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증후군 (koami 2013-10)
하늘땅한의원 원장 장동민
사실 예전에는 갱년기의 중요성에 대해 크게 부각되지 않았었는데, 요 근래에 있어서는 아예 ‘갱년기증후군’이라고 부를 정도로 그 중요성이 높게 대두되고 있다. 이는 삶의 질이 행상되면서 나타난 탓도 있지만, 호르몬의 존재가 발견되면서 호르몬요법이 많이 시도되기 시작했으며, 각종 여성생식기 수술 등으로 인해 강제 폐경이 일어남으로 인해 증상이 많이 나타나게 된 것도 증가의 원인으로 손꼽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경우 호르몬 분비 이상으로 인해 일련의 증상이 나타나게 되는 경우가 많으며, 일부에서는 남성에게서도 이러한 증상이 보고되고 있다. 오늘은 갱년기증후군에 대해서 알아보자.
갱년기증후군은 폐경기증후군?
우리나라 여성들 중에 유난히 갱년기증후군 증상이 심한 나이층이 있다. 소위 ‘산아제한정책’세대 어머님들인데, 70년대 대한민국에서는 ‘둘만 낳아 잘 기르자’부터 ‘하나 낳기 운동’까지 산아제한운동이 실제로 벌어졌었다. 남성들은 예비군훈련에서 불임수술을 받으면 나머지 교육을 면제해줬으며, 어쩌다 아이를 많이 낳으면 아주 무식한 부모로 취급받던 시절이 있었던 것이다. 인구감소로 인해 출산장려정책이 시행되고 있는 지금 시기에서 생각해보면, 참으로 희비가 엇갈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임신중절 수술도 매우 많이 진행되었었다. 피임에 실패한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엄마에게 돌아갔던 것인데, 그러한 환경에서 유산 후 산후조리가 제대로 진행 될 리가 없었다. 결국 그 당시 어머님들은 다른 세대에 비해 유산과 임신중절수술을 많이 겪을 수밖에 없었고, 건강은 심각하게 손상을 입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런 경우, 젊고 기운이 넘칠 때는 큰 증상을 못 느끼고 지낼 수도 있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 호르몬 조절에 변화가 오는 갱년기가 되면, 그 동안 눌러왔던 증상들이 하나둘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양방의학의 경우에는 이러한 경우에 호르몬요법을 많이 택하지만, 사실 호르몬요법은 최초 시작할 때 신중하게 생각하고 결정을 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실제 암 발병률이 높아지는 것과 같은 부작용을 제쳐두고라도 우리 몸에 많은 손실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물고기의 비유와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는데, 만약 물고기가 부족할 때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서 스스로 물고기를 잡을 수 있도록 해주지 않고, 무턱대고 단순히 계속 물고기만 공급해주면 나중에는 결국 물고기 잡는 법을 잊어버리게 되는 것과 같은 원리라 하겠다.
호르몬에 이상이 생겼다면, 그 이상이 생긴 정확한 원인을 분석하고 이에 알맞은 치료법을 사용하여 인체 스스로가 호르몬을 다시금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야말로 올바른 치료법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러한 노력은 해보지도 않고 혹시라도 죽을 때까지 호르몬을 먹기라도 한다면, 정말 낭패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오장육부를 튼튼하게 하고 기혈순환이 잘 되게 만들어주면, 호르몬 조절 능력도 다시 그 기능이 활발해질 수 있다. 그러므로 성급하게 호르몬요법부터 시작할 것이 아니라 가까운 한의원이나 주치 한의원을 찾아가 상담부터 해보는 것이 좋겠다.
조기폐경도 병이다.
한의학적으로 여자의 호르몬 나이는 일곱 수, 즉 7의 배수로 파악을 한다. 예를 들어 2X7=14가 되는 열네 살이 되면 생리가 시작되고, 4X7=28인 스물여덟 때가 가장 왕성하며, 7X7=49가 되는 마흔 아홉 살에는 우물이 말라서 생리가 끝나는 것으로 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만약 적정 폐경시기인 49세 이전에 생리가 끊어지게 되면, 정상적 폐경이 아닌 조기 폐경이라고 보게 되는 것인데, 요 근래는 심지어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에 일어나는 경우도 많아졌다.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3개월 이상 연속해서 생리가 정상적으로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면 이미 증상이 시작되는 거로 보아야 하는데, 괜히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른다든지, 수시로 열감이 느껴지거나 땀이 나고, 질이 건조해진다든지 하는 경우도 있으며,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심한 피로감을 느끼는 것도 조기폐경의 징조라고 할 수 있다.
