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蘭皐난고 金炳淵김병연(1807~1863) | |
그는 조선조 후기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勢道大家세도대가 安東金氏 문중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 金安根은 荷屋大監으로 불리는 金佐根을 비롯하여 金汶根. 金洙根과 같은 항렬이며, 할아버지 金益淳김익순은 純祖순조임금의 장인으로서 안동김씨 세도를 창시했던 金祖淳과 같은 항렬이었다. 그토록 60년 세도가문의 한 허리에 태어나서 탄탄대로가 보장되었을 그가 세상을 등지고 술 한 잔에 시 한 수로 조국산하를 누비면서 숫한 逸話일화와 名詩를 남기고 57세를 일기로 비운의 일생을 마친 연유는 그의 할아버지 '金益淳-正法'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병연이 겨우 다섯 살이던 純祖 11년(1811)에 평안도에서는 '關西관서푸대접'을 이유로 한 '洪景來홍경래의 亂'이 일어났다 "홍경래"가 지방차별과 조정의 부페에 항거하여 일으킨 "농민항쟁" 이었다 홍경래는 책을 읽다가 왕후장상이 어찌 종자가 따로 있겠는가? 장부가 죽지 않으면 큰일를 이루고 죽으면 큰이름을 남긴다는 대목에서 무릎을 치며 감탄한다. 달이 뭇별을 거느리고 하늘에 진을 치니 바람은 나뭇잎을 몰고 가을 산에서 싸우도다 "평양 鄕詩향시를 통과한 홍경래"가 한양으로 올라가서 과거시험에 응시한다. 하지만 과거시험은 홍경래같은 지방출신이 통과 할 수 있는 "등용문 " 이 아니였다. 세도가 자제들은 課場과장에 가지 않아도 급제하지만 시골선비는 한갓 노자와 다리힘만 헛되이 할 뿐 이라고 탄식하며 이들이 낸 답안지는 휴지로 사용할뿐이라 전하고 있다. 과거는 세도가 자제들의 관직진출을 위한 통과의례에 지나지 않았다. 서북출신이던 홍경례의 경우 ,평안도 사람들을 조선초기에 "유민"(다른지방에서 흘러온 떠돌이)이라 하여 위험하게 여겨 관직에 쓰지 않았고 나중에는 賤천하게 여겨 쓰지 않았다. 홍경래는 금광을 한다는 명목으로 장정들을 끌어모아 군사훈련을 시켰다 장정들에게 땅을 파게 하여 기운을 평가하고 새끼줄을 쳐놓아 높이 뛰게하여 날램을 평가했다. 홍경래의 군사가 여덟 고을에서 봉기를 일으켰다 平西大元帥평서대원사라고 자칭한 홍경래는 노도와 같이 일어난 민중을 조직적으로 지휘하여 擧事거사한지 6일만에 청천강 이북의 嘉山, 博川, 郭山, 定州, 宣川, 泰川, 鐵山, 龍川 등 8읍을 점령하였으니 그 와중에 저항다운 저항 한 번 해 보지 못하고 밀려난 고을이 비단 선천만은 아니었다.
그러나 嘉山郡守가산군수 鄭蓍정시같이 반도에게 포위되어 항복을 강요하는 적으로부터 양팔이 잘리면서도 인둥이(守令수령을 상징하는 인장)를 입으로 물고 항복을 거부하다가 끝내 목숨을 버리고 節義절의를 지킨 충신도 있었지만 그 외엔 다른 고을의 수령들도 거의가 선천부사와 다를 바 없었으니 당시의 상황으로 보아 항복한 것만으로 중형에 처해질 일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김익순이 壯金勢力장금세력의 비호를 기대할 수 있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斬刑참형에 처해지고 만 데는 또 다른 사연이 있었다. 그는 저항 없이 적에게 항복하여 순순히 복종하고 협력하다가 전세가 역전되자 叛徒반도가 흩어지는 틈을 타서 적진을 벗어난 후에 농민이 밴 홍경래의 참모 金昌始의 목을 돈 천 양을 주기로 하고 사서 자기의 전공으로 위장하고서도 약속한 목 값을 주지 않음으로서 파렴치한 그의 죄상이 낱낱이 밝혀졌기 때문이었다.
드디어 김익순은 大逆罪人대역죄인이 되어 斬首참수되고 家産가산은 籍沒적몰되었으며 가족은 겨우 연좌형을 면하여 목숨은 부지하였으나 대역죄인의 아들이 된 아버지마저 화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나니 병연은 홀어머니에 이끌리어 황해도 谷山곡산을 비롯한 여러 곳을 유랑하다가 깊은 산골 寧越영월에 찾아 들어 정착했었다.
그의 어머니 함평이씨는 첩첩산중, 노루꼬리만큼 해가 든다고 하여 노루목이라고 했다는 이 곳에 숨어 살면서 어린 아들에게 가문의 내력을 일체 숨긴 채 그저 글만 가르쳤고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알던 병연은 열 살을 전후해서는 이미 四書三經사서삼경을 통독하였을 뿐 아니라 고금의 詩書시서를 두루 섭렵하면서 특출한 詩才를 표출하여 주위를 놀라게 하곤 했다고 한다.
더욱이 영월은 端宗단종의 莊陵장릉이 있는 곳으로서 단종애사기 딤긴 비통한 유적들이 도처에 자리하고 있으며 영월읍을 둘러싼 산봉우리들의 이름마저도 成三問峯성삼문봉이니 朴彭年峯박팽년봉이니 하고 지어 부르는 忠節충절의 고장에서 經書경서를 배우고 史書사서를 익히면서 그는 불의를 미워하고 節義절의를 흠모하는 대쪽같은 선비가 되어 가고 있었다.
http://cafe.daum.net/dowonlis 度沅 ,Kenny ,도원
● 영월 향시에서 壯元及第장원급제하다
金炳淵이 白日場에 나가 응시한 것은 그의 나이 스무 살 나던 해 늦은 봄의 어느 날이었다.
