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서는 종교에 대한 부정적인 모습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개신교계의 사기ㆍ횡령ㆍ성추행 등의 사건들이 다시 거론되고 있으며 언론들이 호의적인 접근을 했던 가톨릭계에서도 횡령, 비리사건이 들춰지고 있다. 사이비종교 논쟁이 재론되는 한편 미망에 빠져들게 하는 사이비종교와 그를 모방한 해악과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본지는 몰매를 맞고 있는 종교계의 현실을 드러냄으로써 곪아있는 상처를 터트리고 치유하기 위해 기획특집을 마련한다.
돈과 권력으로 타락․ 부패하는 종교, 종교간 종교내 갈등의 재연, 사이비를 비난하며 자신도 사람들을 미혹하는 사이비로 전락하는 종교 등 세 파트로 나누어 현재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는 종교의 모습을 추적해 본다. 기획특집 시리즈 ‘종교의 어두운 뒷골목 3題’는 2. 종교간, 종교내 갈등: “신앙심 내세우면 권력, 금력다툼도 합리화” 3. 사이비의 미망과 현혹: “사람에 해를 끼치면 사이비다”로 이어집니다. (자매지 범종교신문에 게재된 것을 전재합니다.)
비종교인보다 윤리적이지 못한 종교인, 특히 종교지도자들의 행태가 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다. 종교계가 여타 정치․ 경제․ 사회 분야보다 감시체계가 미비하고 종교조직 내의 비호로 인해 타락과 부패가 만연되고 있으며 돈과 권력의 맛을 본 종교인들의 도덕의식이 약화됨을 읽을 수 있다.
이런 상황은 대검찰청 범죄분석 통계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승려ㆍ목사ㆍ신부 등의 범죄가 해마다 늘고 있으며 특히 폭력ㆍ강간 등과 같은 강력범죄가 늘고 있어 종교인들의 도덕적 타락이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주고 있다.
통계 내용을 분석한 결과 형법ㆍ특별법 사범 중 직업이 종교인에 해당하는 건수는 2007년 4,413건, 2008년 5,123건, 2009년 5,409건, 2010년 6,809건이었다. 많게는 1,500여건의 범죄가 계속 늘어나는 것이다. 전체 범죄의 20%는 폭력이며 사기나 강간, 성매매, 청소년보호법 위반 등도 많다. 강간의 경우 2007년 43건에서 2008년 59건, 2009년 71건, 2010년 94건으로 전체 범죄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해마다 늘고 있다. 성매매와 마약 범죄도 매년 10~20건 정도 발생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종교현황 통계에 따르면 전국에 직업이 종교인으로 등록된 수는 약 38만명이다. 따라서 종교인 56명 중 1명이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셈이다. 종교인 수가 다소 거품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범죄를 저지르는 비율은 훨씬 더 높을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지난 2011년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5인 이상 단체 소속 '성직자 및 종교 관련 종사자'로 분류돼 있는 이는 2만 3,194명에 그친다.
솜방방이 제재로 비리 무감각해져
종교계에서는 자체적으로 비리를 저지른 성직자들을 추방하고 있으나 교계 풍토상, 비호 혹은 느슨한 제도를 이용해 성직자 행세를 유지하거나 면피하고 있다.
불교닷컴에 따르면 조계종에서 ‘멸빈(영구 제적)’된 승려는 300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교닷컴 관계자는 “제적(승적에서 삭제)된 승려와 다른 종단까지 포함하면 파계승의 수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찰에서 쫓겨난 파계승 대부분이 여전히 현실세계에서는 승려로 활동하고 있다.
종단 추방, 승적 박탈 등 최고 징계를 받더라도 총무원 등에서 공직을 맡지 못할 뿐 승려 생활에는 지장이 없다는 게 조계종 관계자들의 공통된 이야기다. “징계를 받으면 ‘암자에서 좀 쉬면 된다’는 생각을 하는 스님들이 있을 정도”라는 것. 또한 사법부 역할을 하는 조계종 호계원은 “반대파를 제거하는 수단으로 호계원의 징계가 활용될 수 있다”는 공정정 논란이 제기된다. 검찰 역할을 하는 호법부도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 호법부는 2008년 승려 30여명이 필리핀에서 도박과 바라이죄(음행)를 저질렀다는 첩보를 입수해 조사했지만, 각 교구에 “공무 외의 해외여행을 자제하라”는 공문을 보내는 것으로 종결짓는 등 솜방망이 제재를 한다.
