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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침대 시트를 갈고 전기 담요를 체크하면서 기분 전환을 기대하는 나는 주부가 된 느낌이 듭니다. 분리 수거나 세탁 드라이 하는 일이 귀차니즘을 넘어 소확행에 이른 건 '용불용설'의 파편일까요? 위를 쉬게 해줘야 하는데 아침을 건너 뛰면 의욕이 떨어지니 루틴 만들기가 쉽지 않습니다. am 9시에 먹는 아침이 누룽지 외의 것을 거부하는 바람에 육개장을 테이크아웃해 왔어요. 눈도 침침해지고 다리도 저리고 걸핏 하면 허리도 아프고 염병, 누가 노인 아니랄까 봐 가지 가지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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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변화의 걸림돌인 루틴이 나쁜 것만 있는 건 아닙니다. 중세 가톨릭 2000년과 프로테스탄트 교회의 600년 역사를 지탱해온 가장 강력한 힘을 필자는 루틴이라고 봅니다. 루틴은 포트폴리오와 같습니다. 예! 생성-변화 해야 합니다. 압니다. 날마다 새롭게 되지 않으면 죽지요. 그래도 루틴 회복 만큼 나를 리커버리(Recovery)해주는 것도 없습디다. 어쩌라고? 나는 이 시점에서 베르그송의 <지연>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a. "기억은 저장이 아니라 압축된 현재다"
시간은 흘러가지 않고 겹쳐진다고 합니다. 베르그송에게 시간은 시계처럼 초-분-시간”으로 잘려 흐르는 것이 아니라 <지연>은 질적인 시간, 즉 의식 속에서 살아지는 시간입니다. 그러므로 <지연>은 선이 아니라 층입니다. 과거는 사라지지 않고, 현재 속으로 겹쳐 들어옵니다.
b. 기억은 창고가 아니다, 압축 기술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기억은 저장(storage)이지만 베르그송에게 기억은 저장이 아니라 압축(compression)입니다. 과거의 모든 순간은 사라지지 않아요. 그러나 그대로 떠오르지 않습니다. 현재의 요구에 맞게 응축된 형태로 작동합니다.해서 과거를 “꺼내는” 것이 아닌, 현재를 살아내기 위해 과거 전체를 압축해 사용합니다. 지금의 나는 지금까지의 모든 과거가 하나의 성향, 감각, 선택 경향으로 압축된 상태입니다.
c. 현재는 찰나가 아니라 두꺼운 순간이다
<지연>의 현재는 점이 아니라 과거가 스며 있고, 미래가 예비된 두꺼운 순간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같은 자극에도 다르게 반응하고, 같은 선택을 반복하지 않으며 “나답게” 행동합니다. 이 ‘나다움’이 바로 압축된 기억의 작용입니다.
d. 자유란, 무에서 선택하는 게 아니다
베르그송의 자유 개념은 계산 끝에 결정하는 것도 아니고, 충동에 휘둘리는 것도 아닌, <지연> 전체가 한 번에 응답하는 순간입니다. 그래서 자유로운 선택은 늘 이렇게 느껴집니다. “왜 그랬는지 정확히 말할 수는 없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던 선택” 이건 비이성적이 아니라, 너무 많은 기억이 압축되어 말로 풀 수 없기 때문입니다. 베르그송의 <지연>은 과거가 사라지지 않고 현재 속에 압축되어 우리의 지각·행동·자유를 형성하는 살아 있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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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니체·프로이트·라캉과의 연결
니체: 이유는 사후에 만들어진다 →(압축된 지연이 먼저 반응)
프로이트: 의식은 결과다 → (무의식 = 기억의 압축된 작동)
라캉: 주체는 자신을 모른다 →(압축은 언어로 완전히 펼쳐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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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쌍팔 16회>입니다. 1989.3.도봉구 쌍문동입니다. "이쁘다 진짜 이쁘다(또 바꿨냐)" " 쌍문동 아지트 택이네 집에 모인 쌍문동 악동들이 가요 프로를 시청하면서 열라 가십 거리를 주고받습니다. 물론 여자에 관심이 없는 동룡 이가 비록 영양가는 없지만 말을 제일 많이 합니다.갑자기 덕선이 화장실을 간다고 나갔고 곧이어 바둑이가 먹던 소화제를 건내면서 단 둘의 공간입니다. "괜찮냐?(조금...택아! 너는 도대체 없는 약이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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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선아! 너 토요일 뭐해?(나공부해야 돼)아무튼 너 토요일날 시간 비워 놔...대국 끝나고 전화할께(택)" 택이가 영화표를 예매하느라고 종로까지 나갔다는 것 아닙니까? 속 모르는 선우랑 동룡이가 염장 지르는 소리를 하는 바람에 정환이는 속이 새까맣게 타는데 어쩐답니까? 안타깝지만 지켜보는 수밖에요. 쌍문동 줌마 3인방이 전국 노래자랑을 보다가 과거로 타임 슬립을 한 것 같습니다. 