어머니의 간곡한 권유에 영월 백일장에 나온 병연은 詩題를 보고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10여 년 전 이 나라에 벌어졌던 대역사건, 그 중의 대조적인 두 인물,
* 世臣 ; 대대로 한왕조를 섬겨온 신하 鄭公 ; 홍경래난때 가산군수인 鄭蓍(정시)를 말함
* 撫劍 ; 칼 자르를 쥐고 칼을 빼려함
* 昇平日月 ; 세상이 태평하다
* 魯仲連 ; 중국 주나라의 충신 諸葛亮 ; 중국 蜀漢의 승상 자 공명 風塵 ; 세상의 兵亂
* 岳飛 ; 중국 송나라의 장군 伯夷 ; 伯夷叔齊 . 상나라 孤竹君의 두 아들. 아버지가 죽을때 아우인 숙제에게 대를 잇게하려 하였으나 숙제는 형인 백이에게 대를 이어야 한다며 듣지 않았다. 또한 형은 아버지의 뜻을 따라야 한다하면서 도망갔다고 함. 형제 우애의 상징 인물
김병연은 鄭蓍의 장렬한 전사광경을 경건한 마음으로 찬양했다.
西來消息慨然多(서래소식개연다)서쪽에서 들려오는 소식 서글프기 그지없기에
* 慨然 ; 분개하여 한탄하는 모양 甲族 : 문벌이 높은 집안
吾王庭下進退膝(오왕정하진퇴슬)임금 앞에 꿇어 드나들던 그 무릎으로
* 九泉 : 황천과 같은말
* 春秋筆法 : (공자의 역사 비판이 나타나있는 춘추 와같이) 대의명분을 밝혀세우는 史筆의 논법
실로 통렬하고 신랄한 규탄이었다. 동헌마당에는 급제자의 방문이 나붙었고 그 첫머리에 '壯元及第 金炳淵'" 글이 크게 두드러져 보였다.
영월 백일장에서 장원급제한 金炳淵은 주변의 칭송과 축하를 듣는둥 마는둥 집으로 향했다. 우리들 삼형제(형 炳夏 아우 炳湖)를 홀로 길러 내시느라고 얼마나 고생을 많이 하신 어머니시던가.
걸음을 재촉하여 집에 돌아오니 예상했던 대로 어머니와 아내 황씨가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병연은 두손 모아 어머니 앞에 공손히 큰 절을 올렸고 재빠르게 눈치를 알아챈 어머니와 아내도 기뻐서 어쩔줄을 몰라했다.
아들의 글재주를 아는 어머니는 급제쯤이야 할 줄로 알았지만 장원을 했다는 말을 듣고는
그러나 어머니의 말씀 속에는 그 어떤 숨은 뜻이 있는듯하니 만약 우리 가문에서 지난날에 누군가가 高官大爵고관대작을 지내다가 몰락한 일이 있다면 그 가문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은 후손된 자의 도리가 아니겠는가.
이 기회에 가문의 내력을 바로 알고 싶었지만 어머니는 짐짓 말머리를 돌려 오늘의 백일장 試題와 장원한 아들의 글을 듣고 싶어 했고, 병연도 기뻐하는 어머니와 아내 앞에서 신바람 나게 휘둘렀던 詩句를 떠올리면서 어깨를 으쓱하며 말문을 열었다.
"지금부터 15,6년 전에 <洪景來 亂>이라고 하는 반란사건이 있었던 것을 어머님은 기억하십니까?" 홍경래라는 말을 들은 어머니는 놀라 가슴이 덜컹했지만 애써 태연한체하면서 다음 말에 신경을 곤두세웠고, 이를 깨닫지 못한 병연은 예사롭게 말을 이어 나갔다. "그 홍경래 난 때 끝까지 충절을 지켰던 가산군수 鄭蓍를 칭송하고 싸워 보지도 않고 항복한 후에도 비겁한 짓을 꾀하였던 선천부사 金益淳을 탄핵하라는 시제가 주어졌는데 그 일에 대해서는 제가 익히 알고 있을 뿐 아니라 평소 마음속으로 是是非非를 분명히 했던 소신대로 一筆揮之했습니다."
이 말을 듣고 있는 어머니는 눈앞이 캄캄해 왔다.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이냐. 그럴 줄 알았더라면 장성한 아들에게 진작 집안내력의 귀띔이라도 해 주었어야 했는데 이제 와서 후회한들 무엇하랴. 아니 그 치욕스런 과거를 어떻게 입에 올릴 수 있었으랴.
그런 줄도 모르고 신명나게 낭송해 가는 아들의 詩를 듣고 있던 어머니는 "너는 죽어 황천에도 못 갈 놈, 거기에는 선대왕이 계시지 안느냐.(魂飛莫向九泉去 地下猶存先大王)하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더는 참지 못하고 아들의 입을 막았다. 그리고는 풀썩 엎드린 채 목놓아 통곡하기 시작했다.
아들도 며느리도 모두 영문을 몰라 어찌할 바를 몰랐지만 얼마 동안을 흐느껴 울고 일어난 어머니는 마음을 진정시킨 후 조용히 입을 열었다. "너와 내가 함께 조상님께 큰 죄를 지었구나." 그리고는 아직도 영문을 몰라 하는 아들에게 벽장 속에 숨겨 두었던 집의 系譜와 史蹟을 적은 일종의 家族史라 할 家乘이었다. 거기에는 수십 대를 내려오는 조상들의 빛나는 계보가 기록되어 있었고, 끝판에 와서는 金益淳-金安根-金炳淵으로 이어져 김익순과 자기와의 관계를 분명히 하고 있었다.
"아이구 이럴 수가" 병연은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리며 자리에 쓰러졌다. 그리고 통곡했다. 역적의 후손이라니, 울어도 울어도 설움은 자꾸만 복받쳐 올랐다. 역적이든 충신이든 그 어른이 나의 조부님이신 것만은 틀림없거늘 그토록 처절하게 매도하다니 장차 어찌 얼굴을 들고 세상을 본단 말인가. ● 煩悶번민하는 詩人
백일장에서 자기가 그토록 추상 같이 매도했던 대역죄인 金益淳이 바로 자기 할아버지였음을 확인한 金炳淵은 한 순간에 천길 나락으로 떨어진 운명의 비통함과 조상에게 지은 돌이킬 수 없는 罪責感, 그리고 하늘을 우러러 볼 수 없는 自愧感으로 하여 자기는 죽을 수밖에 없는 죄인이라고 자처했다. 몇 번이고 죽기로 결심했지만 늙은 어머니의 만류를 거역하지 못한 그는 어디 가서 술이라도 퍼 마셔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일전의 백일장 길에 만났던 주막의 凡常치 않은 주인 영감을 머리에 떠 올렸다. 짧은 만남 속에 몇 마디 나눈 대화였지만 그는 분명 예사 노인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었다.
