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경영권 이양,시작,준비기 이양 후보자와 시기를 선택하라

[비엠플랜]

경영권 이양, 어떻게 시작할까_ 준비기

이양 후보자와 시기를 선택하라

경영권 이양은 그야말로 기업의 미래다. 중소기업 CEO들 대부분이 자신과 기업을 하나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한 기업은 탄생하는 그 순간부터 기업에서 근무하는 직원, 법인일 경우 주주나 참여자, 나아가 고객과 협력 업체를 비롯해 사회의 소유라고 봐야 한다. 책임 있는 경영을 하고 앞을 내다보는 CEO라면 중소기업이라고 하더라도 경영권 이양에 대한 준비를 짜임새 있게 해야 하지 않을까.

경영권을 이양하기 위해서는 창업, 또는 선임 CEO가 취임한 때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흔히 선호하는 2세 경영의 경우에는 자녀를 어떻게 교육할 것인지, 어떤 자녀에게 맡길 것인지 등을 이른 시기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야 하고, 내부 직원을 발탁하더라도 입사 후부터 CEO 대비 훈련을 차례로 거치게 해야 한다. 준비기가 가장 짧다고 할 수 있는 외부 전문 경영인을 택할 때에도 임기 만료에 닥쳐 수소문하기보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헤드헌팅 전문가 등의 협조를 받는 것이 좋다.

2세에게 이양하려면 일찍부터 경영자 수업 시켜라

내부 직원이나 외부인사보다 경영자로서 준비 기간이 가장 길다고도 할 수 있는 2세 경영은 사회에서 따가운 눈총을 받는데도 가장 많은 중소기업 CEO가 선택하는 이양 방식이다. 핵심 인재가 중소기업에 머물러 있으려 하지 않는 풍토상 일찍부터 내실 있는 경영자 수업을 거쳐 기업을 안전하게 꾸려 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부모의 뒤를 이어 성공한 2세 경영자들은 젊은 시절부터 엄격하게 수업을 받았다고들 말한다. 올해 부친 최진순 회장과의 공동경영 체제에서 단독경영 체제로 변환을 순조롭게 마친 공기청정기 회사 청풍의 최윤정 사장도 일찍부터 혹독한 교육을 받았다. 부친 최 회장은 캐나다로 유학을 보내면서도 공기청정기 다섯 대를 주며 직접 팔아서 경비를 대라고 했다고 한다.

믿고 맡길 만한 직원이 없다는 푸념을 늘어놓으면서도 정작 회사를 이어받을 자녀를 해외유학을 보내 공부시킨 후, 곧바로 사장 자리에 불러들이는 중소기업 CEO들도 있다. 그러나 2세가 회사를 물려받아 더욱 발전시킨 회사들은 CEO 취임 전부터 회사 일원으로 일해 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에이스침대 안성호 사장은 대학 시절부터 틈틈이 음성 공장에서 주급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용돈을 벌었다. 정식으로 에이스침대에 들어가기 전에 1년 정도 다른 회사를 다녔으나 빨리 일을 배우라는 안유수 회장의 권유로 입사 때부터 생산계획?원가관리 등의 일을 했다. 경영자의 자녀라는 프리미엄에 안주해서는 창업보다 어려운 수성을 이룰 수 없다는 선대 CEO들의 교육철학이자 경영철학이 엿보인다.

‘스위스에는 스와치, 미국에는 게스, 한국에는 포체’라는 평가를 받는 아동산업의 김종수 대표는 선친이 작고하면서 대표를 맡은 2세 경영자다. 대표 취임은 1993년에 했지만 대학 졸업 1년 후인 1979년에 입사해 생산관리와 영업 등 각 분야를 두루 거쳐 왔다. 한눈팔지 않고 시계에만 꾸준히 매진한 선친 김창규 씨가 마련한 기틀 위에서 자체 브랜드를 개발해 사세를 확장한 2세 경영의 성공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내부 직원에게 물려주려면 인재 발굴에 힘써라

해외 기업에서는 내부 직원을 위한 CEO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경영권을 위임하거나 정해진 프로그램을 밟아 진행하는 것에 비해 우리 기업은 내부 직원 발굴에 인색한 편이다. 특히 중소기업은 앞서 말했듯 회사의 미래를 두고 공유할 비전이 없는 사장, 중소기업에 머무를 생각이 없는 직원 등 걸림돌이 많아 회사 출신 CEO를 찾기가 힘들다.

