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 째 동다헌 차모임이 있었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시간에, 좋은 차를 함께 하는 우리는 오늘도 유익하고 건강해지는 오전 10시에
만났습니다. 저는 이 차모임이 너무 좋아서 어릴 때 소풍가기 전날 밤처럼 기대감으로 쉬이 잠들지 못하곤하는데, 오늘은 두번째 방문이어서
인지 동다헌을 찾아가는 길이 낯설지 않고 익숙해서 이미 아주 오래전부터 동다헌에 발걸음을 했던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미아 삼거리역
4번 출구에서 직진하여 이마트를 지나자 오른쪽으로 동다헌이 보였습니다. 또 한번 저의 가슴은 오늘의 찻수업에 대한 기대감으로 부풀어
두근 거렸습니다.
동다헌 문을 열고 들어가니 건강한 한약 내음이 풍겨와 한달 동안 지쳐 있던 몸에 활기를 되찾아 주었습니다. 오늘은 지난 번에 함께 왔던
가나짱과 회원 한 분께서 못오셔서 아쉬움도 있었지만, 새로운 분들을 알게 되어 새로운 기쁨도 있었습니다. 동다헌 분위기에 녹아내린
일상의 소소한 담화들을 시작으로 우리는 다소 긴장감을 완화시키고 열린 마음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우리가 열 띈 이야기 꽃을 피우는 사이 찻수업 선생님께서는 내가 오는 길에 찻수업 선생님께서 좋아하신다는 이야기가 기억나서 사온
추억의 옛날 과자와 귀한 과일들을 예쁜 접시에 담아 내오셨습니다. 모두들 얼굴에 봄꽃처럼 화색이 돌았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찻수업 선생님의 솔잎차 강의가 자연스럽게 시작되었습니다.
오늘의 주제 : 솔잎차
소나무는 우리에게 참으로 익숙하고 좋아하는 나무입니다. 사시사철 푸르름을 간직하는 소나무는 그런 이유로, 선비의 지조와 기상을 상징
하며, 또한 장수를 상징하기도 하는데, 관리에 따라서는 500~600년을 산다고 하니 참 명이 깁니다. 그리고 사군자에 소나무가 속하지 않는
이유는 소나무가 왕을 상징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松 茂 柏 悅 송무백열
또한 소나무는 송무백열이라는 고사성어로 인해 우애의 상징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송무백열은 '소나무가 무성한 것을 보고 측백나무가
기뻐한다'라는 뜻입니다.
마치 백아가 자신의 거문고 소리를 알아주던 친한 벗 종자기가 죽자 거문고의 현을 끊고 다시는 연주하지 않았다는 백아절현(伯牙絶絃)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소나무의 잎인 솔잎은 예로부터 신선이 먹는다고 알려져 있을 정도로 신성한 나뭇잎인데, 차로 끓여 먹거나, 생으로 즙을내어 먹거나,
환약으로 만들어 먹거나, 가루로 내어 먹는 방법 등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참고로, 생솔잎과 삶은 콩을 함께 먹으면 신선이 되는 길이라고
알려져 있다고 합니다. 노란색 송화가루는 예로부터 다식을 만들어 먹고, 송진은 약재로도 쓰여왔습니다.
또, 소나무 열매에는 테레핀유가 많이 함유되어 있어서 옛날엔 등잔불로 사용했고, 현재는 공업 원료도 쓰이고 있습니다.
소나무의 목재는 왕의 거처가 될 집의 대들보로 사용될 정도로 귀한 목재로 사용되거나, 정자, 관상용으로 많이 쓰입니다.
[출처] 송무백열 [松茂柏悅 ] | 네이버 백과사전
솔잎의 효능
솔잎은 테레핀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혈관에 쌓인 나쁜 지방(불포화 지방산) 등을 떨어뜨려내주기 때문에 고혈압이나 심근경색에 효험이
있다고 합니다. 또한 향이 좋기 때문에 말초신경을 자극하여 소화 기능에 도움을 줍니다. 솔잎에 함유된 글리코겐이란 성분은 당뇨병에
효과가 있고, 염증 치료에 효과적인데, 관절염,멍 등의 어혈을 풀어줍니다. 솔잎을 끓여서 머리는 감으면 비듬 및 탈모에 좋고, 특히 건성
두피에 좋고, 욕조에 솔잎을 띄워 반신욕을 해도 좋다고 합니다. 또한 솔잎은 미네랄이 풍부해서 빈혈에 좋고 식욕을 증진 시켜준다고 알려져
있으며, 자칫 과다섭취하게되면 탄닌의 떨떠름한 맛이 철분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에 임산부에게 좋지 않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솔잎차 만드는 방법
1. 솔잎을 소금물로 씻어서 찜통에 2분정도 찐다.
2. 뜨거운 김에 쪄진 솔잎을 햇볕을 피해 그늘에 바싹 말려준다.
3. 냉동보관한다.
4. 수시로 끓여 먹는다.
저는 오늘 수업을 하는 내내 솔잎의 향기가 생각나서 머릿속은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어릴적 오르내리던 뒷 산의 소나무 기억들이
함께 교차하면서 솔잎차가 더욱 기다려 졌습니다. 솔잎의 모양이 어땠었는지, 감촉은 어땠었는지 등을 자유롭게 상상해보면서, 우수에 젖어
수업을 더욱 열심히 들었던 것 같습니다. 솔잎에 대한 이야기를 끝내시자마자 찻수업 선생님은 바로 주방에 가셔서 꿀을 넣은 다섯 잔의
솔잎차를 예쁜 그릇에 정성껏 담아 내오셨습니다. 기다리던 우리는 너무 행복한 미소로 일관하면서 솔차의 향을, 그리고 맛을 음미하기
시작했습니다.