전일보다 한결 반갑게 맞아 주는 주막집 노인은 찾아온 젊은이가 일전에 백일장에서 장원급제한 김병연이라는 시골 선비임을 이미 알고 있었다. 邊應洙라는 자기 본명을 굳이 숨기고 醉翁이라고만 한다는 이 노인은 科擧를 열 번이나 보아서 모두 낙방하고 세상을 떠돌다가 우연히 젊은 주모를 만나 이곳에 숨어 산다고 했다. 그는 醉翁이라는 자기 별호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이태백의 시 한 수로서 설명을 대신했다.
어떤 점이 그토록 못 마땅하였느냐고 따져 묻는 병연에게 그는 이런 말을 들려준다.
老子 道德經에 樂殺人者 不可以得志於天下
그는 "만약에 金益淳에게 후손이 있어 그대 글을 보았다면 그대를 얼마나 원망하겠느냐." 고도 했다.
이 말에 깜짝 놀란 병연은 이 노인이 자기와 조부와의 관계를 훤히 알면서 비웃는 것 같아서 화가 치밀어 거세게 항변했지만 무심중에 자기 비밀만 스스로 폭로한 꼴이 되고 말았다.
70평생을 산 사람으로서 그저 원칙론을 폈을 뿐인 취옹은 병연의 처지를 알고 보니 참으로 민망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覆水不返盆이라고 이미 엎질러진 물을 어찌 하겠는가. 그는 슬쩍 隱喩的인 표현과 익살로 그를 위로한다. 죽고 싶다는 병연에게 "어머니가 계신데 그 앞에서 죽는 것은 또 하나의 죄를 짓는 것이라" 하고, 죽지도 못하면 어떡하느냐는 물음에는 "自作之孼不可活이라는 말과 같이 스스로 저지른 재앙은 돌이킬 수 없는 법이니 그 괴로움을 참고 견디는 것이 스스로 지은 죗값을 치르는 것이라"고 가르친다.
仰不愧於天이라고 했는데 하늘을 어떻게 우러러보며 사느냐고 하니 그는 허허 웃으면서 "상제처럼 삿갓을 쓰면 되지." 한다. 그리고 그는 자기의 삶이라도 이야기 하는 듯, 모든 욕망을 초월한 棄世人이 되면 눈앞에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고 했다.
"醉翁之意不在酒 在乎山水之間也"
"취옹의 뜻은 술에 있는 것이 아니고 산수간을 마음대로 떠도는데 있다. 고 슬쩍 자기의 속내를 내비친 그는 술 한 잔을 다시 들이킨 후에 "모든 욕망을 깨끗이 버리고 한세상을 산천경개와 더불어 되는 대로 살아가는 것도 매우 운치 있는 일이 될 수 있을 것이라." 고...
● 삿갓을 눌러 쓰고 죽(竹)시를 읊는다
영월 김삿갓 유적지에 있는 죽(竹)시 비
醉翁과 醉談? "하늘을 보기가 부끄럽거든 상제처럼 삿갓을 눌러 쓰고 '棄世人'이 되어 산천경개를 즐기면서 되는 대로 한 세상 보내는 것도 운치 있는 일일 것이라." 고 하던 말만이 세차게 머리를 때린다. 병연은 큼직한 삿갓부터 하나 샀다. 비도 안 오는 날에 삿갓을 쓰고 보니 지팡이라도 하나 짚어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는 다시 주막에 들러 취옹과 석별의 정을 나눈다. 병연을 맞은 취옹은 술상을 마주하고 빙그레 웃으면서 "자네 참말로 삿갓을 썼네 그려. 그래 어떤 결심이라도 했는가?" 하고 묻는다. 병연은 묵묵히 술만 마시다가 紙筆墨을 청하여 대답대신 詩 한 수를 적어 내려간다. 此竹彼竹化去竹(차죽피죽화거죽)이 대로(竹) 저 대로(竹) 되어 가는 대로(竹)
賓客接待家勢竹(빈객접대가세죽)손님 접대는 집안 형편대로
취옹노인은 머리를 갸웃 거리면서 "나는 암만해도 알 길이 없네그려. 선생께서 날보고 되는 대로 살라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詩도 되는대로 쓰는 거지요. 대죽(竹)자 아닙니까? 그러니 竹자를 <대로>라는 뜻으로 보시면 됩니다.
풀이를 다한 병연은 "어떻습니까? 이것이 선생께서 저에게 가르치신 것 아닙니까?" 하고 짐짓 너스레를 떤다. "자네 시를 들으니 이제 작별하면 언제 다시 만나기를 기약하겠나."
君去春山誰共遊 (군거춘산수공유)그대 가면 이 봄 동산을 뉘와 함께 노닐고
송별시를 듣고 난 병연은 눈시울이 뜨거워져 취옹노인의 손을 덥석 움켜잡았다. ● 저 강이 흘러가듯이
김병연은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와 아내에게 세상 바람이나 쇠고 돌아오겠노라고 하직인사를 하니 그의 어머니는 장농속 깊숙히 넣어 두었던 보따리를 꺼내어 주면서 하는 말이다. "이제는 안동김씨가 아닌 광주김씨 17대손 이다. 네 이름은 金炳淵(김병연)이 아닌 金蘭(김란)이다.
이 가짜 四祖單子(사조단자)를 만들기 위해서 관아의 호방네 집에서 찬모와 침모노릇을 10년을 하여 얻은것이다. 그리고 세로 지은 도포와 패물 몇가지를 주면서 긴요할때 노자에 보태라고 하신다, 과거 볼 생각은 없지만 어머니 의 간곡한 부탁을 거역 못 하고 강 따라 한양으로 길을 떠난다.
無我의 세계는 바로 나의 마음속에 있는 것을, 왜 이제까지 헛된 굴레와 부질없는 욕망에 사로잡혀 번뇌만 거듭하여 왔는가.
生年不滿百 백년도 다 못 사는 주제에
아침저녁으로 바라보던 그 산아요 그 물이건만 비어 있는 마음으로 바라보니 새삼스럽게 아름다워 보였다.
