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라소니라는 동물을 아시는지요?
고양이과에 속하는 동물로, 링크스(lynx)라고도 합니다.
몸길이는 약 90cm, 꼬리길이는 약 20cm가 되는데,
머리는 크고 귀는 삼각형으로 끝에 검고 긴 털송이가 있습니다.
아시아와 유럽에 분포되어 서식하며,
크기는 호랑이보다 작지만 생김새는 호랑이 비슷하게 생긴 동물입니다.
그런데 평안도에서는 이런 정통한 의미의 스라소니가 아닌,
다른 뜻을 가진 말로써 시라소니라는 명칭이 쓰이고 있습니다.
말썽을 피우는 사람, 자기 일을 제대로 못하는 사람,
못난 사람을 시라소니라고 부른답니다.
혹은 사투리가 더 심하게 되어 히라소니라도고 하지요.
히라소니 별명을 가진 협객(?)은
"야인시대"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통해서 익히 귀에 익으실 것입니다.
이런 시라소니라는 평안도 사투리에는 호랑이새끼를 일컫는 또 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평안도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이야기로,
어미호랑이가 새끼를 낳으면 어느 정도 키우다가
깎아지른 천길 낭떠러지에 물고 가서 떨어뜨리고
그 중 절벽을 기어올라 어미에게 이르는 놈만 데리고 가서 기른다고 합니다.
강인한 새끼 호랑이만 키워야 냉철한 적자생존의 밀림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어미 호랑이의 본능적인 행동이랍니다.
낭떠러지에 떨어져 기어오르지 못하는 새끼호랑이는
거의 그 자리에서 죽거나 다른 짐승의 공격을 받아 죽게 되는데,
떨어져 기어 올라오지 못해 버림받은 호랑이새끼를 일컬어 시라소니라 한답니다.
즉, 버림받은 못난 호랑이 새끼가 시라소니인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버림받은 새끼 중 살아남는 것이 있다면
어미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혼자 생존을 위하여
수많은 실전 싸움을 싸워 이기며 성장하기 때문에
큰호랑이로 성장했을 때는 산천초목을 포효하는 백수의 왕이 된다고 합니다.
텔레비전의 야인시대에 등장하는 본명이 "이성순"인 분을
당대의 사람들이 히라소니라 부른 것은,
이분이 바로 살아남은 호랑이새끼 시라소니 같다는 의미입니다.
시라소니-.
낭떠러지 밑에서 살아남아 어미의 도움 없이 백수의 제왕이 되는 동물.
25년 전 즈음에 단대장이 다른 지역대를 하고 있을 때에,
“시라소니 과정”이라는 겨울고행과정을 매년 겨울에 실시 하였습니다.
2박3일의 과정이었는데, 그 훈련과정에는 몇가지 원칙이 있었습니다.
첫째, 100킬로미터를 자신이 필요한 동계야영장비를 모두 배낭에 지고 걸었습니다.
미국 스카우트의 과정 중에 50마일하이킹 과정이 있습니다.
대략 80킬로미터 쯤을 걷는 것인데,
대한민국 스카우트는 그보다 더 심도있는 과정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100킬로미터 행군을 하게 하였습니다.
(믿으시거나 말거나 그 당시 허리 사이즈 28인치였던 단대장도
대원들과 똑같은 훈련을 시라소니 과정 때마다 함께 하였습니다.)
둘째로, 과정 기간 중에 대장의 허락 없이는 절대로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첫째날 행군은 전혀 말을 못하게 하였고,
둘째날부터는 부분적으로 훈련상황에 따라 말을 하게 하였지만,
미국스카우트의 The Order of the Arrow 의
침묵과정(Silent Training) 수준을 능가하는 훈련이었습니다.
나중에 이런 과정을 끝내고 대원들에게 물어보면,
말을 못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대답하더군요.
셋째로, 취사는 자연환경을 이용한 야외취사를 하였습니다.
첫째날은 물 이외는 아무 음식도 먹지 못하게 하였고,
둘쨋날부터는 서바이벌 야외취사를 하게 하였습니다.
짚단과 나뭇가지들을 주워모아
돌멩이 위에 계란후라이, 모닥불 아래에 감자구이 등등...
넷째로, 여름도 아닌 겨울에 비닐 한 장씩 내어주고 비박을 시켰습니다.
모든 대원들에게 종이 한 장씩 내어주고,
얼어죽을지 모른다고 유서를 쓰게 하였습니다.
혹시 죽더라도 심상호 대장 책임 아니다, 내가 좋아서 이런 고행과정에 입소했다,
그러니 어머니, 아버지께서는 심상호 대장에게 책임을 묻지 마라...
대원들 생각에, 이크 이거 진짜 동태가 되어 죽을지도 모르겠구나 - 하는 생각이 들면,
비닐 한 장에 침낭 하나만 있어도 절대로 얼어죽지 않는다는 것을 그때 알았습니다.
그런 고행과정을 끝내고 3월이나 4월 쯤, 즉 3개월 쯤 뒤에 그 유서를 본인에게 돌려주면,
자신이 쓴 유서를 읽으며 대원들이 감동하는 표정은 말이나 글로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다섯째, 그런 혹독한 추위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스카우트 매듭법, 신호법, 야외취사법, 측정법 등을 배우고 가르쳤습니다.
손이 얼어서 제대로 매듭을 맬 수도 없는 상황에서도
스카우트 기능은 철저히 과정 속에서 하도록 하였습니다.
