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신임 성가대 지휘자 김민 예레미야 입니다.
아름다운 찬양과 전례음악을 위하여 성가대와 함께 충심을 다하여 임하겠습니다.
성공회대학교와 세실대, 성가대 연수 등에서 강의했던 성공회 음악 관련 내용들을
읽으시기 쉽게 단락을 나누어서 올려봅니다. 편안히 읽어주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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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왜 성공회에서는 감사성찬례 중 신부님과 교우들이 번갈아가며 노래로 기도문을 부르실까요???
1. 초기 기독교 공동체가 처음 형성이 되면서 고대 유대교의 예배전통으로부터 자연스레 영향을 받게 되고,
유대교 회당에서 시편과 성시를 노래로 말하듯이 낭송하던 관습이 그대로 들어오게 되는데
이를 칸틸레이션(Cantillation) 형식이라고 하고 곡조를 낭송음(Reciting tone)이라 합니다.
2. 예배 예식문과 기도문을 노래로 읊조리는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학설이 전해지는데
곡조가 있는 기도를 하느님이 특별히 좋아하시고 즐겨 들으실거라는 고대인들의 신념에서 비롯되었다는 설과
규모가 크고 울림이 있는 회당/성당에서 기도문을 회중에게 잘 전달하기 위해서라는 설 등
이 두 가지가 가장 유력합니다.
3. 이렇게 초대교회에서 시작된 단선율 찬송은 그리스도교가 유럽 대륙으로 퍼져나가면서
각 지역마다 독특한 성가로 발전됩니다. (암브로시오, 갈리아, 비잔틴, 아르메니아 성가 등등)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지역별로 전례문과 찬송이 너무 난립하게 되어 도저히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리죠.
4. 이러한 상황을 보다 못한 교황 그레고리오 1세(540~604)는 서유럽 각 지역과 교구의 찬송들을 수집하기 시작하고,
교회력과 전례에 맞게 분류하여 최초의 전례성가집인 안티포나리움(Antiphonarium)을 출판합니다.
지금처럼 악보와 음표가 있던 시절이 아니라서 가사위에 음의 오르내림, 높낮이만 표시 하였답니다.
5. 597년 성 어거스틴 수사가 교황 그레고리오 1세의 명으로 영국 선교사로 파송되고
초대 캔터베리 대주교로 승좌하게 되는데 이때 그레고리오 성가도 함께 들어오게 되고
영국 각 지역에 교회음악 교육기관을 세우고 성가를 가르치기 시작합니다.
이 시기부터 종교개혁 전까지 영국의 성당에서 전통곡조와 낭송음으로 미사와 전례를 집전하게 되지만
11세기 전까진 교구와 지역간 일치된 규정이 없고 엉망으로 부르는 신부님들도 계셔서 혼란스러웠죠.
6. 1078년, 이러한 상황을 또 보다 못한 솔즈버리 교구장 오스먼드 주교가
영국 각 지역에서 멋대로 불려지고 있던 전례곡조들을 다시 수집하고 당시 잉글랜드 지역 전례문에 맞게
수정 보완하여 사룸 미사 전례서(Sarum Missal)를 편찬하게 되고 이게 영국 전 교구로 퍼져나가게 됩니다.
훗날 사룸 전례서의 전통곡조가 현대 영국 성공회와 대한성공회 감사성찬례 낭송음(Reciting tone)의 기원이 됩니다.
7. 하지만 1534년 헨리 8세의 수장령 선포로 영국 교회는 로마 교황청으로부터 독립하게 되고,
영국 국교회가 성립되면서 1553년부터는 가톨릭 전례음악 전통은 완전히 금지됩니다.
또 합창음악이 발달하기 시작하면서 거의 300년동안 영국 교회에서는 전통곡조와 낭송음이 사용되지 않았답니다.
8. 세월이 한참 지난 1833년이 되어서야 옥스퍼드 운동(신앙과 전례 회복운동)의 일환으로
사룸 미사 전례의 전통곡조와 낭송음이 극적으로 부활하여 영국 성공회 성찬례에서 다시 사용되기 시작합니다.
특별히 가톨릭의 로마 미사 전례서(Missale Romanum)의 낭송음 또한 성공회 성찬례에 수용되는데
대표적으로..."Dominus Vobiscum(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입니다.
9. 이로부터 60년 후인 1890년 영국 성공회가 한국에 들어오면서 전통곡조들도 함께 들어온 것으로 보이고,
1938년에 “성회송가곡보“라는 대한성공회 최초의 성가악보집이 출간되는데 전례곡조와 낭송음은 수록되지 않아서
조선성공회 시절에 어떤 낭송음으로 미사를 집전하였는지 현재 정확히 추정하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10. 대한성공회에서 이 전례곡조 낭송음의 악보가 처음 발견되는 곳은 1965년에 출판된 미사경문인데
성직자용 전례악보도 따로 출판된 것으로 보아 본격적인 노래미사는 이 때부터 활성화 된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성찬예식서와는 다르게 2독서와 복음서 낭독, 성체와 보혈 축성문, 성 금요일 주의 수난예식 중 장엄기도와
십자가 순행, 부활밤예식 중 성천(세례대) 축복 까지 모두 노래로 낭송하던 시절이 있었네요 (아래사진참조)
11. 이후 세계 성공회의 전례 개혁에 흐름에 따라 현대어를 사용하는 간략한 전례를 지향하기 위해
대한성공회에서도 1973년 시험미사 예문을 만들게 되고 1982년 미사예문부터는 위의 전례곡조들이
상당수 탈락되거나 단순화되고, 본기도, 복음서 낭독 계응, 성찬기도, 축복과 파송 등의 낭송음만 살아남게 됩니다.
12. 2004년 성공회 기도서와 성찬예식서의 용어와 문장들이 현재와 같이 개정되어 매 주일 감사성찬례에서 불려지고 있습니다.
글/사진 : 지휘자 김민 예레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