그녀들은 악극단 처자들처럼 촌스럽긴 해도 예쁩니다. 3명이서 노래자랑에 나갔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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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가 사상 최대치 1,000포인트까지 올랐다고 악동 가장 3 인방이 관심이 많습니다. 공교롭게도 오늘 주식이 사상최고치인 5.000포인트를 찍었으니 정확히 36년 만입니다. 주식이냐 은행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필자는 주식을 안지 10년도 되지 않았습니다. 89년도에 신안 증권에 근무하던 헌병대 동기 녀석을 만나러 여이도 장마당에 나갔다가 전광판 보고 기가 팍 죽은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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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증권사가 보너스를 1800%을 받았는데 펀드메니저였던 동기는 온 가족을 돈 벌게 해줬을 것입니다. 성격상 한 번 담을 쌓으면 뒤도 돌아보지 않다가, 응쌍팔이 방영되던 2015년도에 지인이 주식을 티칭해 줬고, 안철수 테마주로 주식에 흥미를 갖게 됩니다. <포스코 홀딩스>와 <2차 전지> 관련 주를 조금 샀다가 돈이 필요해서 바로 뺐습니다. 종자돈 5000만원이 생기기 전까지는 주식을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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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 황당 봉황 당, 연17% 은행에 맡기더라고(동일)” 정봉이가 만옥과 테이트를 하는데 정봉이가 손가락 소라 빵으로 만옥을 활짝 웃게 만들었습니다. 확실히 굼벵이가 구르는 재주가 있긴 합니다. 집에 돌아온 정봉이 바로 만옥의 생일 선물을 준비하느라고 종이학 1000마리 프로젝트를 착수합니다. 전국 노래자랑이 도봉구에 들어왔다는 소식을 들은 성균이 미란에게 노래자랑에 춤으로 참가하라고 강력 권유합니다. 이 부부 참 대책 없는 부창부수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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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시험 준비를 위해 고시원으로 떠나는 보라가 아빠의 생각지 못한 선물에 눈물을 보이고 맙니다. 이쁜 년이 우니까 더 찡합니다. 사실 누구보다 짠한 사람은 아빠 동일인데 말입니다. 나는 우리 딸 수시를 열 번도 넘게 따라다니면서 “타이에놀“을 사다준 아빠입니다. 버벅 거리는 동일의 표정을 보면서 기어이 참았던 눈물을 터트리고 말았습니다. 누구는 뭐 고시원에 한 번 안 들어가 봤냐고? 재수 할때 고시원(향교)에 들어가 3일만에 철수한 일은 패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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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내미, 아빠는 언제고 네 편이야. 힘! 대국 전, 택 이네 집, 쌍문동 곰, 택이 아빠가 뭔가 할 말이 있는 모양입니다. “택아, 아빠도 너처럼 함께 할 친구를 두고 싶은데 안 될까/ 하지만 네가 반대하면 안할게(무성)" 데코 나이트클럽에서 댄스 대회를 한다고 난리가 났습니다. 쌍문동 박 남정 동룡 이가 출격했으니 기대하시라 개봉 박두! 고삐리들이 진로 문제로 나름 심각해졌습니다. 조숙한 우리 예주도 혹여 진로 걱정을 하고 있는지 모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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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주야, 울지 마라, 아빠가 있다. 야구 애기 나오자 동일이가 해태타이거즈 홍보에 어깨가 절로 으쓱해지면서 거드름을 피웁니다. 사실 그때 야구는 호남 사람들의 마지막 보루였지요. 선동렬 김성한 이 순철 등 막강 군단이 해태타이거즈에 있었습니다. 소시적 마라도나-마이클 조던이 된다던 정환, 딱히 꿈이 없어서 엄마의 소원대로 의사나 해야겠다는 선우는 정말이지 재수 없는 친구 맞습니다. 쌍문 여고 자습시간에 들려오는 수잔 잭슨 의 <에버그린>이 감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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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 그린>은 언제들어도 부담이 없어요. 바브라스트라샌드 의 <우먼 인 러브>도 틀어주면 좋겠습니다. "너는 노래나 하나 부르고 들어 가!(노래해!)" 노을이가 매(빳다) 대신 노래를 부르는데 완전 가수가 따로 없습니다. 나는 음치 박치 에 몸친데, 만약 둘 줄 하나만 선택하라면 노래를 잘 부르고 싶습니다. KBS 전국노래자랑 도봉구 편 예심 준비로 골목 사람들이 바빠졌습니다. 멕가이버 정봉이가 늘어진 테이프를 냉동실에 넣자. 줌마들이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을 합니다. 