임상적으로는 크게 세 가지 정도의 원인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첫 번째로 유전학적인 문제를 들 수 있다. 터너증후군과 같이 실제 염색체 이상인 경우도 있으며, 가족력의 문제인 경우도 있는데, 엄마나 자매가 조기폐경인 경우에 본인도 따라서 조기폐경의 확률이 높아지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여성의 경우 이러한 경향성이 매우 강한 편인데, 생활습관이나 환경까지 공유하게 되면 그 비율은 매우 높아진다.
두 번째로는 자가면역 질환과 같은 질병이나 항암제 같은 약물, 그리고 수술 등으로 인해 난소가 직접적인 손상을 입게 되는 경우인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류마티스 관절염이나 갑상선 질환 등이 이에 해당된다. 특히 수술의 경우에는 자궁이나 난소를 완전적출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렇게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물혹이나 근종 등이 있다고 성급하게 수술을 결정하는 것은 매우 안 좋은 일이라 말할 수 있다. 실제 양방병원에서도 요새는 무작정 수술부터 권유하지 않는 것이 추세다. 또한 어쩔 수 없이 수술을 한다 하더라도 반드시 수술 후 몸조리를 해야만 후유증이 생기지 않는다.
보통 자궁근종이나 기타 혹에 대한 가장 일반적인 대책은 3 - 6 개월마다 한 번씩 검사를 해서 관찰하는 것이다. 그렇게 관찰을 하면서 만약 크기 변화가 없다든지, 개수 변화가 없다든지 하면, 굳이 수술요법을 하지 않고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 인체에게는 가장 이로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약 근종이 보인다고 다짜고짜 바로 수술하자고 하는 병원이라면 오히려 약간은 의심을 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 이렇게 몸에 이롭지 못한 수술을 꼭 해야 할 만큼 피치 못할 사정이 무엇인지 분명히 확인하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특히 아예 자궁 전체를 적출하자고 하는 경우에는 정말로 수술 이후 평생의 건강을 포기할 각오를 하고 수술에 임해야 한다. 왜냐하면 조기폐경에 의한 갱년기증후군은 자연폐경에 의한 그것보다 훨씬 심각하며 치료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요 근래 들어서는 한의원에서 자궁근종이나 난소나 신장의 물혹을 치료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어떻게 보면 양방 산부인과에서 너무 쉽게 수술을 권하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한의원으로 찾아오는 엄마들이 더 많아졌다고도 할 수도 있겠는데, 일단 수술하기 전에 보존적 치료를 시도하는 것은 아주 좋은 일이다. 실제 과거에 적극 권장되던 혹 제거 수술도 이제는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가급적 시도하지 않는 쪽으로 유도되고 있다. 하물며 여성의 건강상태를 좌지우지하는 호르몬과 관계있는 자궁에 함부로 칼을 대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세 번째로는 생활환경이나 습관 등을 들 수 있는데, 여러 가지 환경호르몬과 같은 오염물질 및 과도한 스트레스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러한 것들은 인체의 기혈순환을 심각하게 방해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호르몬 사이클에 장애를 초래하게 된다. 우리가 흔히 접하고 있는 여러 인스턴트음식 또한 범인이 될 수 있으며, 과도한 다이어트도 영양불균형을 초래하기 때문에 조기폐경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러한 조기폐경은 피부를 비롯한 인체 모든 부분에서 급격하게 노화를 일으키게 되는데, 뼈마디가 쑤시고 아픈 증상 이외에도 오장육부가 급격히 쇠약해지기 때문에 여러 가지 질병들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정서적으로 심각한 손상을 입게 된다는 점인데, 여자로서의 정체성을 상실하는 데에 따른 좌절감이 분노와 우울증의 성향까지도 불러일으키기도 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상적인 폐경으로 인해 생기는 갱년기증후군 증상보다 인체에 미치는 악영향이 훨씬 크기 때문에, 반드시 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