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유일하게 부산에서만 맛볼 수 있고, 부산 사람들이 사랑하는 음식 하면 완당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완당은 중국음식 ‘훈툰’에서 유래를 찾을 수 있는 만둣국의 일종입니다. 중국 사람들이 아침식사로 즐겼다는 완당은 그 이름도 나라마다 지역마다 다른데요. 우리나라 완당은 중국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완탕멘’이 우리나라로 전해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전국 어디에서도 먹을 수 없는 부산의 명물, 완당을 만나기 위해서 남포동 ‘18번 완당집’을 찾았습니다.
1948년도에 고 노한영 옹이 이곳에 ‘18번 완당집’을 열었습니다. 60여년이 흐른 지금, 그의 아들 노상우씨가 대를 이어 2대째 그 맛을 전하고 있는데요. 가게로 들어가 보니, 넓은 식당 한 구석에 조그만 방이 있습니다. 조그만 방엔 아들 노상우씨가 빠른 손놀림으로 완당을 빚고 있는데요. 얇은 밀가루 피에 돼지고기 속을 넣고 완당을 빚어내는 솜씨가 어찌나 빠른지... 1초도 안되어 완당 한 개를 완성해냅니다. 어린시절부터 부모님 곁에서 지켜보다 스무살이 넘어서야 본격적으로 완당을 빚기 시작했다는 노상우씨. 완당 빚는 솜씨가 그야말로 달인의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가업을 이어 2대째 완당을 만드는 자부심이 대단한데요. 아들에게도 대를 이어 3대째 가업을 이어나가고 싶다는 뜻을 전합니다.
추운 날씨 속에 꽁꽁 얼어버린 속을 달래기 위해 가던 길도 멈춘 손님들. ‘18번 완당집’ 으로 발길을 돌리는데요. 제법 넓은 식당이지만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눈이 라도 쏟아질 듯 흐린 날씨 속에 발을 동동 굴렸던 사람들인지라~ 따뜻한 완당 한 그릇이 나오자마자 탄성부터 내지르는데요. 단출해 보이는 완당 한 그릇에… 만찬이라도 받은 듯 함박웃음을 지어 보입니다. 뜨거운 듯 ‘호호’ 불어가며 맛있게들 먹더니, 이젠 아예 그릇째 들고 ‘후루룩, 후루룩’ 마셔버립니다.
맑고 뽀얀 국물 속에 구름처럼 떠 있는 완당. 솜처럼 눈처럼 부드러운 완당을 한 숟가락 먹어보니, 목구멍 안으로 ‘후루룩 후루룩’ 넘어갑니다. 야들야들 후들후들 씹을 새도 없이 얇은 밀가루 피가 목구멍 안으로 넘어가는데요. 목 넘김이 좋은 이 맛에 반해 연신 숟가락질을 하게 됩니다. 거참, 안 먹어본 사람은 몰라도, 맛을 본 사람이라면 완당의 매력에 푹 빠지고 마는데요. 부드럽게 넘어가는 얇디얇은 완당 피가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지는 건지... 먹으면 먹을수록 궁금해집니다.
완당의 맛은 결정짓는 건 아무래도 요 녀석, 밀가루 피입니다. 손바닥 만한 밀가루 피가 얼마나 얇은지 투명한 게 손바닥이 비칠 정도인데요. 밀가루 피를 얼마나 얇게 빚느냐에 따라 완당의 급수가 결정된다고 해요. 이곳에선 전부 손으로 빚어내는데요. 사장님께 특별히 부탁해, ‘완당 피’ 만드는 공장을 살짝 들여다봤습니다. 밀가루가 폴폴~ 날리는 조그만 공장엔 아저씨 세 분이 파이프 관으로 반죽을 밀고 당기며 ‘완당피’를 만들고 있는데요. 완당피 하나를 만들기 위해선 무려 9단계의 과정을 거칩니다.
맨 먼저 밀가루와 물을 섞어 기계로 1차 반죽을 실시하는데요. 5번의 1차 반죽이 끝난 후에, 바로 2차 반죽에 들어갑니다. 파이프에 밀가루 반죽을 감아 얇게 펴고, 또 감고, 누르는 과정을 4번씩 반복해야 0.3mm의 얇디얇은 ‘완당 피’가 드디어 완성됩니다. 아저씨들의 노력과 정성에 저절로 탄복이 나오는데요. 부드럽게 넘어가는 ‘밀가루 피’ 속에는 0.3mm를 향한 아저씨들의 끈질긴 투혼과 집념이 담겨있습니다. 와우~ 정말 대단하죠!!!
부드럽게 넘어가는 완당을 모두 건져 먹은 후엔 그릇째 국물을 들이키는데요. 멸치는 기본이고, 하늘땅의 육해공군(돼지뼈, 소뼈, 닭뼈)이 모두 들어간 육수로 담백한 국물 맛을 내는데요. 깔끔하면서도 시원하니… 마지막 남은 국물 한 방울까지 싹싹 비워냅니다~!
뜨끈한 완당 한 그릇 먹고 나니, 텅 빈 속이 든든해지면서 천지가 내 것인 듯 행복해지는데요. 눈이 올 것 같은 흐린 날에, 완당 한 그릇 하심도 좋을 듯 합니다. 18번 완당집 051)245-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