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심현숙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펜데믹 상황에 잘 지내고 계시나요?
새해가 되면 언제나 의례적으로 덕담처럼 주고받는 인사,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신년인사말이 올해는 쉽게 나오질 않는다. 조상대대로 내려오는 평범하면서도 확실하게 한해를 축복해주는 이 인사말이 지쳐 있는 우리들에게 왠지 편안하게 들리지 않을 것 같다.
작년 3월 중순 전 세계 재앙인 ‘코로나 19’라는 신종 바이러스가 인간들에게 엄습해올 때 정말 무서웠지만 이렇게 오래 가리라고는 예측 못했다. 이 순간도 계속 변이 바이러스가 발생하면서 우리를 위협해오고 있으니 두렵기만 하다. 우리는 어디에 희망을 걸어야하는가.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달나라 여행을 목전에 둔 인간이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는, 하물며 냄새도 맡을 수 없는 미세한 바이러스에 쩔쩔 매는 걸 보면 정말 맥이 빠진다. 인간이 얼마나 무력한가 한계를 느낀다.
일상이 중지된 상태에서 사람들은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위드(with) 코로나’를 택했다. 그러나 확진자가 급증하다보니 세계가 진퇴양난을 겪고 있다. 일상으로 가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용기를 냈으나 역시 예상대로 험난하기만 하다. 일상회복으로 가던 길을 다시 멈추고 오던 길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삶은 또 다시 정지되는 건가. 비즈니스나 학교, 종교생활이 마비된 채 우리들은 의욕을 잃고 패잔병처럼 하루하루를 힘겹게 걸어갔다.
병원이나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던 환자들은 예고도 없이 문이 닫히고 가족들을 못 만나게 되었다. 하루아침에 생의 원동력이 되어준 가족들을 볼 수 없게 되자 삶의 끈을 놓고 떠나신 분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또 팬데믹으로 생명을 잃은 사람들이 온 지구상에 마치 쓰레기더미 마냥 매장되었던 참혹한 상황을 우리는 매체를 통해 봤다. 어느 전쟁보다도 비참했던 이 재앙을 우리는 어찌 받아들여야 하는가. 우리에게 주어진 건 길고도 긴 침묵의 시간이다. 소통이 두절되고 사람을 피하게 되는 기피증과 오래 가족을 못 본데서 생기는 가족 간의 거리감이다. 사랑이란 멀리서 그리워하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서 손 마주 잡고 희로애락을 함께 하는 것인데 몇 년씩 보지를 못하니 전시를 방불케 한다.
하루하루 벌어서 살아가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생명 줄이 막히고, 회사가 문을 닫고, 그래서 일상이 무너지다 보니 막다른 골목에서 삶을 정리한 가장들도 있다. 앞으로도 또 다른 유행병이 이 지구상에 오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이 모든 재앙은 어디서부터 왔는가. 인간은 자연을 침범했고 침범 당한 자연은 인간과 가까이 살게 되면서 사람들은 혹독한 대가를 치룬 셈이다. 이제부터라도 우리가 자연을 보호하지 않으면, 병든 자연을 살리지 않으면 이 지구는 멸망하고 만다. 여기저기서 독성을 품어내고,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녹으면서 지구의 해수면이 점점 상승하다 보면 이 지구상의 생명체는 어찌 될까. 코로나는 지구환경을 훼손하는 인류에 대한 경고이다.
우리는 지구환경의 심각성을 알면서도 고민하려 하지 않았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우리 집 차고에 몇 개의 빈 상자를 놓고 분리수거를 철저하게 하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수거해가는 재활용에 해당되지 않는, 쓰레기통에 넣을 수밖에 없는 비닐 봉투(늘어 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분리), 스티로폼, 건전지, 복용하고 남은 약, 알루미늄과 스테인리스 제품, 기름병, 책등을 분리하여 어느 정도 양이 모아지면 재활용 센터에 갖다 준다.
두 번째는 과다한 육류 소비를 줄인다. 소나 돼지 양과 같은 가축의 방귀나 트림, 배설물에서 발생한 메탄이 지구 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은 말할 것도 없고 얼마나 자연을 훼손하는 지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세 번째 내가 지킬 수 있는 것은, 머리에 사용하는 스프레이를 뿌리지 않는다. 오존층을 파괴하기 때문이다. 그 다음은 병물을 사지 않는다. 외출 시에는 물을 휴대용 물통에 담아간다. 일회용이 아닌 스테인리스 빨대를 사용한다. 앞으로는 시장에 갈 때 장바구니나 쇼핑백을 2-3개 가지고 다닐 생각이다.
나 혼자 실천한다고 뭐가 되겠나 싶지만, 한 사람, 한 사람 시작하다보면 점차 변화가 생길 것이다. 차고에 모아진 재활용품을 보면 생각보다 양이 많아 놀란다. 무엇보다 주의할 점은 깨끗하게 세척해서 모아야한다.
그리고 우리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상황을 보고만 있을 것이 아니다.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우울증을 막고 활력을 만들어본다. 운동을 해서 건강을 챙긴다. 그동안 못 읽었던 성경이나 책을 본다. 인터넷 매체를 통하여 좋아하는 공부도 한다.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전화로 안부를 전한다. 줌(zoom)으로 흩어져 사는 가족들과 만난다. 어려운 이웃이 있는 가 살핀다. 무엇보다 고난의 시기에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는 지혜를 구해야한다. 이러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밝아지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것이다.
사람들은 때때로 일상의 테두리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충동을 느낀다. 이렇듯 탈출하고 싶었던 일상이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일상을 상실한 후에야 그 평범했던 나날이 큰 축복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그 일상을 다시 찾기 위해, 모든 걸 내려놓고, 절제하고, 포기하고, 그리고 가난도 이겨내야 한다. 그래서 이 팬데믹 상황을 보다 단단한 내일을 맞는 주춧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추운 겨울이 가면 따뜻한 봄이 오듯이, 이 길고 긴 어려운 시기도 분명 지나갈 것이다.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조금만, 조금만 더 힘을 내 인내하며, 사랑하며, 그리고 방역수칙을 잘 지키며 견딘다면 이 또한 지나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