시간의 처음 ~10^ -43초)
최초의 우주는 아무도 모른다. 물리적으로 측정 가능한 가장 짧은 시간을 플랑크시간이라 한다.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원리에 따라 계산된, 물리학이 정의할 수 있는 시간의 최소의 시간단위인 플랑크 시간보다 짧은 시간에 대해서는 어떠한 설명도 할 수 없다. 즉, 과학이 측정할 수 있는 최소의 단위는 약 10의 -43제곱초(좀 더 정확하게는 5.399106의 10의 -44제곱초)이다. 이보다 더 짧은 시간은 과학의 접근이 허용되지 않는 시간이다.
이것의 철학적 의미는 우리는 우리 우주가 어떻게 폭발했는지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즉, 빅뱅의 순간부터 10의 -43제곱초까지 과학은 접근불가 통보를 받았다. 가장 중요한 빅뱅의 순간과 그 이유를 과학은 알지 못한다. 이 시기를 플랑크시대라 한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우연히, 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안가고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지만 아무튼 어찌어찌해서 우주가 대폭발 했다고 설명한다. 우주가 현실적으로 존재하는데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고 우주는 존재할 수 없다고 할 수는 없지 않는가?
이석영교수는 양자터널을 지났다는 표현을 쓴다. 양자역학적으로는 우리 상식으로 불가능한 것도 수없이 시도를 하면 확률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나는 우연이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작동된 것이란 결론을 앞 글에서 내렸다. 우리 우주는 거대한 에너지(혹은 에너지로 전환될 수 있는 무엇)가 유입되어 폭발하였으며 누군가의 작동에 의해 급팽창과 급수축이 이루어져 공간과 물질이 생겼다. 우리 우주는 이렇게 프로그래밍 되어있다고 하였다.
우리는 이 최초의 순간 즉, 천지창조에 대한 철학적 해석을 하는 것이다. 두근거리지 않는가? 종교는 이미 태초의 세상이 어떻게 만들어 졌는지 여러 신화를 통해 우리에게 알려주었다.
세상에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빛이 생겨라!'로 시작되는 창세기 히브리인들의 창조 설화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앞에 소개한 중국의 반고신화는 얼마나 아름답고 숭고한가? 위대한 창조자 반고는 자신을 희생하여 우주를 만들었다.
[천지 창조]
과학의 천지 창조와 신화의 천지 창조 사이에는 어떤 다름이 있을까? 그것은 우리가 어느 시대에 살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것은 시각의 문제이다. 모르는 것을 최대한 알려고 하는 인간의 노력은 모두 같을 것이다. 다만 어느 시대의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신화가 되기도 하고, 과학이 되기도 한다. 신화가 생겼을 그 무렵 그 신화는 그 시대의 과학이었다.
반고신화도 그 당시의 중국 사람들이 그들이 본 세상의 현상을 분석하고, 현재의 세상처럼 되기 위해서는 최초에는 이랬을 것이다라고 역추적한 결과물이다. 그 결과가 반고라는 거인신화이고 그 거인의 희생으로 세상과 사람이 만들어졌다고 보는 것이다. 그것은 그 당시 사람들에게는 치밀하고 합리적인 과학적 추론 방법이다.
히브리인들은 세상의 근원을 물로 보았다. 그들은 하늘이 물로 가득차 있다고 생각하였다. 하늘도 파랗고 바다도 파랗고 수평선에는 하늘과 바다가 맞닿아 있고, 가끔 하늘이 열려 물이 떨어진다. 하늘은 바다처럼 물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태초의 세상은 물이었고, 그것이 갈라져 궁창이 생기고, 윗물과 아랫물이 되고, 아랫물이 한데 모여 바다와 뭍이 생겼다. 얼마나 과학적인 추론 방법인가?
과학의 우주창조론인 빅뱅이론도 추론하는 방법은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허블에 의해 현재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되자, 과학자들은 시간을 거꾸로 돌려 우주를 축소하고 축소하여 마침내 한 점을 만들고 그것이 대폭발하여 우주가 생겼다고 생각하였다. 이것이 빅뱅이론의 시작이다.

(2015년 10월. 제주도 협재해변에서. 옛날 히브리사람들은 하늘과 바다가 맟닿이 있다고 생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