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6년 12월 18일~
한옥수 집사님은 늦깎이 신자다. 일평생 내 뜻을 따라서 살다가 72세에 교회에 나오게 되었다. 쉽지 않은 결단이다. 자녀들의 권함을 따라서 교회에 나오긴 하셨지만 매우 적극적이었다. 학습, 세례 문답을 할 때에도 성의 있게 준비하여 참여했다.
집사님은 교회에 출석할 때부터 새벽기도회에 참석을 했다. 평생 교회 다니지 못한 것을 한꺼번에 보충이라도 하려는 듯이 열렬했다. 신앙생활 하는 모습을 보면 인간의 노력의 열매가 아니라 하나님의 이끄심이 분명했다.
천국 가시는 날까지 한 번도 시험에 들거나 두 마음을 품은 적이 없었다. 교회에 나오는 날부터 변함없는 모습을 보여주셨다. 내 기억에 좀 더 잘해보라고 권면했던 적이 없었다. 목사가 원하는 것보다 앞서 신앙을 배웠고 실천하였다.
서리집사가 된 후부터 매일 기도문을 썼다. 매일 기도문을 가지고 옥상에 올라가서 예배 때 기도하는 것처럼 기도를 했다. 목사님이 언제 기도 시킬지 모르니 준비해야 한다면서 기도준비에 정성을 다 쏟았다.
본디 타고난 성품과 신앙의 태도는 일치하지 않는다. 일상에서 적극적인 사람이면 신앙에서는 소극적이기도 하고, 교회 밖에서는 많은 사람들과 친밀하게 지내면서 교회 사람들과는 한 마디 말도 나누지 않는다. 세상에서 돈을 쓰는 것을 잘하면서 하나님께 헌금할 때는 인색하기 짝이 없다. 신앙과 성품은 일치하지 않는다.
그런데 집사님은 그렇지 않다. 본디 성품이 신앙생활에서 그대로 반영되었다. 일상이 성실한 했듯이 신앙생활도 성실했다. 언어습관도 매우 점잖으셨다. 딸들의 말에 의하면 단 한 번도 나무라거나 거친 말을 해본 일이 없다고 했다. 항상 웃는 모습이다.
집사님은 트럭이 나오기 전 우마차를 끄는 일을 했다. 마을 사람들이 시장에 갈 때 짐을 실어다 주고 시장에서 구매한 물건들을 실어다 주는 일을 하셨다. 비록 우마차를 끄는 일을 했지만 정직함과 친절함으로 자기 몫을 다했다.
하지만 어쩌다가 딱 한 번 실수한 일을 두고두고 후회하셨다고 한다. 마을 사람이 5천 원을 주면서 물건을 사다 달라고 해서 셔츠의 주머니에 넣고 갔는데 시장에서 어쩌다 바람에 5천 원짜리가 굴러가게 되었다. 집사님은 당연히 자기 것으로 여기고 주워서 주머니에 넣었다. 이때 자신의 것이라고 우기는 아주머니가 있었다. 그래도 집사님은 자신의 것이 틀림없다며 주머니에 넣었다.
그런데 나중에 확인해 보니 자기 주머니에 있던 본래의 것이 그대로 있음을 확인하고 5천 원을 돌려주려고 했지만 아주머니를 찾을 수 없어 전해주지 못했다. 본의 아니게 남을 속여 먹은 것을 평생을 두고 후회했다고 한다. 그의 성실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 하겠다.
노년에 믿음을 얻어 믿음으로 살다가 믿음으로 주님 품에 안겼다. 나는 그의 신앙의 시작부터 죽음의 순간까지 지켜보았다. 나는 그에게 이 세상에 태어나 처음 만난 목사이며 마지막 장례를 집례한 목사였다. 하늘나라에서 그가 나의 상급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