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에 연재를 재개하면서 폰트를 맑은고딕에서 나눔고딕으로 바꿔서 올려드렸는데요,
이 폰트가 깔려있지 않은 컴퓨터에서는 굴림체로 뜨더군요ㅜㅜ 굴림체 그켬
그래서 이번 편부터는 다시 맑은고딕체로 바꿔서 올릴까 합니다. 기존 15~26편도 시간 나는대로 수정하겠습니다! ^^
(2014.10.7 현재 17~19편을 제외하고 수정 완료. 이쪽은 글을 완전히 들어냈다가 다시 올려야 할 듯 해서...)
그럼 여행기 27편 시작하겠습니다.
혼슈부터 시작된 길고 긴 각역정차 끝에 후라노에 도착했지만, 아직도 끝이 아닙니다.고만해 이 미친놈아!
잠시나마 후라노 시내를 둘러보았지만 오늘의 메인 일정은 후라노에서 30여 분 남짓 떨어진 비에이에서 있거든요. ^^;
이번이 정말 마지막입니다. 조금만 더 분발해서 짧은 구간이지만 각역정차를 해봅시다.

[사진 856]
후라노역으로 돌아왔습니다.
구름다리를 건너 승강장으로 이동하는 중인데요, 아까는 못 보던 열차가 들어와 있습니다.
네무로본선을 운행하는 열차로 보이는데요 그냥 원맨도 아니고 쾌속원맨이라니.
보통 쾌속이라 하면 대도시권에서 8~10량의 기다란 열차가 승객을 하나 가득 태우고는 좔주속달운행을 하는 것부터 떠오르는데
단칸방에 노롯코열차가 어울릴법한 모습에 쾌속이라니 뭔가 매치가 안 되는 조합 같습니다. ㅎㅎ;;;;

[사진 857]
제가 탈 열차는 그 옆에 있는 키하150형입니다. 아사히카와까지 운행하는 원맨열차이지요.
홋카이도의 도색이 워낙에 은은한 색상이라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여기 후라노선 열차만은 연둣빛이 아닌 연보랏빛 띠를 두르고 있는데요, 이는 매년 여름이면 만개하는 라벤더를 상징합니다.
너른 들판 사이로 만개한 라벤더와 함께하는 로컬선여행, 말로만 들어도 설레지 않나요?
비록 시기는 많이 지났지만^^;;;;;;; 한 번 출발해 볼까요?

[사진 858]
시간표를 클로즈업해 보았습니다. 통과하는 역이 제법 많군요. ^^; 덕분에 비에이까지는 중간에 세 역만 정차합니다.
그리고 비에이 전 역인 비바우시역에서는 대피가 있는지 6분간 정차하는군요. 이때를 잘 이용하면 괜찮은 사진을 건질 수 있을 것 같은데요. ㅎㅎㅎ

[사진 859]
왼쪽 차창으로는 야트막한 후라노니시산의 끝자락이 보입니다.
완만하면서도 울창한 삼림으로 둘러싸인 모습이 친근하면서도 포근하게 느껴집니다.

[사진 860]
미처 찍지는 못했지만 현재 나카후라노에 정차중입니다.
빨간 구름다리를 건너 길을 쭉 따라가다 보면 히노데공원이 나타나는데요, 후라노에서 처음으로 라벤더를 재배한 곳이라고 합니다.
아이노가네라고 해서 사랑의 종이 유명한데요, 매년 여름 라벤더 축제 기간에 이곳에서 결혼식 이벤트가 있다고 하네요.
청명한 하늘, 넘실대는 파스텔 톤 산자락 사이로 울려퍼지는 종소리와 함께하는 사랑의 맹세라니, 너무나도 낭만적이지 않나요^^

[사진 861]

[사진 862]
시선을 오른쪽으로 돌려보니 깎아지른 듯 조각 같은 산세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습니다.
다이세츠산에서 도카치 산으로 이어지는 커다란 산맥의 일부인데요, 지금까지의 보드라운 느낌과는 사뭇 다릅니다.

[사진 863]
다시 분위기가 바뀌었지요? 사실 양쪽 방향을 번갈아가면서 찍고 있었습니다. ^^;;;;;;;
여느 철덕후처럼 전면 조망을 찍을 것처럼 맨 앞에 서서는 양쪽을 신나게 와리가리했는데요 이쪽이 더 덕후냄새가 날라나 ㅋㅋㅋㅋㅋ 그냥 덕후와는 다르다!! 그냥 덕후와는!!!

