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는?
-- 흑인숨결 강해도 '백인지향' 담겨 --
재즈는 1950년대 중반 로큰롤이 등장하기 전까지 20세기 전반을 석권했다. 미국 최초의 재즈음반 레코딩은 1917년 백인그룹 ‘오리지널 딕시랜드 재즈 밴드’가 했다. 하지만 재즈의 중심은 루이 암스트롱, 듀크 엘링턴 등 연주를 통해 자유를 만끽하려는 흑인들이었다.
흑인의 한을 토하는 블루스와 달리 ‘미국음악의 아버지’ 재즈는 흑인 숨결이 강하면서도 ‘백인 지향성’을 보였다. 트럼펫 트럼본 색소폰 등으로 연주되는 음악 패턴도 유럽 클래식에 주로 영향을 받았다. 뉴올리언즈에서 스페인계 백인과 흑인 혼혈인 ‘크레올’이 재즈 발전의 주축이 된 것도 그 증거다.
남부 초기 재즈는 1920년대 대도시로 북상해 ‘스윙재즈’ 시대를 낳았다. 스물두살의 루이 암스트롱이 뉴올리언즈에서 시카고행 기차에 몸을 실은 것도 1922년이었다.
1940년대엔 ‘백인화’된 스윙에 반발한 찰리 파커, 디지 길레스피 등 젊은 흑인 연주자들이 화성이 다채롭고 분방한 ‘비밥(Bebop) 재즈’를 실험했다. 1960년대 이후 여러 갈래 모던 재즈가 이어졌고, 마일스 데이비스는 팝과 록을 융합한 ‘퓨전 재즈’를 만들었다. 현재 대중에게 가장 인기있는 것은 퓨전 재즈다.
국내엔 1940년대에 전해졌고, 미8군 무대는 그 산파역을 했다. 1950~60년대 최희준 위 키리 박형준 김상국 현미 이금희 등이 영향을 받았고, 1990년대에 다시 바람이 불어 가요의 고급화에 일조했다.
(올리언즈=임진모·팝 평론가) - 조선일보 2001. 2.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