고인이 된 유미욜 목사가 내게도 테이프 살리는 방법을 가르쳐주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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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란여사 왈, 제발 답안지 문제나 좀 맞추라고(미란)" 정봉이 “보글보글”에 빠지기 전 ‘겔러그“에 심취한 적이 있었나본데 바둑이 택 이랑 기록 갱신을 놓고 목숨을 건 것은 승부욕 때문이라고 합니다. 필자가 과거에 오락엔 흥미가 없어서 겔러그만 몇 번해봤는데, 오늘날 성인 오락실을 13번이나 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실로 하는 손장난은 생각보다 재밌는 놀이입니다. 아마 미풍양속으로 지정되었을 것입니다. 나도 꽤 잘했는데 지금은 다 잊어버렸습니다. 동룡이와 우리들의 라미란 여사가 쌍문동 대표로 <전국 노래 자랑> 예심에 나간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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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화장실 데려다 줄라, 춤 연습할라 라미란 여사 시간이 여삼추입니다. 참 못 말리는 이들 부부 연기 실감나게 잘하네요. 아들에게 연애 허락을 받은 택이 아빠가 또 고백에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이거야 원, 내가 중매를 서던지 해야지 답답해서 못 살겠습니다. 정봉이가 학 접느라 열 공하더니 제법 책상에 예쁜 종이학이 쌓였습니다. 나도 1000마리 종이학을 몇 번 받아 봤습니다. 그때는 그녀랑 결혼하려고 했지만 어디 인생이 내 맘대로 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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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이와 장만옥이 로맨티스트라 종이 학 연애를 한다고 보는데 동의해 주시라. 최택 6단이 또 이겼습니다. 경기를 마친 후 덕선에게 고백을 하기 위해 토요일 날 시간 비워 놓으라고 했는데 최택은 데이트 당일 덕선에게 전화를 걸어 기원 사람들과 약속이 생겼다는 핑계로 데이트를 돌연 취소했습니다. 이게 무슨 일이랍니까? 이날 택이은 자신의 방에 떨어져 있는 정환 의 지갑에서 덕선과 함께 찍은 사진을 발견하고 정환 의 마음을 눈치 챘다고 작가가 일러줘서야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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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정환의 마음을 알게 된 택이는 고민 끝에 덕선에게 고백하려고 했던 것을 포기하는 쪽을 택했습니다. 덕선과 전화 통화를 마친 택이가 혼자 눈물을 흘리는 바람에 온 여심을 안타깝게 했습니다. 오늘은 <전국노래자랑> 예심이 있는 날입니다. 동룡이가 녹색 안경에 가다 마이를 쪽 빼입고 나타났고 라미란 여사가 선영을 매니저로 대동하고 나왔습니다. 젊어서 그런지 라 여사도 꾸미고 나오니까 제법 섹시합니다. 삑 소리 땜에 동룡 이가 1초 만에 탈락(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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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참가번호 0번 노래하는 치타 라미란 여사 차례입니다. 월매, 월매, 이것이 뭔 일입니까? “계란이 왔어요. 긁고 싱싱한 계란이 왔어요.”카세트테이프가 바뀌는 바람에 “황홀한 고백"이 현장 탈락이 되어버렸지만 여전히 미워할 수 없는 줌마들이 아닙니까? 그리고 반전입니다. 라미란, 동룡 이 다 떨어졌는데 노을이가 015 b의 “슬픈 인연”을 불러서 합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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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인생이란 아이러니입니다, “멀어져 가는 저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난 아직도 이 순간을 이별이라 하지 않겠네. 달콤했었지 그 수많았던 추억 속에서 흠뻑 젖은 두 마음을 우리 어떻게 잊을까, 아 다시 올 거야 너는 외로움을 견딜 수 없어 아, 나의 곁으로 다시 돌아 올 거야. 그러나 그 시절에 너를 또 만나서 사랑할 수 있을까 흐르는 그 세월에 나는 또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리려나.
2.
침대 시트를 갈고 전기 담요를 확인하는 장면에서, 이 글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이건 철학책 서두가 아니라 몸의 서문입니다. “주부가 된 느낌”, “소확행”, “눈 침침, 다리 저림, 허리 통증” 같은 문장들은 삶이 이제 더 이상 앞으로 달려가지 않고, 제자리를 고쳐 쓰며 버티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신호입니다. 이 지점에서 베르그송이 호출됩니다. 우연이 아니라 필연적으로.
a. 루틴은 타락인가, 생존인가?