이런 시라소니 과정을 지금의 대원들에게 실시하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 2박3일은 커녕 반나절도 안되어서 모두 탈락하고 말 것입니다.
스카우트 운동의 창시자인 B.P.경의 말씀대로,
스카우팅은 복잡한 학문이 아닙니다.
그저 소년들과 즐기는 단순한 게임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단순히 즐기고 마는 게임이 아니라,
궁극적인 목표는 교육이라는 것입니다.
여타 청소년단체 혹은 다른 스카우트 대에서는
대원들을 즐겁게 해주는 프로그램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다시금 강조하지만 스카우팅은 게임이기 때문에 우선 즐거워야 합니다.
하지만 교육은 즐거움 속에서 반드시 이루어져야 합니다.
백호 여름가족야영을 다녀왔더니 즐거웠다 - 라는 이야기도 들려야 하지만,
그보다는 백호 여름가족야영을 다녀왔더니 보람 있었다 - 라는 이야기가 들려야 합니다.
꼭 야영 뿐만이 아닙니다.
모든 스카우트 활동은 재미를 통하여 반드시 보람을 느껴야 합니다.
재미만으로 끝나는 스카우트 활동은 백호스카우트에는 없습니다.
그저 대원들이 하자는 대로, 혹은 대장들 편안한 대로 놀다오는 스카우트 활동은
참된 스카우트 활동이 아닙니다.
스카우트 활동 속에서 변화하는 대원들의 모습을 보는 것이
스카우트 지도자들의 궁극적인 보람이고 기쁨이 되어야 합니다.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학교수업과 학원수업으로 지쳐 있는 스카우트 대원들에게
심신의 피곤함을 풀어주는 정도의 가벼운 즐거움을 주는 청소년 활동을 원하신다면,
백호스카우트는 번지수가 틀린 활동장입니다.
백호스카우트는 대원들에게 즐거움 속에서 보람을 느끼는,
제대로 된 스카우트 활동을 하는 곳입니다.
조금 힘든 과정을 한다고 안쓰럽게 보시는 학부모님들이 계시다면,
다시금 말씀 드리지만 백호스카우트는 그런 학부모님들이 원하시는 지역대가 아닙니다.
백호스카우트에서는 자신 앞에 놓인 과제들을 스스로 풀어가면서,
힘든 과정들을 스스로 극복하는 스카우트 대원으로 성장시키는 지역대입니다.
온실 속의 화초처럼, 늘상 시설 좋은 야영장에서,
좋은 잠자리, 좋은 반찬 먹어가며 즐겁게 놀다가
집에 돌아오면 모두 잊어버리는 그런 놀이집단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적어도 백호스카우트의 지도자들은,
백호스카우트 대원들이 변화하며 성장하는 것을 보면서 보람을 느끼는
동일한 철학을 공유하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엄마아빠만 의지하는 나약한 대원들이 아니라,
시라소니처럼 혼자서 스스로의 가정생활, 학교생활, 사회생활, 스카우트생활을
꿋꿋하게 헤쳐나가는 대원들로 변화하기를 바라는 지도자들 집단이
바로 백호스카우트 지도자들입니다.
자기 혼자만 아는 이기심 많은 학생,
그저 공부만 잘하면 제멋대로 행동해도 용서가 되는 학생,
예의 없는 학생, 질서없는 학생, 공동생활을 못하는 학생 등등,
이러한 학생들은 우리 백호스카우트 대원들의 모습이 아닙니다.
비록 처음에는 천방지축 호랑이새끼같은 모습이었을지라도,
낭떠러지 밑에서 스스로의 삶을 개척해서 백수의 제왕이 되는 시라소니처럼,
백호스카우트의 모든 대원들은 늘 즐거운 스카우트 생활만을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돌아서면 잃어버리는 즐거움보다는,
힘들더라도 평생을 통해서 보람을 느끼는 스카우트 활동을 할 것입니다.
이런 철학과 가치관을 갖고 어제 저녁에도 훈육지도자들이 긴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백호스카우트의 대원들은 모두 낭떠러지에서 스스로 기어올라오는
시라소니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어느 날인가, 우리 백호스카우트 출신의 모든 대원들은
제대로 훈련된 범스카우트로 변화되어 있기를 바라는 것이 대장들의 마음입니다.
이런 백호스카우트의 방침을 이해하셔서 학부모님들께서도 적극 협조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이제껏도 백호스카우트 지도자들을 믿고
자녀들을 맡겨주신 학부모님들께 정말 최선을 다하는
백호스카우트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이제 백호스카우트가 시작된지 불과 3개월 되었습니다.
5월의 서바이벌 캠프, 6월컵스카우트 야영, 대집회와 각종 행사,
그리고 6월 말의 보장훈련과 7월 여름가족야영을 통해서
시라소니를 호랑이로 변화시키는 조련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짧은 기간이지만, 이미 백호스카우트 대원들은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백호스카우트의 모든 대원들이 스스로 변화하면서,
멋진 호랑이 제왕이 되려면 앞으로도 많은 노력과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겠지요.
스카우트 역사의 신화를 다시 쓰는 기분으로,
백호스카우트 훈육지도자들은 처음 마음 끝까지-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백호스카우트 지도자 여러분, 그리고 대원 여러분,
사랑합니다!!!
단대장 심상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