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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23일 쾌청
새벽 두시가 넘어 겨우 토끼잠을 자고 다섯시도 안되어 일어난 둘쨋날 아침. 운동복을 갈아 입고 운동화 끈을 단단히 동여매고 12층 죠킹 트랙으로 향했다. 아직 바다는 깜깜 절벽이나 환하게 켜져있는 전깃불 아래 부지런한 사람들이 꽤 많이 나와 온 몸을 땀으로 푹 적신 채 열심히 뛰고 있었다. 다리가 아픈 나는 왼쪽 라인에 서서 천천히 네 바퀴-one mile-을 돌았다. 그래도 아직 일출이 시작되려면 한 시간도 넘게 기다려야 했다. 다시 11층 Fitness Center로 내려가 요가로 한 시간 스트레칭을 하고 일출을 보기위해 12층 갑판으로 다시 올라가니 오전 7시 13분에 붉은 기운이 감도는 바다 속에서 단 몇 초 사이에 빨간 해가 불쑥 솟아 올랐다. 참으로 멋진 장관이었다.
오늘은 카리브해에 위치한 Port Belize로 가기 위해 종일 항해를 한다. 가는 도중 쉬지않고 걸프만을 항해하는 쪽빛 바다 사이로 기다란 섬 나라 쿠바도 만나고 유카탄 해협도 지나간다고 하였다. 배에서 하루를 보낼 볼거리와 놀거리를 스스로 찾아 즐겨야 한다. 이미 깨어있는 식구들과 아침 식사를 하고 첫날 미리 메모해 둔 오늘의 행사 일정을 알려주었다. 날마다 방으로 배달되는 Cruise Compass를 살펴 보면 알 수 있는 정보이지만 식구들의 취향을 잘 알고 있는 내가 미리 뽑아 놓은 정보를 식구들에게 나누어 주고 미리 예약이 필요한 Highlight entertainment & activities는 어제 오후에 미리 신청해 두었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서 점심 시간인 오후 1시 까지 개인 행동으로 돌입. 허리 수술을 한 형부는 방에서 책을 읽다가 심심하면 갑판에 나가 바람을 쏘인다고 하셨다.
수영장 메인 무대
귀찮게 졸졸 따라 붙으려는 손주들은 미리 신청해 놓은 오전 8시 30분 부터 정오 까지 진행되는 Adventure Wild Challenge 프로그램 장소로 데려다 주었다. Long Jump, Relay Races, Ballon Vollyball, Parachute Games, Socceer Shoot Out, Archery...등등 아주 흥미 진진한 프로그램이 가득하여 녀석들은 시작도 되기 전부터 이미 들떠서 펄쩍거리면서 뛰어다녔다. 다른 어른들은 각자 알아서 시간을 떼울 것이고 언제든지 원하면 서로 찾아 다닐 수 있으니 나는 이제 부터 점심 시간까지는 완전 Stress Free~~
홀가분한 마음으로 수영복에 가운을 걸치고 책 한권을 들고 수영장으로 향했다. 다섯개나 있는 풀장 물은 기절을 할 정도로 차가웠고 그 중 두개는 깊이가 2 feet를 훨씬 넘어서 어느 누구도 수영을 할 엄두를 못내고 긴 의자에 자리를 잡고 누워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다. 풀장이 있는 11층 곳곳에 열개도 넘는 Whirlpool이 있어서 이곳을 왔다갔다 하면서 몸을 따뜻하게 데우고 차가운 물에서 수영을 하면서 두 시간을 보내고 밤에 부족한 수면을 부충하기 위해 긴의자에 누워 책을 읽다 졸다 하기를 한 시간. 3-D 영화를 감상한 팀, 전신 맛사지를 받으로 간 팀, 포커 토너멘트에 참석했던 팀, 신나게 노느라 얼굴에 홍조를 띤 손주팀들이 점심을 먹기위해 모여들었다. 손주들의 간략한 샤워가 끝나고 버페 식당엘 갔는데 배들이 고팠는지 엄청들 먹어대었다. 그리고 한시간의 휴식 시간이 있었는데 손주 한 녀석은 얼마나 들고 뛰었는지 코까지 요란스레 골면서 골아떨어졌다.
코를 골며 낮잠을...
잠시 쉬고 오후 두시 부터 한 시간 동안 하는 Line Dance Class를 즐기러 샌들을 챙겨 신고 손주들을 이끌고 풀장 한가운데 무대로 향하였다. 오늘은 신나는 쌈바와 룸바 춤을 가르쳐 주었는데 나는 중간에서 춤을 춘 관계로 무릎과 발목이 빠져 날갈 정도로 아팠는데도 도저히 빠져 나올 수가 없었다. 아무튼 아프긴 하였지만 이미 배워 두었던 스텝들이라서 체중이 한 이 파운드쯤은 빠질 정도로 땀을 뻘뻘 흘리면서 신나게 추고 나왔다. 다시 풀장에서 손주들과 신나게 물놀이를 즐기고 녹초가 되어서 방으로....
