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 맹동산 풍력단지는 팔랑개비에 증폭된 바람소리와 묘한 기계음(이게 아마 흔히 말하는 저주파 소음이리라)을 제외하면
적막했다. 그리고 을씨년스런 풍경이었다.
봄을 준비하는 고랭지 채소밭도 그 황량함에 한몫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주 조심스럽게 가까운 다른 곳 마을주민 한분이 이렇게 말했었다. "아무래도 거기는 농사가 덜 되지..." "왜요?" "글쎄... 그 날개 돌아가는데, 윤활류가 필요하자나 그게 가끔 막 날려서 밭에 떨어진다고 그래..." 그 이후 덧붙인 말이 있지만 굳이 떠올리고 싶지는 않다.
생명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다. 움직일 수 있는 녀석들은 모두 자취를 감춰버린 탓일까? 밭 한켠에는 몇년 째 방치되어 있는 고라니망도 있었다. 있을 이유도 필요도 없을테니까... 보이는 창고 같은 건물은 떠난 주민들이 농사 지을 때 쓰는 농막인 듯 싶다. 물론 사진에 없는 한 곳에 차가 서 있는 집도 있었다. 인기척은 없었지만...
기분 탓일 수도 있겠지만, 경미한 두통이 밀려온다. 그랬더니 동행한 다른 분들도 그렇노라고 한다.
식물들도 발이 있었으면 달아나고 싶었으리라. 그리 진화한 탓에 주면 주는 대로 앗으면 앗는 대로 살아가는 것일까?
날개가 있고, 발이 있는 녀석들은 떠나고 없다. 흙에 붙박힌 식물들만 남아 저 황량한 곳을 복원해 보려 애쓰고 있는 것일까? 생각에 세월이 좀 지나면 저곳에는 풍매식물만 남겠다 싶기도 하다. 아니 그도 아닐래나, 땅 속의 갖은 생물들도 비슷한 상황일테니 식물의 생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녀석들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더 많은 세월이 흘러야 알 수 있는 일이겠지만, 미루어 짐작은 된다. 식물생태계가 붕괴된 것일테니까....
그런데, 농부도 식물이다. 땅에 천착된 삶을 살기에.
그리고 자본주의에 더욱 발목 잡혀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한다.
"땅 거래는 좀 이루어지나요?" "땅 값이 많이 내려갔는데도, 보러 오는 사람이 없어..."
그래서 농부도 다년생 식물 쯤 된다.
이제 그곳에서 주면 주는 대로 앗으면 앗는 대로...
먼 서쪽의 노르웨이에서는 해안가에 설치한 풍력발전 시설을 철거하라고 시위를 한다고 한다.
툰베리가 함께 하다 끌려가고 있다고 뉴스에 실렸다. 유목민들의 순록 방목에 막대한 지장을 주니 철거하여야 맞다고 했다고 한다. M,Z세대를 '유목민적(normadic)'이라고 한다. 그리고 현대사회의 진화방향이 그러하다.
"우리마을에 풍력발전이 생기려해서 참 걱정이야..."
"그래 그럼 얼른 팔고 떠나..."
그러나 훌훌털고 다른 곳으로 훌쩍 떠나지 못하는 농부들은 유목민적인 세상에 손가락과 눈으로 열렬히 유목하지만 정작 자기 몸뚱이는 땅에 깊이 뿌리박혀 꼼짝을 하지 못한다. 영락없는 다년생 식물이다. 나무는 못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