水綠山無厭 물이 푸르러 산이 좋아하고
누군가가 자기를 노래해 준 것 같았다.
나비야 청산 가자 범나비 너도 가자
그 누가 읊은 시조였던가. 自由自在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니겠는가.
步逐閒雲入翠林 한가한 구름 따라 숲속에 들어서니
앞 사람의 時調며 뒷사람의 漢詩며, 모두가 禪味에 넘치는 詩歌임에 틀림이 없어 보였다.
● 윤 부자를 욕하다
물을 건너고 산을 넘어 한 마루턱에 올라서니 산골치고는 제법 어지간한 마을이 내려다 보였다. 尹富者집이 아마도 저 집인가 보다. 안채는 기와를 올렸고 사랑채는 초가인 반 기와집이 마을 한가운데 덩그렇게 자리하고 있어서 그만하면 나그네의 하룻밤을 의탁할 만해 보였다. 기꺼이 내려가 하루 밤 자고 갈 것을 청하니 60쯤 되어 보이는 주인은 나와 보지도 않고 사랑문을 열고 내려다보면서 손을 휘휘 저으면 일언지하에 거절하는 것이 아닌가. 어찌 이럴 수가 있을까.
입 속으로 주인의 非人事를 중얼중얼 보지만 그것으로 잠자리가 해결될 일은 아니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안에서 아들인 듯싶은 두 젊은이가 나와 삼부자가 한 패가 되어 손을 내두르면서 냉큼 나가라고 호통을 친다. 어이 없이 발길을 돌려 나오는데 때마침 어디선가 두견새 우는 소리가 구슬피 들려오고 있었다.
斜陽叩立兩柴扉 석양 무렵 남의 집 사립문을 두드리니
윤 부자네 집에서 냉혹하게 쫓겨난 김삿갓은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욕이 저절로 나올 수 밖에 없었다. 남에게 악담을 해 본일 없는 김삿갓이건만 윤부자네에 대해서는 악담이 절로 나와 소리 높여 다시즉흥시를 한수 읊어 댄다. "尹가라, 소축자(丑)에 꼬리를 느린 것이 尹자렸다. 명절 때면 소잡아 잔치하니 수난을 당하는 것이 소인데 지난번 단오절에는 무사히 넘겼지만 돌아오는 추석은 어찌 넘기려느냐."
지독한 악담이었지만 치밀어 오르는 울분을 그렇게 諷刺 해서라도 달래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 여주의 春夜
여주에 도착하니 이미 어둠이 깔리고 날씨마져 비가 내리고 있었다. 방안을 둘러보니 아랫목에 쳐놓은 여덟 폭 병풍의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花間一壺酒 꽃밭에서 술 한동이를
月旣不解飮 저 달은 술 마실줄 모르니
我歌月徘回 내가 노래하면 달이 서성이고
아까 잠간보았던 과수댁이 미인이지만 하지만 우수에 젖어있고 남자를 그리워하는 것 같은 느낌을 그는 알 수 있었다.
某贈女
客枕條蕭夢不仁 나그네 잠자리가 너무쓸쓸해 꿈자리도 좋지 않는데
昭君玉骨湖地土 왕소군의 고운 모습도 오랑케 땅에 묻히고
"왕소군이나 양귀비같은 천하일색 미인도 죽으면 모두 한줌의 흙이 되는데 오늘 밤 네 몸의 옷 벗기를 애석하게 생각 하지 말아라." 그녀도 김삿갓을 처음보는 순간부터 훤칠한 키와 섬광의 눈 빛에 가슴이 조여들었던 것을 생각하니 충동이 일어났다. 여인이 술상에 마주앉아 李白의 將進酒(장진주. 술을 권함) 시의 일부를 읊으면서 김삿갓이 보내온 某曾女에 대한 詩答을 한것이다.
黃河之水天上來 황하의 물은 하늘에서 내려와서
人生得意須盡歡 인생의 좋은 때에 마음껏 즐기어라.
이렇게 하여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다보니 거나하게 취한 김삿갓이 그녀의 치마끈을 풀었을때 그녀도 김삿갓의 허리띠를 풀고 있었다.
● 惜別의 정 / 그대는 나를 아직도 사랑하는가?
그가 한양으로 과거보러 떠나야 한다고 하였지만 쉽사리 놓아 주지 않았다.
燕子(제비)
一任東風燕子斜 불어오는 동풍에 제비가 날아들어
후일 다시 찾아 올것을 다짐하며 하직 인사를 하려는데 여인이 술상을 차려왔다.
贈黃蘭實
抱向東窓奔未休 가는허리 껴안고 쉼없이 즐긴 밤
곧이어 그녀도 김삿갓에게 시를 읊어주었다.
妾有黃金釵 제가 지녀온 황금비녀는
김삿갓이 그녀의 답시에 감격하여 자기가 지은시를 그녀의 순백색인견사 속치마에 쓰주었다. ● 가는 방망이에 오는 홍두깨
고개를 넘고 넘어 산속 길를 해매는데 험한 길을 너무 오래걸어서 배도 고프고 봄이라 하지만 더위를 못이겨 계곡에 쉬어갈려고 하는데 멀리서 고기 굽는 냄새가났다. 얻어 먹었으면 했지만 양반의 입에 담을 말이 아니다. "소금 갖고 계서요? " 그 사내가 물어 왔다. 김삿갓은 양반으로서 차마 욕은 못하고 큰 소리로 시를 읊었다.
着笠先垂足 삿갓을 쓰면 발 뒤굽까지 덮히고
그사내가 바로 답시를 읊는 것이다.
蓋衾欲露脚 이불을 덮으면 다리가 들어나고
가는 방망이에 오는 홍두깨라더니 영낙없는 그 꼴 이었다. ● 妓生 可憐 (가련)
김삿갓이 과거 보러 한양에 입성 할때 송파 나룻터 에서 도둑(의적단)으로 오인받아 관아에 끌려가서 군졸로 부터 뭇 매질을 당하였다. 도둑의 누명은 벗었지만 하반신을 쓸수 없을 정도로 심한 상처를 입은 것인데 특히 남자 구실을 못할 정도로 그 곳도 다치었다. 의원의 소개로 우연히 可憐이라는 기생 집에서 치료받으며 그집에 머물게 되었다. 김삿갓은 지극 정성으로 간호하고 치료해주는 기생 可憐에게 연정을 느끼게 하였다.