[사진 864]
7월쯤에 찾았더라면 오색빛깔의 라벤더가 만개하면서 강렬한 인상을 자아냈을 텐데 지금은 모두 지고 은은한 빛깔만이 남았습니다.
다소 평범한 모양새가 되었지만 이것도 이것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습니다. 좀 더 포근하고 편안한 느낌 ^^;

[사진 865]
차창 밖 풍경을 열심히 담는 사이에 열차는 어느덧 마지막 통과역인 니시나카역을 지나고 있습니다.
플랫폼 모양새만 보고는 이 앞에 있는 라벤더바타케 임시역인 줄 알고 그 쪽 이야기를 쓰려고 했더니 ㅠㅠㅠ
니시나카역은 생긴 모양은 마치 임시역처럼 생겼지만 일부 열차가 통과할 뿐 임시역은 아닙니다.

[사진 866]
곧이어 도착한 역은 카미후라노역입니다.
역 이름에 ‘후라노’가 들어가는 만큼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라벤더 밭이 펼쳐진다고 합니다.
주변으로 시가지가 형성되어 있으며, 이용객은 2006년 기준 339명

[사진 867]

[사진 868]

[사진 869]

[사진 870]
단칸방 꼬마열차로 비에이를 향해 느릿느릿 움직이고 있습니다.
후라노를 벗어나 비에이에 점차 가까워지고 있지만 라벤더가 지고 나서 찾아와서 그런지 풍경이 그리 크게 차이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사진 871]
우리 열차는 곧 비바우시역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6분 간 정차를 한다는 건 미리 봐뒀습니다. 잠시 열차 밖으로 나가볼까요?

[사진 872]
하늘에 구름이 많긴 하지만 파란 하늘을 완전히 가리지는 못합니다.

[사진 873]
소박한 역 건물이 들어서있는 비바우시역입니다.
사실 홋카이도에서 이렇게 멀쩡한 역 건물이 있는 경우가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컨테이너는 물론 폐객차를 활용하는 곳도 꽤 많으니까요.

[사진 874]
건너편 열차가 아직 들어오지 않는 틈을 타서 얼짱각도(...)를 위해 후다닥 건널목을 건너가서는 전방 표적을 향해 쪼그려쏴를 ㅎㅎㅎ

[사진 875]
이쪽은 저희가 왔던 후라노 방향입니다.
제법 급한 곡선으로 되어있는데요, 1~2량의 짤막한 열차에게 곡선구도는 그다지 어울리는 조합은 아닙니다.
얼마간 시간이 지나자 곧 경쾌한 건널목 경보음이 들려옵니다.
반대편 열차가 곧 들어오려는 모양인데요, 후다다닥 앞으로 돌아가 아까 재 본 구도를 맞추고 카메라를 들이밀어 보았습니다. 과연 그 결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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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877]

[사진 878]

[사진 879]
이번에는 성공입니다. ^^
그동안 닉값 제대로 하는 후지 덕분에 딮빡을 한두 번 한 게 아니었는데(...) 다행이도 이번에는 무사히~~~
다만 다음번에는 라벤더와 함께 열차를 담았으면 하는 소망이 ^^;;;;

[사진 880]
다시 열차를 타고 마저 이동해봅니다.
비바우시~비에이 구간은 구배가 제법 있었는데요, 이렇게 찍고 보니 무슨 롤러코스터 같군요. ㅎㅎ

[사진 881]
드디어 비에이역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구름다리 양 옆으로 나 있는 첨탑이 인상적입니다.
[사진 882]
삿포로에서 비에이면 크게 먼 거리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사이에 역이 꽤나 있는 듯합니다. 36개의 역을 더 거쳐와야 하는 것을 보면...

[사진 883]

[사진 884]

[사진 885]

[사진 886]
열차는 별다른 기다림 없이 곧장 출발하였습니다.
비록 라벤더는 지고 없지만 여전히 알록달록한 산자락이 꽤 매력적입니다.

[사진 887]
비에이역 건물은 무슨 보수가 있었는지 구조물을 잔뜩 쌓아놓고 있습니다.
건물 자체는 신축한 지 얼마 된 것 같아보이지는 않는데 말이죠.

