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눌옥도(訥玉島)'
한때, 난 땅따먹기의 영재였다. 납작한 몽돌이나 바둑알로 가고자 하는 곳의 길을 상상하고 돌을 날리고 세 네 번 안에 자신의 영역으로 돌아와서 안착한다. 밑그림을 잘 그려야 한다. 힘 조절이 핵심이다. 운동장이나 마당이 큰 집에서 두세 명이 모여서 엄지와 검지를 튕겨 돌을 날린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한계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욕심의 그릇이 알렉산더나 나폴레옹이나 칭기즈칸처럼, 크면 안 된다. 영악해야 한다. 자기 계발서를 많이 읽은 자는 땅따먹기를 잘 할 수가 없다. 야망을 버려야 비로소 보이는 것이다. 자신의 한계를 영악하게 파악해야만 한다.
가장 넓은 영역을 차지하는 사람이 우승하는 것이다. 땅따먹기 전 세계 올림픽에 나가 우승을 한 후, 비법을 인터뷰한다면 '山 메 산'이라는 수화를 날릴 것이다. 자신 있게 말할 것이다.
"나아가기보다 돌아오기를 먼저 생각하세요!"
괴도 뤼팽이 탈출구를 먼저 만들고 나서 일을 시작하는 것과 같은 이유이다. 기가 막히게 난 다시 돌아온다. 심지어 놀이를 같이하던 짝이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가 화가 나서 집으로 간 적도 있다. 이생이 끝나고 다음 생이 오면 우린 다시 이 자리로 올수 있을까?
정녕 다시 오고 싶지 않다. 떠돌고 떠돌아온 광야마저 그리워지는 전생이 내게도 있었을까?
산이 있다. 내가 이산을 꼭 사고 싶었던 이유는 두 가지이다.
전라남도 진도군 조도면에 위치한 "눌옥도"에 있는 야산이다.
첫째, 우리나라에서 제일 싼 땅이다. 2016년엔 한평에 99원이었다. 마치 0.9999로 끝나는 야릇한 가격의 물건들처럼 나를 유혹했다. 일단 이섬의 매력은 점점 유명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싼 땅이라는 사실에 관심을 받고 있다. 섬들의 돌들이 둥글고 납작해서 "누룩 섬"이라고 한때 불렸다. 내가 좋아하는 땅따먹기용 명품 돌들이 넘쳐난다.
둘째 이 산은 아무 쓸모가 없다. 건물을 지어서도 안되고 그냥 간이 의자 하나 가지고 가서 "멍"때리고 바다를 바라보는 용도로 밖에 쓸 수가 없다. 난 쓸모없는 산의 위대한 소유주가 되는 것이다. 고래의 입안이 얼마나 아늑한지를 자랑하는 허세 가득한 섬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눌옥도에 가면 60세 이상 어르신들만 계셔서 내가 청년회장해야 할지도 모른다. 팔순잔치에 걸그룹이나 아이돌 역할을 해야 하는 영광을 얻게 될 수 있다. 나도 어르신인데 어르신들 모시고 살아야 한다. 거기에선 난 맘 놓고 늙을 수도 없다.
대전에서 거리가 조금만 가까웠어도 난 바로 질렀을 것이다. 나의 통찰력은 적중했다. 지금은 공시지가 가격이 세배 이상 오른 335원씩이나 한다. 진도 쉬미항에서 배를 타고 3시간 30분을 가야 한다. 조선이 대한 제국으로 그리고 다른 이름으로 바뀌어도 이 땅의 역사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내 마음은 오늘도 바람난 여자로 "눌옥도"에 거주하고 계시는 어르신들이랑 막걸리 한 사발 마시고 해풍 맞고 자란 달달한 배추로 담근 김치를 안주 삼아 노래 한가락 뽑는다.
T 백화점에 수년 만에 갔다가 길을 잃었다. 아무 생각 없이 남편 주려고 만두를 샀다. 세상에 fucking! Fuck 인간 세상의 가격이 ing !! 한 팩의 아담한 만두 4개가 1만 천 원이었다. 4팩이나 샀다. 무심코 산 소박한 음식들이 내 맘을 찢었다. 마음 다치고 입맛 떨어졌다. 백화점 옆 건물 만두가게의 통통한 왕만두 보다 3배가 더 비쌌다. 소소한 국민 분식에 4만 4천 원어치의 거액을 지불한 것이다. 맛도 없었다. 하루치의 경험을 샀으므로 후회는 없다. 회장님께서 초청장을 보내셔도 다시는 안 갈 것이다. 적어도 난 가오는 있다.
내가 존경하고 좋아하는 회장님께서 내 피 같은 돈을 드셨다. 나의 스승님이 돌아가신 그 자리! 다시는 안 갈 것이다. 그분과 같은 헤어스타일의 전두환을 존경하는 아프신 회장님을 오늘부터 버리기로 했다.
내가 좋아하는 단어"의리"를 이젠 버려야겠다. 신념이 무너지는 으리으리한 밤이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공부가 되는 새벽, 진정한 학문이란 삶에 관한 바른 이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