名妓可憐 명기가련
名之可憐色可憐 이름도 可憐이오, 얼굴도 可憐한데
* 可憐의 얼굴에서 풍기는 이미지를 무척이나 가련하게 느껴 이름과 풍기는 외모를 같은 글로서 인용하여 지은 걸작 이다. ● 이별
김삿갓은 하반신을 다친 이후 可憐에게 치료받아 상처는 아물기는 하였지만 그것이 아무 느낌이 없다. 마음과 온몸이 다 용솟음을 처도 그것이 도무지....., 남자 구실을 못하니 답답하고 자신이 처량하기까지 하여 눈물이 났다. 그러나 可憐의 집에서 오래 머무는 동안에 서로 사랑하게 되었다. 可憐을 사랑을 하지만 마음뿐 이었다. 지금의 자신이 자기가 아니었다. 그림자일 뿐이다.
離別
可憐門前別可憐 可憐의 문 앞에서 可憐과 離別하려니
可憐莫惜可憐去 可憐아,可憐한이몸 떠나감을 슬퍼하지 마라
김삿갓은 다시 찾아올 것을 약속하고 가련 집을 떠났다. ● 嚥乳三章(연유삼장) 젖 빠는 노래
방랑시인 김삿갓이 麻浦(마포)나룻 터로 가는 배 에 올랐는데 건달패거리들 과 어울리게 되었다. 건달중의 한사람이,
(1) 自 詠 (자영)
寒松孤店裡 쓸쓸한 소나무가 있는 외딴 집에서,
?銖寧荒志 보잘것없는 것으로 어찌 내 뜻을 거르치게 하랴.
* 隣 ; 이웃 인(린)
시를 읊고 나서 설명을 하려고 하니 불쑥, 처음 시를 감상하는 그 들인지라, 그들을 실망 시키고 싶지 않았다. “이런 시는 어떤가? 한번 들어 보게”
(2) 嚥 乳 三 章
夫嚥其上 婦嚥其下 지아비는 그 위를 빨고, 계집 는 그 아래를 빠네.
夫嚥其二 婦嚥其一 지아비는 그 둘을 빨고, 계집 는 그 하나를 빠네.
夫嚥其甘 婦嚥其酸 지아비는 그 단 곳을 빨고, 계집 는 그 신 곳을 빠네.
* 嚥 ; 삼킬 연
“와아....하하하하 !” 모두가 한 바탕 웃고 나더니, 한바탕 술잔을 돌리고 난 뒤,
(3) 情事
爲爲不厭更爲爲 해도 해도 싫지 않아 다시 하고 또 하고,
문장 풀이를 해주고 나니 또 한 바탕 웃음이 터지며 글로서 어떻게 그렇게 표현 할 수 있느냐? 하면서 정말 훌륭한 선비라 칭찬하며 오늘 밤 창기를 대접하겠다고 하였다.
(4) 自知면 晩知고 스스로 알려고 하면 늦게 알아지고
*(1) 자기의 立身(입신)처지를 안 후 농사를 지으며 초야에 있을 때 지은 시인것 같다. ● 세도가 집에 문객으로 들다
북촌의 가회방에있는 도승지의 아들 안응수 집을 찾는데는 그리 힘들지 않았다.
醉鄕 취향
醉鄕日月亦佳哉 취한 세상 가보니 세월도 또한 좋아라.
二豪侍側從敎倣 두 호걸 옆에 모시고 (술)따라 올리라 하니,
* 魁 ; 으뜸 괴
梅月堂(매월당) 金時習(김시습)의 醉鄕(취향)이었다. * 寶塔詩(보탑시)란 시의 첫 구에서 마지막 구까지 글자를 점점 늘려 피라밋 형태가 되게 써는 것을 말한다.
酒 술 酌來 飮取 부어라, 마셔라 君莫訴 時難久 그대는 하소연 말게 시국의 오랜 어지러움을 編樂少年 能娛老? 젊어서 즐겁게 놀아야지 늙으면 어찌 즐기겠나 對月不可無 看花必須有 달이 떴으니 술이 없을 수 없고 꽃이 피었으니 술이 더욱 있어야 하네. 于?一醉一石 柳伶解?五斗 순우곤은 한 섬 술에 한 번 취했고 유령은 다섯 말 술을 해장했다지 臨行强醉三五場 酩酊更能相億否 삼차 오차까지 가서 취해야지 취해서 다시 기억할 수 없을 때까지 * 編 ; 역을 편
* 이 시로 인하여 친구들이 서로 자기집으로 가서 같이 있기를 원 하였다. ● 靑樓(청루)에서의 風流(풍류)
세도가의 자재분들과 친구하여 靑樓(청루)에 가서 기녀들과 풍류를 즐겼다.
天若不愛酒 하늘이 술을 사랑하지 않는 다면
地若不愛酒 땅이 술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天地皆愛酒 천지가 이미 술을 사랑하니
已聞淸比聖 청주는 성인에 비함이요.
聖賢旣已飮 성현도 이미 飮酒(음주)했는데
三杯通大道 석잔 술 마시면 도에 통하고
俱得醉中趣 이것이 술에 취하여 얻어지는 것이니
* 醒 ; 술깰 성
옆에 앉은 기생의 무릅을 쳐 가면서 장단을 맞추던 김삿갓이 이어서 즉흥시를 한 수 읊는다.
難避花 난피화
靑春抱妓千金芥 靑春(청춘)에 기생을 안고 보니, 千金(천금)은 티끌 같고
鴻飛遠天易隨水 기러기가 먼 하늘에 나는 것이 물 따라 쉽게 가지만
* 芥 ; 겨자 개
詩(시)를 다 읊은 뒤 기생을 안고 방을 한 바퀴 빙빙 돌면서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 평양기생에게 반하여 지은시라고도 하는데 널리 알려진 대표작이기도 하다 ● 취구놀이
도승지 소실의 딸이 후원에서 그림 그리는 것을 보게 되었다.
아씨 花笑欄前聲未聽 꽃이 난간 앞에서 웃지만 소리는 듣지 못합니다.
아씨 花不語言能引蝶 꽃은 말을 하지 못하여도 나비를 불러 모으지요.