솔잎차와 함께 깨끗하고 푸른 솔잎과 생협에서 나온 귀한 잣이 함께 나왔습니다. 생잣은 크기도 크고 맛도 고소하며 솔잎 때문에 향도 좋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소나무와 잣나무의 우애가 소담한 그릇에 나란히 담겨져 나온 것 같습니다. 솔잎차를 한 모금씩 마실 때마다 은은한 솔향이
마음 속 깊이 스며들어 와서 가슴 속에는 온기를, 머릿 속에는 맑은 정기를 심어주는 것 같았습니다. 마치 산에 빼곡히 들어차 푸르름으로
눈을 사로잡는 소나무의 일부가 내 몸에도 푸르름을 나누어 주는 듯이, 나는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이번 차모임에서 봄의 초입을 은은한 솔향과 함께 시작하는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약간은 서늘한 바람이 불어와 오랜 겨울잠에서 완전히
깨어있지 못한 정신에게 일침을 가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맑고 청량한 솔 숲의 기분으로 곧 다가오는 봄을 맞이하는 것도 왠지
행복한 일인 것 같앗습니다. 그리고 솔잎차를 마시면서 친한 벗이 떠올랐는데, 소중한 벗과 나란히 솔잎차를 나누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했습니다. 그 얼마나 마음의 풍요로운 기쁨일까요.
그리고 춘삼월인 다음달 4월의 차모임은 매화차와 함께하는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다음번 차모임은 오는 4월 24일 오전 10시 동다헌에서
이루어 지는데, 다음 달 차모임은 조금 더 특별할 것 같습니다. 계절의 꽃인 봄에 어울리는 찻수업이니 만큼 봄 느낌이 물씬 나고, 기회가 되면
동다헌 정자나 야외에서 봄의 차를 맛보게 될 것 같아서 더욱 기대 됩니다. ^^
아뭏튼 행복한 동다헌의 춘삼월(4월) 차모임에서 향긋한 봄내음을 맡아보시는 건 어떠세요?
성북동 나들이 더보기
차모임 회원 중에 한 분이신 안영신님께서 신고산이라는 분위기 좋은 곳에서 맛있는 곤드레 밥을 사주셔서 정말 맛있게 먹고, 든든한
마음으로 성북동 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성북동에 좋은 곳도 많이 추천을 해주셔서 가벼운 발걸음으로 한성대 입구역으로 갔습니다.
8번 출구로 나와 길상사까지 걷는 여정이 참 즐거웠습니다. 성북동에는 예쁜 골목들이 많은 것 같아요.
다만 날씨가 흐려지고 바람이 심하게 불어서 간단히 보고 내려왔지만, 다음번엔 제대로 돌아볼 생각입니다. ^^
성북동의 골목골목이 참 예뻐서 다음번에는 골목길을 따라 느리게 걸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은우 미술관은 이제 다른 업체로 넘어가 전시를 하지 않는다고 하네요, 그래서 슬펐어요. ㅜㅜ
오래된 목조건물의 느낌이 너무 좋았어요. 실존하는 모습에서 역사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어서 보면서 감탄을 했습니다. 현대의 건축물로
모양을 흉내 낼수는 있어도 유구한 역사를 담아낼 수는 없는 것이니까요.
침묵의 집에서 침묵하면서 생각을 했습니다. 살아가면서 쉴새없이 말을 하다보면 자꾸만 꾸미게 되고, 본질과 멀어진다는 생각이 들곤
하는데, 이렇게 가끔씩 침묵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너무 많이 정리되지 못한 생각들로 우리들은 살아가고 있잖아요.
길상사 곳곳에 법정스님의 귀한 글귀가 남아있습니다. 보면서 맞다 맞다 생각하면서 마음이 숙연해짐을 느꼈습니다. 한 사람의 인성이
종교를 초월하여 타인에게 좋은 에너지를 나누어 주는 것이야 말로, 정말 성인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어요.
아름다운 세상이 우리 가까이에 있다고 하시네요, 저역시 그래서 매일 하루 하루 매순간 행복한 세상이라 생각을 하고 즐겁게 유쾌하게
보내려고 노력을 해요. 하루가 즐거우면 한달이, 한달이 즐거우면 일년이, 일년이 즐거우면 인생이 즐거울 것 같아서요.
그러니 모두 오늘 하루도 유쾌하게 웃으세요. 스마일~하구요 ^^
기왓장이 예뻐서 담아 보았어요. 곳곳의 건물들에서 한국적인 건축이 아닌 여러가지가 복합된 느낌이 들어서 조금 안타깝기도 했지만,
나름의 퓨전적인 멋이 숨어 있었습니다. 저는 특히 기왓장의 곡선이 너무 좋아요. 버선의 코 처럼, 한옥 지붕의 곡선처럼 말이에요 ^^
침묵을 방을 나와서 부처님 모습을 자세히 보았는데, 자리에 앉아서 명상을 하는 모습이 참 편안하게 느껴졌어요. 마음에 담고 있던 근심을
조금 내려놓고 나니 마음이 많이 편안해 짐을 느꼈습니다.
이렇게 오늘도 행복하고 즐거운 여행자의 기분으로 삶의 한 부분을 채워나가는 하루였습니다. 진정한 풍요는 금전이 아니라 마음의
넉넉함에서 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돌아오는 길 마음이 가볍고 따뜻했습니다. 저에게 호의와 친절을 베풀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첫댓글 우와~ 선아님 너무 멋져요^^
제가 덕분에 너무 행복한 하루를 보낸 것 같아요. ^^
소소한 재미가 있는 오전의 찻수업과 곤드레 나물밥으로 먹었던 점심과
나른한 오후의 성북동 나들이까지 하루가 참으로 보람차고 즐거웠어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