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10월 6일 목요일 맑음
막바지다
밤이 끝나간다.
아침에 수매장에 갔더니 밤 출하가 현저하게 줄었다.
값도 떨어졌다.
‘밤 흉년이라 했는데 값이 떨어지다니 ?’
이유는 간단했다.
밤이 줄어들자 농협에서 밤 수매를 오늘부로 중단했단다
그러니까 밤수매를 하는 곳이 자기네밖에 없으니 값을 떨어트린 것이다
그러니까 ‘올테면 오고, 말테면 말아라’ 배짱이다
특이 3800원에서 3000원으로, 대가 2700원에서 2000원으로 폭이 크다.
하는 행동이 얄미웠지만 어쩔 수 없다.
어제까지 주은 밤이 24만원. 마음이 차지 않는다.
밤수매도 이틀에 한 번씩, 그리고 10일까지란다.
급하다.
우리 밤도 거의 끝나가지만 이삭줍기를 해야 한다.
10시 반. 불당골 산으로 직행.
온 산을 돌며 여기저기 떨어진 밤을 한 톨 또 한 톨 식으로 줍다보니, 감질나고, 힘은 들고, 자루는 차지 않는다.
또 늦밤이다 보니 어렵게 주은 밤에 벌레 구멍이 나거나 껍질이 검게 변색되는 등 상품가치가 없는 밤이 많아져 짜증이 솟구친다.
‘이렇게 주워서 얼마나 나올까 ? 그만 주을까 ?’ 꾀도 난다.
그때 장모님 생각이 났다.
장모님은 장날 전 날이면 바쁘게 장날 준비를 하신다.
장날이면 부추며 상추며, 미나리에다 늙은 오이와 강낭콩까지 단으로 묶고 봉지에 담아 장꾼에게 맡겨 팔게 하고, 가져다주는 한 푼, 한 푼 모으신 돈이 얼마라던가 ? 깜짝 놀랐었다.
“시골 생활은 목돈을 만들기 어려워. 조금씩 모아서 큰 돈을 만들어야 해”
하시던 말씀 생생하다.
‘내가 아직 농사꾼이 되지 못했구나.’
지금 줍지 않으면 그냥 썩어버릴 밤이다.
돈 보다도 정성으로 키운 밤 아까워서, 한 톨이라도 더 줍자.
다시 힘을 내서 구석구석을 돌았고, 가파른 산은 기어서 올랐다.
오늘 안에 불당골을 마쳐야 내일 서당골까지 끝내야 한다.
토요일부터는 전국체전에 출전한 운사모 장학생들을 격려하러 충남 일대를 돌아야 한다. 그러니까 시간이 없다.
‘오늘 점심도 건빵으로 때워야겠다’
오후 두시. 배가 고파 허리가 구부러진다.
건빵을 꺼내 씹으며, 물로 불려 넘겼다.
다시 시작. 5시 15분에 불당골을 마쳤다.
광생리 수매장으로 직행. 밤을 달렸다.
9만 3800원
농부의 마음으로 생각하면 적지 않은 돈이다.
장모님 마음으로 생각하면 엄청난 돈일 테고......
그래, 금선탈각(金蟬脫殼)이랬지
매미가 땅 속에서 6년 간 입고 있던 가죽을 찢고 나서 화려한 매미로 다시 태어나는, 자신의 지난 모습을 포기하고 버림으로서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하는 생존방식을 의미하는 말이다.
지난 모습에 집착하여 다가온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은 생존에서 실패한다.
나도 새로운 상황에 긍정적으로 변해야 한다. 진짜 농부로 변해야 한다.
변하지 않는 나는 없다는 생각으로 매일 허물을 벗을 때 새로운 나도 존재할 것이다. 매일 매일 변하자
日新又日新
첫댓글 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