아씨 花色淺深先後發 꽃색이 옅고 진함은 먼저 피고 나중에 핀 까닭이지요.
아씨 花衰必有中開日 꽃은 시들어도 반드시 다시 필 날이 있지요.
외간 남자인 김삿갓을 이렇게 붙들고 聚句(취구)놀이를 한다는 것은 詩文(시문)의 실력도 대단하지만 戀情(연정)이 있기 때문이라 생각하고 이제 김삿갓이 먼저 읊어 본다.
김삿갓 風驅江上群飛? 바람은 강물위에서 떼지어 나는 기러기들을 몰아 보내고,
김삿갓 聲痛杜鵑啼落月 목소리 슬픈 두견새 지는 달보고 우는데,
* 驅 ; 몰 구(앞잡이 구)
이날 이후 아씨와 김삿갓은 사랑하게 되었다. ● 是是非非(시시비비)
청계천 변을 따라 六曹(육조)거리를 구경하고 있는데, 사내 둘이서 싸우고 있었다. 양반들 등살에 배를 골고 등이 휘어지면서도 소박한 사람들이라 싸우다가도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화해하여 더욱 친해진다. 권문세도가 사람들은 어떠한가?
김삿갓은 시구가 떠올라 웃으면서 흥얼거린다.
是是非非詩
是是非非非是是 옳은 것 옳다 하고 그른 것 그르다 함이 꼭 옳진 않고
是非非是是非非 그른 것 옳다 하고 옳은 것 그르다 함은 이것이 그른 것은 아니니
年年年去無窮去 해마다 해는 가되 끊임이 없이 가고
年去日來來又去 해가 가고 날이 오되 오고 또 가서
* 是 ; 이 시(.....이다), 옳을 시, 바를 시, 이것 시, 한 글자가 몇 가지의 문법적인 기능을 할 수 있다. * 이 시는 김삿갓의 시 중에서도 대표작이며 널리 알려진 시이다.
● 손가락 잘라 팔을 보존 한다
개인의 능력과 문장력을 평가 하여 관료를 선발하는 과거 제도는 가장 공정한 인재등용 방법이다.
일 년을 넘게 세도가집에 문객으로 있으면서 늘 보아온 것이 벼슬 한 자리 해 보겠다고 있는 데로 싸 짊어지고 와서 이마가 땅에 닿도록 머리를 숙이고 아첨하는 것을 볼 때 이 땅의 어느 양반한테서 진실을 찾고 사실을 볼 수 있을까?
盡日垂頭客 진일수두객(하루종일 아첨하는 손님)
唐鞋宋? 數介綿 당 나라 신에 송나라 버선 두어 개씩 끼어 신고
淺綠周衣長曳地 엷은 초록 두루마기 땅에 끌리도록 길게 입고
讒讀一卷能言律 한 두권의 책이나 읽고 詩律(시율)을 말하고
朱門盡日垂頭客 권세 있는 집 문전에 온 종일 머리 숙여 아첨하면서
* 鞋 ; 신 혜(짚 신)
* 권세 있는 집 문전에서 종일 아첨하다가 청루에 모여서는 글자랑 돈 자랑 양반 자랑하는 자들 일수록 일반 민중을 천대하는 꼴이 아니꼽게 여겨 지은 시 이다.
김삿갓은 시를 읊은뒤 古書에 있는 한 문장이 떠올라 썼다.
斷指以存腕이면 손가락 하나 잘라 내어 팔을 보존하는 것은
벼슬할 기회를 버리는 것은, 몸에서 썩은 손가락 하나 버리는 것에 불과하다. ● 歸何處 歸何處
김삿갓이 산길을 걸어가는데 한 밤중에 여인의 울음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산골에서 갑자기 일을 당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고 울기만 하던 여인은 사람을 만나자 염치불구하고 매달려 통사정을 하였고 김삿갓은 어쩔 수 없이 팔자에 없는 남의 초상을 치러 줄 수밖에 없었다. 거적에 말아 지게로 저다 묻어 주는 초라한 장사였지만 밤새도록 넋두리하던 청상과부의 애간장을 녹이는 사연들은 그대로 글로 써서 亡人에게 전해 주어야만 할 것 같았다. 그래서 김삿갓은 붓을 들어 喪主의 치마자락에 輓詞를 쓴다.
歸何處 歸何處 어디로 가오. 어디로 가오.
三生瑟 五采衣 사랑하는 아내와 귀여운 자식들
有誰知 有誰知 누가 알리오. 누가 알리오.
何時來 何時來 어제나 오시려오. 언제나 오시려오.
만장까지 써서 낫도 코도 모르는 사람의 장사를 지내 준 후에 젊은 과부와 어린 아이들을 뒤로 하고 다시 홀로 산길을 걸어오자니 인생이 너무도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는 佛經에 나오는 詩를 입 속으로 외우며 한 조각구름처럼 휘적휘적 걸어가고 있었다.
生從何處來 인생은 어디로부터 오며
生也一片浮雲起 삶이란 한 조각구름이 일어남이요
● 我本天上鳥
凋落의 계절인 가을의 哀傷에 젖어 홀로 산길을 걸어가고 있던 김삿갓이 문득 개울건너를 바라보니 낙엽 쌓인 너럭바위 위에 4,5명의 선비들이 둘러 앉아 술을 마시며 詩會를 열고 있었다. 술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김삿갓이 아니었다. 염치불구하고 그들에게 다가가 술 한 잔을 청했고, 선비들은 불청객을 쫓으려고 시회하는 자리에서는 시를 짓지 않고서는 술을 마실 수 없다고 했다. 김삿갓은 시에 능하지는 못하지만 술을 서너 잔 마시면 詩想이 떠오르는 버릇이 있으니 먼저 술을 달라했고, 선비들은 먼저 시를 지어야 술을 주겠다고 옥신각신하면서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빨리 쫓아야겠다고 생각했는지 좌중의 한 선비가 그러면 술을 먼저 줄 것이니 자신이 있거든 마시고 내 시에 화답해 보라했고, 잠시 후 그는 기발한 시상이라도 떠올랐는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다음과 같이 써 내려가고 있었다.