내일 부터 연이틀 큰 배를 떠나 두개의 섬으로 나가는 여행이 있어서 오늘 저녁 미리 Christmas를 위한 Captain's Welcome Reception이 있어서 저녁 식사 복장이 Formal 차림이었다. 샤워하고, 화장하고, 머리 손질 하느라 난리 법석을 떠는 식구들이 무척 재미 있어서 이방 저방을 돌아다니면서 구경을 하였다. 그러고도 시간이 남아 감아서 몇 번 손으로 털어버리면 되는 머리를 애꿎게 몇 번씩 매만지면서 원피스에 간단한 목걸이를 하고, 싫다고 반항하는 발에 앞이 막힌 납작 샌들을 찾아 신기니 파티 준비 끝~~ 집합 장소에 모두가 모여드니 이건 내 눈이 휘둥그레 질 정도로 화려번쩍이었다.
오늘 저녁 메인 메뉴는 정통 French Style Seafood였다. 그래서 격에 맞게 조카 사위가 거하게 쏘아 한 병에 50불이 넘는 1998년산 백 포도주 샤또 디껨(Chateau D'Yauem)을 세병 주문 하였다. 밖에서는 벌써 캡틴 파티가 시작되었는지 크리스마스 캐롤 연주가 들리고 저녁 식사를 하는 손주들의 엉덩이는 이미 의자 위에서 반은 떠나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와서 단체로 가족 사진도 전문가에게 한장 찍었다. 언니네 아들 딸들은 남아서 자기 식구들과 가족 사진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럴 때는 나만의 가족이 없는 것이 편한 건가 아닌건가?
가족 사진-원본을 되찍어 분명치 않음-
내 몸이 불편하다고 아우성을 쳐서 얼른 빠져 나와 간편 복장으로 갈아 입고 남은 캡틴 파티를 편안하게 즐겼다. 사천여명의 승객들 중 아마도 반 이상이 요란한 드레스들을 입고 5층으로 몰려 나와서 북적거리니 여기가 별천지인가보다 할 정도로 화려하였다. 실례가 되어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지만 정말 파티복이 이렇게 다양하고 대담할 수가 있을까 하고놀란 내 입이 저절로 벌어졌다. 오늘 다시 한번 결심한 것이 있다면 미국 오기 전 처럼 날씬해 질 수는 없겠지만 살은 꼭 빼고 봐야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다. 캐롤 연주도 듣고, 선장의 인삿말도 듣고, 크리스마스의 분위기에 흠뻑 취해 방으로 돌아오니 완전 물에 젖은 솜 같이 내 몸이 천근만근.
크리스마스 캐롤 연주
방에서 혼자 책을 읽고 있는 형부를 피해 오늘은 20불을 챙겨들고 Casino로 향하였다. 갬블링은 안 좋아
하지만 오늘 같은 날 밤 바다를 혼자 내려다 보는 것은 웬지 궁상을 떠는 것 같아서... 운이 좋아 20불을 갖고 두시간 반을 놀고나서야 내 돈 20불을 카지노에 도네이션 하는 작업이 끝~ 막 나오는데 포커와 갬블링의 도사인 조카 셋과 조카 사위가 들어오다 마주쳐 어쩔 수 없이 끌려 라이브 쇼 하는 바에 들어가 맥주 한병 마시면서 놀림을 받다 나왔다.
"에고~ 불쌍한 우리 이모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엉뚱한 곳에서 방황을 하네 그려..ㅜㅜㅜ" '칫! 녀석들. 너희들이 내 고충을 진정 알기는 하냐?'
Jeanette Alexander / Grandfather`s Cl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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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즐길줄아는 사람만이즐기는곳이 크루즈여행인가보다
아침운동 몸살안나겠니?
이럴때 대비하여 지르박 탱고 배워둬야 주눅들지 않겠네
하여튼 일상탈피하여 즐기는 것이 부럽다
탱고 하니까 생각이 난다.
어느날 밤인가 혼자 칵테일 한잔
하고있던 카지노 옆 바에서
자녀들이 모시고 온 80 할머니가
바 손님이었던 20대 청년과
즉석에서 파트너가 되어
적당한 거리를 두고 마주 잡은 채
너무 정열적이고 멋진 탱고를 추던 모습이.....
너도 남편과 함께 배워보렴.
그리고 요즈음 유행하는 줌바나 쌈바 같은
춤도 함께 말이다.
영자야 너무 재밌다
외손자 열감기라 병원 다녀와서 자세히 또 봐야지~~ 고마워! 여행 기분 만끽하게 해주어서...
정말 바쁘구나.
요새 감기가 너무 심하고 무섭던데...
너도 조심하렴.
영자야!
오랫만에 들어와 여행기 아주 재미있게 보았어.
건강하지?
그리고 나 크리스마스이브에 외할머니대열에 합류했어
견옥아 축하해~
가족이 새로 생긴다는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
네 건강도 잘 챙겨야 하느니라~~~
나는 오케이~~
외할머니 된 것 축하한다.
네 소식은 선례 전화를 통해서
가끔 듣는단다.
외손녀 사진 좀 한번 올려봐.
너무 보고 싶다.
폰으로 영자 여행기가 올라와 있는 것을 보고는
얼른 컴퓨터를 켰네.
영자랑 크루즈 여행을 떠나려고...
크루즈 여행 하려면 탱고부터 배워야겠네. ㅎㅎ
눈 앞에 전개되는 풍경이 너무 재미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