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랑땀 반 첫 만만과 이틀 산 이야기
이래저래 사흘을 살았어요. 긴장한 탓(저나 아이들 모두)에 너무 신나지는 않아요. 바르게 앉기, 정성껏 쓰기, 보며 듣기 같이 작은 것을 챙기니 더 그래요. 그럼에도 옛이야기나 선생님 어릴적 얘기와 나들이에 깔깔거리며 좋아해요. 처음 맞는 6교시 이틀은 힘들어하기도 해요. 언제 집에 가냐고 물으니. 11시만 지나면 배고프다고 해요. 물론 학교가 좋다는 아이도 있어요. 사흘을 열여덟 아이들이 쉰네 가지 빛깔로 살았어요. 190일에서도 3일, 제일 마음 쏟은 날이겠지요. 그 사흘을 하루하루 다시 살펴요.
학급살이(0302)
1. 맨발교실이다. 실내화 신고 들어오는 학생들 데리고 나가 실내화를 넣는다. 이때 실내화 손잡이는 안쪽으로 넣는다.
2. 긴옷을 입었으니 곧 벗는다. 의자를 책상에 올려 옷 걸기를 보인다. 날개를 넣고 팔을 넣고서 앉는다.
3. 교과서를 책상에 뒀다. 바구니에 넣어둔 네임펜으로 이름 쓴다. 한 권씩 학교와 이름을 '천천히, 정성껏' 썼다.
4. 글똥누기를 쓴다. 정성껏에 '솔직하게'를 보태서 함께 쓰니, "날마다 써요?" 하고 묻는다. 곧 일기장 받으며, "날마다 써요?" 한다. 물론 모두 "네." 하고 말했다.
5. 둘레 세우기를 한다. 우리 반이 행복하기 위해 없어야 할 것을 정한다. ‘싸움, 따돌림, 수업 방해’ 세 가지다. 이게 일어나면 영근 샘과 상담해야 한다. 상담 방법은 글을 써야 한다.
6. 노래 부를 때 눈 감고 듣는다. 부른 노래는 꿈꾸지 않으면, 꼴찌를 위하여, 두 곡이다.
7. <강아지 똥> 그림책을 읽어준다. 이야기(세상에 모든 건 살아갈 가치가 있다) 나눈다.
8. 나들이를 가자 했다. 줄(참, 사, 랑, 땀으로 네 줄)마다 입는 조끼 빛깔을 알리고 졸졸이 걷는다.
9. 영근 샘이 쓴 편지 나눠주며 부끄러우니 집에서 읽으라고 하니 웃으며 살짝 들어 본다.
10. 바르게 앉고 봐야지 알 수 있다며 듣기의 4단계 보기를 드니 깔깔깔 웃는다. 자주 들을 말인데 계속 웃으며 받아주길 바랐다.
11. 밥(교실 급식) 먹는다. 집에 갈 때 오늘 좋았던 걸 아이마다 묻고 인사한다. 다르고 비슷하다.
학급살이(0303)
1. 먼저 온 학생들은 책을 읽고 있다. 글똥누기를 써야는데 더 올 때까지 기다리며.
2. 글똥누기를 함께 쓴다. 어제는 3교시에 썼다. 아침마다 쓰는 첫날이다. 쓴 글을 보니 설렘과 힘듦(3학년이라 수업이 많아져)이 함께 있다.
3. <책나래 펼치기>(온작품 읽기) 첫날이다. <샬롯의 거미줄> 1장을 읽었다. 3학년에게 조금 두껍지만 작년 2학기에 읽고 좋아했다. 사실 3학년 3년 동안 첫 책은 <마틸다>였다. 재미가 있지만 내용이 조금 거칠어 이번에는 샬롯으로 한다. 도전이다.
4. 책을 읽으면 그냥 덮지 않는다. 글로 남긴다. 3학년은 간추리기를 하다가 감상으로 넘어간다. ‘책나라 담기’(우리 반 독서록 이름) 하는 방법을 알린다. 줄공책 3번째 칸을 이어 줄을 긋는다. 앞에는 책제목과 날짜를 쓴다. 간추린 내용은 넓은 칸에 쓴다.
5. 첫날이라 영근 샘이 간추렸다. 스스로 할 수 있는 사람은 안 봐도 된다고 했지만 대부분 영근 샘이 간추린 글을 따라 쓴다. 몇 번 더 이럴 거다.
6. 읽고 쓰니 조금 힘들어한다. “영근 샘 비밀 알려줄게요.” “영근 샘 나이는 37255살이에요.” “영근 샘은 장612란 별에서 왔어요.” “에이, 거짓말. 뻥이죠?” “그런가요? 그럼 다음 이야기는 여기서 끝.” “아뇨. 믿을게요.” 영근 신화를 이었다.
7. 웃었으니 공부하자. 수학 두 차시 분량이다. 받아올림이 있는 세 자리 수 덧셈이다.
8. 수학 사이에 점심을 먹었다. 어제는 열여덟에서 넷이 다 먹었는데 오늘은 열넷이 다 먹었다. 첫날이라 헤아리지 않고, 먹을 양을 말하지 않고 받은 탓이다.
9. 오후 수학하고는 운동장에서 뛰었다. ‘가로세로달리기’로 달렸다. 다리 아픈 아이는 서 있다가 뛸 수 있을 때 뛰고. 웃으며 힘들게 뛰었다.
10. 호루라기를 불며 조끼를 모으는데, 아이들이 많이 안 보인다. 다 가 버렸다. 하하하. 인사도 하지 못하고 헤어졌다. 내일은 체육하고 인사하고 집에 가는 거라 알려줘야겠다.
학급살이(0304)
1. 글똥누기 쓰는 까닭에서 저 생각을 뺄 수 없다. ‘뭐 쓰지?’ 하는 저 생각이 좋다. ‘아.’ 하며 쓸 게 떠오르면 와락 쏟아낸다.
2. 책나래 펼치기 이틀째다. 샬롯의 거미줄 2장을 다 읽었다. 독서록에 남기는데 이번에도 내가 써 보였다. 물론 혼자 힘으로 쓰는 아이도 있다.
3. 미술 계획 세우다가 캐릭터를 잠시 그리자 했다. 그리는 모습을 찍는다. 그림 따라 가는 눈길, 눈 따라 가는 손끝이 야물다.
5. 사회로 우리 고장을 살핀다. 떠오르는 걸 말하자고 했다. 맛집이 제일 술술 나온다.
6. “옛이야기 한 자락 들려줄게요.” 옛이야기 네 개에서 한 글자씩 썼다. ‘반, 호, 아, 토’이 네 글자만 보고 듣고 싶은 옛이야기를 고르라 했다. 학생들은 ‘아’를 골랐다. ‘정신없는 도깨비’에 나오는 ‘아무개’ 이야기다.
7. 이야기를 들었으니 글로 남겨야죠. 하하하.
참사랑땀 학급살이로 사훌이 이렇게 흘렀다.
첫댓글 첫주 생생한 이야기 잘 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