石上難生草 돌 위에 풀이 나기 어렵고
국화주를 서너 잔 얻어 마신 김삿갓은 선비가 써 내려가는 시를 넌지시 내려다보면서 어이가 없어 빙그레 웃었다. 그것은 자기를 노골적으로 조롱하는 시였기 때문이다. 돌 위에 풀이 날 수 없고 방안에 바람이 일 수 없다는 말은 '글을 변변히 배우지도 못했을 너 같은 촌놈이 무슨 놈의 시를 짓겠다는 것이냐.'는 비아냥이었고, 다음 구절은 자기네는 봉황으로 자처하면서 김삿갓을 잡새로 몰아 붙였으니 그 얼마나 모욕적인 시란 말인가.
我本天上鳥 내 본디 하늘 위에 사는 새로서
그들이 자기들은 봉황으로, 김삿갓을 잡새로 비유했으니 김삿갓은 역으로 그들을 <들새 무리>로, 자신은 <오색구름 하늘 위 새>로 자처하면서 통쾌하게 반박하였다. '이 한 首면 술값은 족히 될 것이니 소생은 이만 물러갑니다.' 한 마디를 남기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시를 돌려가며 읽어 본 선비들은 모두들 노발대발하면서 김삿갓을 불러댔지만 그는 들은 체도 아니하고 유유히 걸어갔다. 좋은 국화주에 얼큰히 취한 후에 시골 선비들을 잔뜩 골려 준 김삿갓은 가슴이 후련하기까지 했다. 어느새 가을이 완연하여 소슬바람은 옷깃 사이로 차갑게 스며들고, 하늘가에서는 기러기 떼가 남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시골선비들의 같잖은 詩에 식상한 김삿갓은 '그래도 시라면 이쯤은 돼야지.' 하면서 불현듯 劉禹錫의 秋風引이라는 시를 떠올렸다.
何處秋風至 가을 바람 어디서 불어오기에
● 돈화문 거리 그리고 <낙엽>
敦化門(돈화문) 앞에는 많은 사람 들이 북적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다산 丁若鏞(정약용)시를 읊고 있다.
燁然衣錦衣 화려한 옷 입고
下馬入君門 말에서 내려 대궐 문으로 들어가서
豈不一快意 그 어찌 통쾌한 일이 아닐까 마는
不如且暫退 잠시 동안 물러나 수양이나 하면서
寧靜無所營 조용히 지내면서 아무 일 하지 않고
世途雖局促 세상살이 아무리 험하다 한들
若復不相怒 그래도 용서하지 않는다면
* 養拙 ; 타고난 덕을 길러 보존한다.
꾸정물 세상에는 발을 딛지 않고, 맑은 세상이 오면 입신양명하여 부귀영화를 누리겠다는 것이다. 敦化門(돈화문) 근방 주막은 북적 거렸다. 세찬 바람 때문에 주막집 마당의 낙엽 들이 이리저리 구르면서 소리를 냈다.
落葉 낙엽
盡日聲乾啄啄鴉 종일 낙엽 구르는 소리가 까마귀가 쪼아 대는 것 같구나
如戀故査排徊下 고향을 그리워하듯 아래에서 배회 하는지
夜久堪聽燈外雨 밤 깊어 등불 넘어 비 오는 소리 들리더니
知君去後惟風雪 그대는 아는가? 낙엽 진 뒤 에는 눈보라 친다는 것을
* 啄 ; 쫒을 탁 * 김삿갓은 앞으로의 일이 떨어지는 낙엽을 보고 자기에 비유하여 은근히 걱정이 되어 지은 시인 것 같다. ● 梧桐一葉落
오두막집에서 하룻밤 신세를 지고 나온 김삿갓은 다시 산길을 걸어간다. 가을이라는 계절은 오동나무 잎이 떨어지면서부터 시작된다던가. 어떤 시인은 가을을 이렇게 노래했다.
梧桐一葉落 오동 나뭇잎 하나 떨어져
봄이 蘇生의 계절이라면 가을은 凋落의 계절이요, 조락에는 哀傷이 따르게 마련임으로 고금을 막론하고 가을을 노래한 시는 한결같이 애달픈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秋風起兮白雲飛 가을바람 불어 흰 구름 날아가고
중국의 漢武帝는 저 유명한 秋風辭라는 시를 그렇게 애달픈 말로 시작했지만 우리나라의 宣祖 때 시인 鄭鎔도 가을의 애달픔을 이렇게 노래하였다.
菊垂雨中花 국화꽃은 빗속에 시들어 가고
김삿갓이 집을 나올 때는 죽어도 집 생각은 아니할 결심이었다. 그러나 밤이면 공산명월이 유난히 밝은데다가 귀뚜라미는 애간장을 녹여 내려는 듯 구슬피 울어 대니 멀리 떨어져 있는 고향생각이 저절로 간절해 왔다.
牀前看月光 베갯머리에 비친 푸른 달빛이
擧頭望山月 눈을 들면 먼 산의 달이 바라보이고
이것은 가을밤에 고향 그리운 심정을 노래한 李太白의 시이거니와 객지로 떠돌아다니는 사람들의 가을은 누구나 마찬가지인 듯 中宗 때 선비 楊士彦에게도 다음과 같은 가을시가 있다.
孤烟生曠野 저녁연기 한 줄기 들판에 오르고
爲問南來雁 남녘에서 오는 기러기야 말 물어 보자
산속에도 가을이 깊어 바람이 차갑다. 낙엽은 바람에 휘날리는데 무심한 산새들은 애절히 울고 있어서 산길을 외로이 걸어가는 김삿갓은 오늘따라 고향생각이 유난히 간절하였다 ● 내 사랑 가련
송파 나루에 배가 도착하자 김삿갓은 본능적으로 可憐(가련)의 집으로 가고 있었다.
死生契闊 죽든 살든 멀리 떨어져 있든
김삿갓 자기도 모르게 한 숨에 섞여 나오는 詩句(시구)였다.
可憐妓詩 가련기시
可憐行色可憐身 가련한 행색에 가련한 몸으로
可憐此意傳可憐 가련한 이 뜻을 가련 에게 전하면
그녀의 집 앞에 다다랐을 때는 숨이 턱에 닿도록 차올라 있었다. ● 정을 나누는 첫날 밤
기생 가련과 雲雨(운우)의 情(정)을 나누는 첫 날밤 이었다.