[사진 888]

[사진 889]
이번 여행에서 꼭 하고 싶었던 것 중 하나인 비에이에서의 하이킹을 목전에 두고 있어서 역에 내리면서부터 이미 설레임이 가득했었는데
가을의 청명하고도 높은 하늘과 유럽의 어느 작은 시골 역을 연상케 하는 모습을 보니 더더욱 부푼 마음을 안고 가게 됩니다. ^^

[사진 890]
비에이 역 건물 자체도 알고 보면 꽤나 매력 있습니다.
자재부터 비에이초 주변에서 채굴되는 비에이 연석을 사용했다고 하는데요, 모양새도 멋이 있어 각종 CM이나 뮤직비디오 등에도 등장했다고 합니다.
[사진 891]

[사진 892]
역 건물만 그런 줄 알았는데 시가지 또한 이국적인 모습입니다. 마치 독일의 작은 마을같이 뾰족뾰족한 지붕의 건물들이 눈에 들어오는군요. ^^
전날 밤 요시노야 이후로 제대로 된 밥도 못 먹었는데요미숫가루로 본의 아니게 다이어트중ㅡㅡㅋ 내 이럴까봐 미리 맛집을 알아왔드랬지요 ㅎㅎ
위의 사진처럼 두 세 개의 식당이 주욱 늘어서 있는데요, 메뉴도 다양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커리, 돈가스, 소바 등등

[사진 893]
그 중에서도 저는 소바를 골랐습니다. 제가 면요리라고 하면 사족을 못 써서... ^^;

[사진 894]
여기는 돈가스소바로 유명하다고 하는데요, 그냥 텐동은 많이 봤어도 이런 메뉴는 처음 보네요. ㅎㅎㅎ
개인적으로 사족을 못 쓰는 누드누들, 그리고 환장을 하는 튀김의 조합인데요, 역시나 굿굿
다만 밥이 아닌 국물이다 보니 시간이 지나다보면 튀김이 눅눅해지고 국물도 점차 기름이 둥둥 뜨기 시작하는 건 어쩔 수 없는 듯 ^^;
다음 편에서 계속됩니다.
첫댓글 이번편은 여행기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네요 ㅜㅜㅜ잘봤습니다!! :)
다음 편에서 본격적으로 비에이의 전원 풍경이 나타납니다.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네요. ㅎㅎ 감사합니다!
역시 9월 후라노-비에이의 매력은 황금 들판, 광대한 다양한 농장의 식물 색채들과 멀리 병풀처럼 있는 산맥과 하믈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절정인 것 같습니다. 단순히 민둥산이 아니고 뾰족한 봉우리를 갖는 높은 해발 고도의 산들이 주욱 늘어서 있는 장관 인 것 같습니다. 만일 구름이 낮게 깔리면 이 장관은 보기 어려울듯 싶습니다. 아울러 이 구간은 토롯코 열차 운행이 연상되는데, 날닭님께서 가셨을 때에는 창문이 없는 개방형 토롯코 열차 운행이 없었나 봅니다. 특히 키하 150형 열차는 유리창들이 코팅이 되어 있는 것 같은데 주변 연선이 선명한 채색으로 촬영되는군요. 비에이역에서의 철도 풍광은 포토 콘테스트 입상 감 같네요
라벤더 덕분에 여름이 가장 유명하지만 사실 언제 찾아도 그 계절만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습니다. 눈으로 소복히 덮인 겨울날 언덕사진도 참으로 그림같더군요. ^^ 무엇보다 날씨가 도와주어서 더더욱 만족스러운 풍광을 감상했던 것 같습니다. 토롯코열차가 있었더라면 좋았겠지만 -정확히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만-9월에는 주말에만 운행을 하는건지 아니면 8월에 완전히 마친건지 제가 갔을땐 운행하지 않더군요. 조금은 아쉬웠지만 느릿느릿한 키하150형만으로도 제법 만족스럽게 감상했던 것 같습니다. ^^
명칭이 토롯코 열차가 아니라 노롯코 열차 아니었던가요?
참, 궁금했었던 것이 있었는데 JR 이용객을 대상으로 비에이 구간을 찍고 찍고 하는 식으로 운영되는 버스(사전 예약)이용은 JR Pass 이용자 한정이고, 청춘 18 티켓이나 북해도 & 동일본 패스 사용자들은 (유료로라도) 이용할 수 없는 교통수단인가요?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내용이네요..
명칭은 제가 헷갈렸나봅니다. ㅎㅎ 버스는 저 역시 아는 바가 없어 뭐라고 답을 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날닭 네, JR 북해도 홈페이지의 Contact Us에 메일을 보내놓은 상태입니다. 아마도 우리나라 처럼 빠른 답변을 기대하긴 어렵겠습니다만, 답변이 온다면 뭔가 애매한 것이 정리되는 점은 있을 것 같네요. 버스로의 둘러보기는 주요 코스를 편히 앉아서 골고루 둘러볼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머무르는 구간별 시간이 다소 짧아 뭔가 생각하고 느끼려고 하면 버스에 다시 올라야 하는 단점은 있는 것 같습니다. :) 비에이-후라노 프리티켓도 있고요. 다니는 수단은 다양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