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가 숨 쉬는 월천공원 / 전성훈
여행, ‘여성이 행복한’ 공원이라는 별칭을 가진 공원, 작지만 아담하고 예쁜 우리 동네 월천공원, 달과 개울이라는 월천(月川)을 ‘달여울’이라고 멋지게 바꿔 부르기도 한다. 다정하게 함께 사는 자연의 친구들이 많은 월천공원이 마음에 든다.
월천공원에는 아파트를 지을 때 공원을 만들면서 심은 키 큰 나무와 키 작은 나무들이 사이좋게 지낸다. 키가 큰 나무에는 소나무, 느티나무, 단풍나무, 은행나무, 메타세콰이어가 있다.
제일 먼저 눈에 띠는 것은 귀양지 제주에서 그린 추사 김정희 선생의 세한도(歲寒圖)처럼, 옛 선비들이 충절과 의리의 상징으로 그렸다는 늘 푸른 나무로 알려진 소나무다.
소나무 옆의 느티나무, 시골 마을 어귀에 서 있는 아름드리 고목나무 한 그루는 우리 농촌의 대표적인 풍경이다. 당산나무나 정자나무로 불리는 나무의 대부분은 느티나무이다.
쑥쑥 크면 키가 15m까지 자라는 단풍나무, 빨강색, 주황색 등 단풍에 대한 느낌은 사람마다 다르다. 꿈 많은 소녀의 책갈피에 끼워진 단풍은 어딘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소년을 향한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 같다. 은행나무는 우리나라 가로수 중에 가장 많이 사랑받았던 나무다. 가을이 익어갈 때 노랗게 물든 은행잎을 보면 누구나 저절로 가슴이 설렌다. 사람의 마음을 가을로 물들게 하는 은행의 열매는 자연의 냄새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고약스럽다. 게다가 언제부터인가 길거리 은행 열매에 중금속이 들어있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은행나무는 천덕꾸러기 신세이다.
중국이 원산지인 메타세콰이어는 전라남도 담양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이 유명세를 타면서 우리나라 이곳저곳에 많은 사람을 유혹하는 고혹적인 메타세콰이어 길이 많다.
키 큰 나무들 옆에는 작은 키의 조팝나무, 회양목, 사철나무, 화살나무, 영산홍이 어깨를 나란히 한다. 눈에 확 들어오는 나무는 키 1m 정도의 조팝나무다. 흰빛이 너무 눈부셔 봄철에 때늦은 눈이 온 줄 알고 깜짝 놀라기도 한다는 조팝나무, 꽃핀 모양이 튀긴 좁쌀을 붙여놓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조팝나무라고 한다.
조팝나무 옆 키 작은 회양목, 나무는 종류마다 자라는 속도 차이가 엄청나다. 빨리 자라는 나무의 대표는 오동나무이고, 더디게 자라는 나무의 하나가 회양목이다. 회양목은 키가 2~3미터가 고작이며, 100년을 자라도 팔목 굵기를 넘기기 어렵다고 한다.
사철나무는 화살나무속에 속하는 관상용 관목이다. 잎이 사철 녹색을 띠며, 여름이 시작되면서 연한 황록색 또는 녹색의 꽃이 피고 10월에 붉은색 열매가 익는다. 가을에 되면 나무에 달리는 열매와 씨가 보기에 좋아 단독주택 울타리나 정원에 널리 심는다.
화살나무는 우리나라 전국 각지의 낮은 산에서 자란다. 키는 3m 정도 자라며 줄기에 화살의 깃처럼 생긴 코르크의 날개가 길게 발달하여 화살나무라고 한다.
영산홍은 진달래과에 딸린 상록 관목으로 일 년 내내 늘 잎이 푸르고 원산지는 일본이다. 키는 약 15~90cm쯤 자란다. 구별하기 헷갈리는 진달래, 철쭉, 영산홍의 차이를 보면, 진달래는 앙상한 가지에 꽃이 먼저 피고 꽃이 지면서 잎이 나온다. 4월에 피고 2-3미터 높이로 자라고 참꽃이라고 하며 독성이 없다. 철쭉은 잎이 먼저 나오고 꽃이 피거나 꽃과 잎이 같이 핀다. 5월에 개화하고 잎이 둥글고 독성이 있다. 영산홍은 철쭉의 일본 개량종으로 왜철쭉으로 불리며 5월경 철쭉과 비슷한 시기에 꽃이 핀다. (국립수목원 자료 참조)
나무들 사이로 철 따라 피는 꽃들은 또 어떠한가? 봄이 오면 매화, 산수유, 진달래, 개나리가 흐드러지게 피고, 이에 뒤질세라 우아한 자태의 백목련, 자목련이 피어오르고, 기다렸다는 듯이 철쭉과 연산홍 그리고 모란이 핀다. 오월의 여왕 장미도 그 화려한 꽃을 피운다. 가을이 면 코스모스, 국화, 구절초가 살며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그냥 무심코 지나치면 별 특징이 없는 장소지만 하나하나 세세히 보고 나니 꽤 여러 식물이 공원을 꾸며주고 있음을 느낀다.
그뿐인가 여름철 비 오는 날엔 작은 연못에서 개구리와 맹꽁이가 기다렸다는 듯이 노래를 한다. 개굴, 개굴, 개굴 노래하는 개구리의 음색보다는 맹꽁, 맹꽁, 맹꽁 하며 우는 듯 한 맹꽁이 소리가 더 청아하다.
한여름이면 짝지기를 하려고 오랫동안 인고의 세월을 기다렸던 수많은 매미들이 합창을 한다. 인간의 눈에는 그지없이 짧은 사랑으로 보이는 숭고한 짝짓기 놀이, 온 목청을 높여 소프라노 가수처럼 우아하게 매미는 노래 부른다.
매미, 개구리, 맹꽁이 이외에도 공원에서 사람들에게 노래를 선사하는 귀엽고 아름다운 새들의 노래가 공원을 지나가는 사람의 마음을 휘젓는다. 까치와 까마귀 그리고 이름 모르는 새들이 지지배배 노래를 부른다. 식물과 새들이 평화롭게 지내는 아담하고 작은 월천공원이 자랑스럽다. (2020년 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