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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 in Cinema┨ 눈부시게 애틋한 서사시 영화 '로마 (ROMA)' 로의 시간 여행, 거기에 깃든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 속 '무도회'.
충식님 추천 0 조회 288 19.09.02 05:05 댓글 6
게시글 본문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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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작성자 19.09.02 12:08

    첫댓글 < 로마 > 에는 온 가족이 < 우주탈출 >(1969)
    이라는 영화를 관람하는,

    '영화 속 영화' 장면이 등장하지요.

    알폰스 쿠아론 감독의 전작으로 우주공간을
    유영했던 < 그래비티 >(2013)의 씨앗이 됐을
    영화로 그려집니다만,

    이러한 시간 여행의 중심에는 백인 중산층
    가정의 입주 도우미 클리오가 있습니다.

    영화는 주인공 클리오를 바라보거나
    클리오가 보고 듣는 세계를 잔잔하면서도
    너무 느리지 않게 전하고 있지요.

  • 작성자 19.09.02 12:15

    영화 < 로마 >는 가장 낮은 자리에 임한
    길바닥으로부터 출발합니다.

    모호한 시선의 프레임 안으로 잠시 후
    세제 거품이 낀 물이 빗자루 소리와 함께
    밀려들지요.

    더러운 물이 도로 포장석을 덮어 이룬 수면에
    하늘이 내려앉고 곧 비행기가 그것을 가로지르며,

    고요하고도 청아한 마음의 열림,
    그 놀라운 순간을 선사해 주지요.

    관객들은 영화 후반에 이르러 이 비눗물의 춤과
    대조를 이루는 파도의 이미지와 마주치게 됩니다.

    마침내 조심스레 고개를 든 카메라는 마당 청소를
    마무리 짓는 클리오를 시야에 담은 채 한동안
    놓아주지 않지요.

  • 작성자 19.09.02 16:28

    좁은 별채에서 동료 가정부와 기거하는 클리오...

    그녀는 고용주 가족, 특히 어린 4남매를 사랑하고
    아이들도 클리오의 품을 정겹게 파고 듭니다.

    그렇게,

    감독 알폰소는 < 로마 > 로의 시간여행을 통해
    확신에 찬, 느린 호흡과 함께 관객들을
    클리오의 세계로 데려가지요.

    해서,

    과거 속 아련한 기억은 알아차릴 수 없을 만큼
    조금씩 발끝부터 적시며 차올라 어느새 사방을
    둘러쌉니다.

  • 작성자 19.09.02 23:50

    감독 쿠아론은 가족이면서도 가족이 아닌
    1970년대 멕시코 가내 노동자의 모호한 지위를
    냉정한 시선으로 그려냅니다.

    클레오는 가사 노동뿐 아니라 4남매를 위해
    부모가 해야 할 일도 대신 도맡아 하지요.

    아침이면 노래를 불러 깨우고
    밤에는 사랑한다 말하며 재웁니다.

    소피아와 그의 어머니 테레사 역시 클레오가
    임신한 사실을 털어놓자 두말없이 검진과
    출산 준비를 도와주지요.

    하지만 현재의 눈으로 과거를 돌아보는
    < 로마 > 는 계층 사이를 엄연히 가로막는
    벽 또한 날카롭게 끄집어냅니다.



  • 작성자 19.09.03 18:55

    영화 < 로마 > 에는 거대하고 중대한 (자신들이
    그렇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가치를 찾아 떠난
    남자들과 그 뒤에 남아 아이들을 껴안고 있는
    여자들이 자리합니다.

    소피아의 남편 안토니오는 가족보다
    평생의 사랑을 선택하고,

    클레오의 애인 페르민 또한 무술이 상징하는
    초월적 파워를 익혀 ‘큰일’을 하겠다는 미명하에
    그녀의 임신을 비겁하게 외면하며 도망치지요.

  • 작성자 19.09.03 19:04

    TV를 보는 주인 가족에게 간식을 가져다준
    클레오는 자연스레 거실 바닥에 앉아 함께
    쇼를 시청하며 웃지만,

    남편의 차를 준비하라는 소피아의 지시에
    곧장 일어서지요.

    클레오를 산부인과에 데려간 할머니 테레사는
    원무과 직원의 물음에 클레오의 생일도,
    나이도 대답하지 못합니다.

    같은 병원에 의사로 근무하는 가장 안토니오도
    고통스러워 하는 클레오를 격려하지만,

    막상 분만실까지 동석하겠느냐는 동료 의사의
    제안에는 뒷걸음치고 말지요.

    남편의 외도로 홀로 남겨진 소피아와
    애인에게 버림받은 클레오...

    이 두 여인네는 무책임한 남자들의 빈자리에서
    아이를 보살피는 처지를 공유하고 교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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