범죄를 비호하는 교계풍토, 복귀 상례화
현재 국내에 있는 승려는 2만~3만여명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들의 멸빈 여부에 대한 정확한 파악은 어려운 상황이다. 불교닷컴 관계자는 “한국불교종단협의회에 등록된 공식 종단이 27곳”이라며 “조계종 등록 승려가 1만2000명, 태고종 4000명, 천태종 및 진각종 1200명, 나머지 종단이 수백명 수준”이라고 했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 관계자는 “사찰이 1만여곳에 달하는 데다 종단 역시 100여곳으로 난립해 국내 승려의 수 역시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관계자에 따르면 성직자 자격을 박탈당하고 평신도로 환속된 신부는 현재까지 200명 정도다. 주교회의 관계자는 “교부별로 중대한 잘못을 저지르면 성직을 면하게 한다”면서 “이 같은 일은 아주 드물게 일어나는데 국내 교부 16곳마다 연간 1명 이하로 발생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현재 국내 성당 수는 1647곳에 이른다. 성직자는 추기경 1명을 포함해 주교 34명, 한국인 신부 4455명, 외국인 신부 166명 등 모두 4655명에 달한다.
천주교 역시 내부 비호로 부정 성직자를 감싸는 경향이 있다. 최근 ‘매일신문’ 사장이자 천주교 대구대교구 소속 사제인 이창영(50) 신부가 과거 ‘가톨릭신문’ 사장 시절 소년소녀가장 돕기 기부금 등 6억원대의 회삿돈을 빼돌려 임의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다시 제기됐다. 의혹을 제기한 가톨릭신문 후임 사장 신부는 2011년 8월 ‘휴양신부’로 인사조처됐다. 아무런 직책을 맡기지 않는 휴양신부 발령은 신부 자격을 박탈하는 면직 바로 전 단계이다. 반면 이 신부는 2005년부터 4년 동안 가톨릭신문사 사장을 맡은 뒤, 횡령 의혹에도 불구하고 곧바로 매일신문사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신부는 조환길 대주교의 측근으로 꼽히는데 그러한 권력 역학이 작용했다는 의구심도 자아내고 있다.
기독교의 경우 상당수 목회자가 비리와 부정, 윤리적 결함 등의 이유로 자격을 박탈당하고 있지만, 목회자 신분을 박탈당한 실제 인원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관계자는 “국내에 69개 교단의 목회자 수가 약 12만~13만명으로 추산된다”며 “매년 변동되는 인원이 많아 도중에 이탈하는 목회자 수를 파악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면직을 당하고도 편법 혹은 쌓아놓은 경륜을 바탕으로 성직 활동을 유지하는 게 상례화됐다. 최근 교회 재정을 횡령하고, 교인들에게 11억 원을 빌려 상습 도박을 일삼아 면직 당한 목사가 면직 처분한 교단을 탈퇴하겠다고 나섰다. 그는 지난 2003년부터 8년 동안 700차례가 넘게 정선 카지노를 출입, 11억 여 원을 탕진했는데 법원으로부터 징역형을, 교단으로부터는 면직 처분을 받았다. 이 교회는 최근 임시당회를 열어 면직 목사를 두둔하며 교단 탈퇴까지 결정했고, 유지재단을 상대로 교회 재산 소유권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교단이 자신들의 개교회 주권을 침해했다는 이유에서다. 교인 상당수가 려준 돈을 돌려받기 위해 목사직 유지를 도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신도 성추행 논란으로 삼일교회를 사임했던 전병욱 목사가 바로 홍대앞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교회를 개척했다. 전 목사는 2010년 7월 '부덕한 행위를 한 사실을 인정한다'며 당회에 사임했으며 ‘사임한 뒤 2년 이내에, 그리고 수도권 지역에서는 개척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일교회측은 13억여원의 전별금에는 2년여의 생활비가 포함돼있다고 했다. 그러나 젊은이 선교에 큰 영향력을 끼쳤던 전 목사는 그 경륜을 바탕으로 다시 전면에 등장함으로써 논란을 일으킨 것이다.
커지는 종교권력, 자질없는 성직자
종교인들은 이러한 종교계의 부패와 타락의 원인으로 ▲감시감독 장치 부족 ▲사찰ㆍ교회 권력의 대형화ㆍ정치화 ▲ 자질 부족 성직자 양산 등을 꼽고 있다.
종교권력이 정치권력화 된데다 각종 금전적 이권의 규모가 커지면서 비대해진 종교조직이 이를 놓고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종교계가 국민적 감시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탓에 일부 성직자들이 부도덕한 언행을 해도 제재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회전반에 음주와 도박과 같은 유흥문화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으며 자질없는 성직자들이 유흥문화를 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종교계가 스스로 몸집을 줄이고 자질이 부족한 종교인들을 솎아내야 되며 종교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도 엄격해져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그래야 "종교인들이 초월적 진리를 쫓는 종교의 목적을 되새기고 세속화를 지양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아무리 인적 쇄신이나 조직개편을 해도 임시방편일 뿐 종교계 내부에서 오래된 악습을 떨쳐내는 근본적 개혁과 자정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충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