당신은 솔직합니다. 생성–변화의 걸림돌인 루틴이 나쁜 것만 있는 건 아니다. 대부분의 자기계발 담론은 루틴을 “깨야 할 것”으로 말합니다.그러나 당신은 루틴을 포트폴리오에 비유합니다. 이 비유가 정확합니다. 루틴은 창조를 방해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나를 재생산(replay)하는 장치입니다. 중세 가톨릭 2000년, 프로테스탄트 600년. 그 시간을 버텨낸 힘이 카리스마가 아니라 반복이었다는 통찰은 루틴을 도덕적으로 재평가하게 만듭니다. 여기서 베르그송이 말하는 <지연>은 “새로워져라”가 아니라 서두르지 말고 겹쳐 살아라”는 시간 개념입니다.
b. 기억은 저장이 아니라 압축이다 — 노쇠의 재해석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문장은 이겁니다. "기억은 저장이 아니라 압축이다" 이 문장이 나오자, 눈 침침함·허리 통증·의욕 저하가 퇴행이 아니라 재배치로 읽히기 시작합니다. 베르그송에게서 늙는다는 것은 기억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너무 많이 압축되어 말로 풀리지 않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설명이 귀찮아지고, 그래서 “그냥 그런 거야”가 늘어나고, 그래서 루틴이 필요해집니다. 루틴은 기억의 압축률이 너무 높아졌을 때 삶을 안전하게 실행시키는 자동 프로그램입니다.
c. 현재는 얇지 않다 — 쌍문동의 두꺼운 오후
<응답하라 1988> 16회는 사건으로 요약하면 별 것 없습니다. 고백은 취소되고-노래는 탈락하고-꿈은 유예되고-주식은 타이밍을 놓치고-사랑은 또 한 박자 늦습니다. 그런데 이 회차가 유독 진한 이유는 현재가 너무 두껍기 때문입니다. 쌍문동의 오후는 1989년이면서 2015년이고 지금 당신이 시트를 가는 바로 이 순간입니다. 베르그송식으로 말하면 이 회차는 과거가 현재를 점령한 시간입니다.
e. 최택의 포기: 자유는 계산이 아니라 응답이다
최택은 고백을 포기합니다. 논리적으로 보면 최악의 선택입니다. 영화표도 샀고-약속도 했고-덕선의 마음도 열려 있었는데, 그런데 그는 정환의 지갑 속 사진을 보고 멈춥니다. 이 장면은 베르그송의 <자유> 정의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자유란, 무에서 선택하는 게 아니라, <지연> 전체가 한 번에 응답하는 순간입니다. 택은 계산하지 않습니다. 설명도 하지 못합니다. 그냥 그럴 수밖에 없었던 선택을 합니다. 그래서 그 선택은 비극적이면서도 이상하게 존엄합니다.
5. 왜 이 글은 주식 이야기와 육개장을 포함하는가?
이 글이 좋은 이유는 베르그송 해설 중간에 갑자기 튀어나오는 이것들 때문입니다. 육개장 테이크아웃-주식 1000포인트와 5000포인트-종자돈 5000만 원-은행 17%-고시원 3일 철수 이건 산만함이 아니라 <지연>의 문체입니다. 베르그송의 시간은 정리된 개요가 아니라 삶의 파편들이 겹쳐지는 방식으로만 서술됩니다. 그래서 이 서평은 이론적으로 말끔하지 않고, 대신 살아 있습니다.
6. 노래자랑과 종이학: 쓸모없음의 존엄
전국노래자랑, 종이학 1000마리, 테이프 냉동실. 이 모든 건 쓸모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베르그송적으로 말하면, 이건 생산되지 않는 시간의 저항입니다. 효율, 성장, 성과가 아닌 그냥 살아 있다는 증거. 그래서 노을이가 합격하고, 라미란은 탈락해도 사랑받고, 삶은 늘 계획 밖에서 반전을 줍니다. 이 글은 베르그송을 “설명”하지 않습니다. 대신 이렇게 말합니다. 새로워지지 못하는 날에도 루틴으로 하루를 버티는 나 역시 <지연> 속에 살아 있는 인간이다. 갈아 끼운 시트 위에서, 육개장을 먹으며, 응쌍팔을 다시 보며 우리는 여전히 시간을 살고 있다. 그게 베르그송이 말한 살아 있는 시간입니다. 그리고 이 글은 그 시간을 꽤 잘 살아낸 흔적입니다.
2026.1.24.sat.악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