경영권 승계의 모범 사례로 재계에 정평이 나 있는 미래산업은 벤처 1세대 신화를 창조한 초대 대표 정문술 씨가 장대훈 대표에 경영권을 이양한 데 이어, 3대 이형연, 4대 권순도 대표까지 혈연을 떠나 CEO를 맡겼다. CEO들 모두 미래산업이나 미래산업 관계사에서 일한 기간이 상당해 무난하게 경영권을 이어가며 대내외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었다.

내부 직원에게 경영권을 물려 줄 계획을 세웠다면, 후보군 내에서 발생하는 경쟁을 조절하는 데 신경을 써야 한다. 모든 사람에게 공정한 기회를 주고, 압축된 후보들의 실력을 검증할 수 있을 만한 책임 있는 자리에서 실증을 거치는 기간도 필요하다. 지나치게 차기 CEO 후보 경쟁에 관한 소문이나 줄서기가 만연하는 것을 차단하고, 결정이 날 때까지는 한 직원만 점찍어 놓았다는 인상을 주는 일을 경계해야 한다.

앞을 내다보았을 때 내부 직원을 미래의 후계자로 키우는 것이 가장 긍정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 누구보다 그 기업의 체질과 직원들의 면면을 익히 안다는 이점도 있는데다 직원도 CEO가 될 수 있다는 역할 모델이 되어 직원들을 독려하는 촉진제가 될 수 있다.

뒤처리 깔끔하게 정리하고 이양 시기에 신경써라

후계자가 확실하게 결정되고 물려받을 준비가 된 후에는 떠나는 시기를 택하는 것이 CEO에게 큰 고민거리가 된다. 빠르지도 늦지도 않게 알맞은 때를 노려야 하기 때문인데, 실제로 CEO가 경영 일선에서 손을 떼자마자 1~2년 안에 망하는 회사도 있다. 후임 CEO의 잘못된 경영이나 경영권 이양에 따른 충격을 감내하지 못한 탓도 있겠지만, 선임 CEO가 사전 정지 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고 넘긴 책임 또한 회피할 수 없을 것이다.

회사의 위기를 감지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적합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CEO를 물색한 경우가 아니라면, 안정기에 접어들었을 때 떠나는 것이 좋다. 신임 CEO의 내부 경쟁자 처리 등 향후 논란이 될 소지의 사람, 조직, 사업 등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일이 준비기에 해야 할 일이다.

창립 10주년을 맞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해 화제가 된 안철수연구소의 안철수 씨는 창사 이래 최고의 실적을 올리며 정상을 차지한 직후 퇴임을 선언했다. 그는 다음 주자가 이러한 상승세를 지속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퇴임하는 점이 기쁘다고 밝혔다. 이처럼 떠나고자 하는 때에 맞춰 경영 목표를 잡고, 경영 목표가 달성되었을 때 떠나는 것이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잘나갈 때 멈추지 못하는 것이 사람의 심리다. 회사를 제 손으로 빚어 일정 궤도에 올려놓은 중소기업 CEO의 애착이야 이루 말할 수 없다. 제 자식에게 맡겨도 마냥 모자라게만 보이고, 전문 경영인이 들어와도 남 주는 듯 께름칙할 것이다. 그러나 떠나야 할 때를 알고 떠나는 사람의 뒷모습이 아름다운 것은 경영에서도 마찬가지다.

김희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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