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식물은 자손을 남기기 위하여 종자를 맺는다. 종자를 만들기 위하여 식물은 꽃을 피우고 수컷의 유전자를 운반하는 역할을 하는 꽃가루를 생산한다. 화분은 바람이나 곤충에 의해 운반되어 수정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이와 같은 생식(生殖)에 관련된 화분은 극소수로 대부분이 땅위에 떨어져서 최종적으로 토양 속에서 분해되어 소실되어 버린다. 그런데 화분을 형성하고 있는 외벽(外壁)은 스포로포레닌(sporoporenin)이라는 화학적으로 강인(强靭)한 물질로 형성되어 있어 낙하한 장소가 습원(濕原)과 같이 수분이 많아 산소의 공급이 적은 장소라면 화분 외벽은 분해되지 않고 원형 그대로 퇴적물 속에 남게 된다.
또 습원에 생육하고 있는 식물은 죽은 후 완전히 분해되지 않고 이탄(泥炭)이 되어 순서대로 퇴적되어 있다. 이런 이탄 속에는 주변에서 날아온 화분이 수 만년 동안 보존되어 있다. 이와 같이 이 화분을 생산한 식물이 죽은 후에도 화분은 이탄 등이 퇴적물 속에 남아 있게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반적으로 화분의 형태는 식물의 속(屬)마다 다르기 때문에 이탄에서 화분을 분리하여 종류를 조사하면 이탄이 형성될 당시 삼림의 형태를 알 수 있게 된다. 이 방법을 화분분석법이라 부르고 있다. 또 이탄에 포함되어 있는 방사성 탄소의 반감기를 이용한 연대측정이나 화산재 층의 분석에 의해 이탄이 형성된 연대를 알 수 있게 된다.
현재까지 화분분석법에 의해 각지의 삼림의 역사를 알 수 있다. 일본의 예를 들면 긴끼(近畿)지방의 약 3만 년 간 삼림역사를 소개하면 지금부터 2~3만 년 전에는 현재보다 기온이 약 7℃ 낮은 우름 빙하기가 있었다. 이 지역의 낮은 산에 이 시기에 퇴적된 이탄에서는 현재 표고 1,600m이상에 분포하는 침엽수의 화분이 다수 발견되고 있다. 빙하기 후 약 1만 년 전 이후 태평양 쪽에는 낙엽성 졸참나무 속(屬) 수목이 많이 분포하고 있었으며 동해 쪽에는 너도밤나무와 삼나무가 우세하였다. 약 6천 년 전에 태평양 쪽에는 구실잣밤나무와 떡갈나무 등이 주로 분포하고 있었다. 한편 동해 쪽에는 삼나무가 우세하게 되었다. 그런데 약 1500년 전 이후의 역사시대가 되면서 다수의 소나무 속의 화분이 발견되고 있다. 소나무는 삼림이 파괴되면 맨 먼저 들어오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인간의 활동에 의해 본래의 자연림이 파괴되었기 때문에 소나무 림이 확대된 것은 나타내고 있다. 현재 널리 분포하고 있는 소나무(赤松)는 긴 삼림의 역사에서 보면 문명의 발달과 관계있는 역사가 짧은 삼림이라 말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지금 우리들이 보고 있는 삼림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크게 변화한 것에 대하여 한 순간의 모습에 지나지 않는 것을 퇴적물 속에 잠자고 있는 화분이 우리에게 말해 주고 있는 것입니다.
첫댓글 좋은 글 감사합니다.
늪지의 훍에서 예상치 않은 식물이 발아되는 것이 이제야 이해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