毛深內闊 털이 깊게 나고 안이 넓으니
그러자 가련이 화가나서 답하기를,
後園黃栗不蜂折 후원의 누런 밤은 벌이 쏘지 않아도 벌어지고
김삿갓은 꼼짝 못하고 당하였다,
不問可知니라.
미안한 나머지 가련을 어르고 달래주었을 것이다.
足舞三更月 다리는 야삼경 달빛아래 춤추고
此時無限味 이때 무한한 맛은
● 함박눈에 갈 길 잊었노라
기생 가련의 집에 머물고 있는동안 어느 듯 가을이 지나고 밖에는 첫 눈이 내렸다.
雪景
飛來片片三月蝶 날리는 하나하나가 삼월의 흰 나비 같고
寒將不去多言雪 동장군은 가지 않고 흰 눈을 핑계 되네.
* 蝶 ; 나비 접
마지막 시구에 감동을 받은 可憐은 그에게 와락 달려들었다. 몇 날을 계속 눈이 내렸다.
雪
蕭蕭密密又?? 쓸쓸이 흩날리는 함박눈은
澗邊獨鶴無愁語 물가의 한 마리 학은 수심에 겨워 울지도 않고
從見江山?白影 누구나 이 강산 자욱이 흩날리는 백설을 보련만은
强近店婆因問酒 내 굳이 가까운 주막 노파에게 한 잔술을 청해
* 蕭 ; 맑은대쑥 소
일년을 可憐과 같이 시를 읊고 술을 마시며 잘 지냈지만 내일이면 고향으로 떠난다는 생각을 하니 어머니 얼굴이 떠올랐다.
思 鄕
皇州古路杳如天 皇州(황주) 옛 길이 하늘 같이 이득 한데
嬉笑文章蘇學士 즐거움을 부르는 문장으로는 소동파가 으뜸 이오.
遊淸?樹浮煙海 노니는 정은 안개 바다에 삽주 나무 떠 있는 듯한데
未識今宵能億我 모르겠네, 이 밤에도 나를 생각하고 있는지
* 蘇學士 ; 東坡 蘇軾을 말함
닭의 홰치는 소리가 잔잔한 물결처럼 밀려오고 있었다. 그녀는 김삿갓의 팔을 베고 옆에 누워 있었다.
얼음 위에 댓잎 자리 펴고
可憐에 대한 미련도 떨칠 수 없지만,
* 고향으로 갈려니 가련과 헤여 져야 한다는것을 생각한 김삿갓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 맺은 정 어찌 변하랴
落花吟 낙화음
曉起? 驚滿山紅 새벽에 일어나니 깜짝 놀랄 만큼 산이 붉게 물들었으니,
無端作意移? 石 끝없는 마음으로 돌 위에 옮겨 붙이고
鵑月靑山啼忽罷 靑山(청산)에서 밤에 울던 두견새는 문득 울음 그치고
繁華一度春如夢 번성하고 화려한 봄 한번 지남이 꿈만 같아서
* ?驚 ; 크게 놀라다
곧 이별을 해야 하지만 가슴속에 가득 찬 행복감이 김삿갓은 눈으로 눈물을 밀어 내는 것 같았다. “영월의 집이 그리십니까.?” 시를 읊던 모습을 본 가련이 말하였다. “..........” “그리 하셨다 해도 하는 수 없지요. 당연한 일이라 해야 하겠지요?” 그가 살짝 한숨을 내 쉬면서 말했다. “저를 잊지 말아 주세요, 언제 까지나.....,” 可憐은 흐느끼고 있었다.
人生亦如此 사람도 이와 같거늘
김삿갓이 시를 읊는 동안 흐느끼고 있던 가련이 목을 놓고 우는가싶더니, 고개를 들어 먼 곳에 시선을 보내면서 시를 읊기 시작했다.
可憐夜鳥泣秋灰 가련은 가엾는 새와 함께 회색 가을밤에 우노니
綿綿餞別郎詩笠 사랑하는 임의 삿갓을 보내며 끝내 잊지 못해 하노니
* 咽 ; 목구멍 인
김삿갓 답시를 고려가요 <西京別曲(서경별곡)>을 읊으면서 가련을 달랜다
與郞千載相離別 임과 천 년을 서로 헤어져 있더라도
* 縱 ; 늘어질 종
이리하여 김삿갓은 可憐과 두번째의 이별을 하는 것이다 ● 스스로 회고 하여 읊어본다
세상을 한 바퀴 돌고 집으로 돌아 온 김삿갓은 영월 산골에서 농사 지으며 은거하기로 생각하였지만, 살아온 지난 과거를 회고하니 앞으로의 일이 아득하고 아득했다 서글픈 생각에 그는 스스로 시를 읊어본다.
自顧 遇吟 (자신을 뒤돌아보고 읊음)
笑仰蒼穹坐可? 웃으며 푸른 하늘을 쳐다보고 앉으니 더욱 멀고
居貧每受家人謫 가난하게 살다보니 매일 집안사람 핀찬만 받고
萬事付看花散日 만사를 꽃을 보며 날을 보내는 것에 의지하고
也應身業斯而已 내가 타고난 운명이란 겨우 이 정도뿐이니
* 謫 ; 귀양갈 적
자신의 험난했던 지난날을 생각하니 처량하기 그지없다. * 이 시는 두변째 방랑의 길을 떠나기 전에 집에 있을때에 자탄하여 지은것으로 보이며 널리 알려진 대표작이다
아무리 훌륭한 아버지라도 남편으로서는 원망스럽기만 한 모양이었다. 마누라가 번번이 원성을 늘어놓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하루아침에 훌쩍 집을 나가서 수년동안 소식도 없이 돌아오지 않았으니 어떤 마누라가 그 남편을 원망하지 않을 것인가.
김삿갓은 죄인이라도 된 듯 말없이 고개를 숙인 채, 담담히 참외 하나를 집어 아내에게 권한다. 오래 만에 원망스럽던 남편에게서 따뜻한 정을 느낀 아내는 눈시울을 붉히며 참외를 받아 깎는데, 익균이는 깎지도 않은 참외를 정신없이 먹고 있다가 문득 생각이 난 듯 참외에 대한 시를 지어 달라고 보챈다.
外貌將軍衛 겉모양은 위장군과 흡사하고
汝本地氣物 너는 본시 땅 기운을 받아 태어났는데
고사를 인용하여 지은 어렵고도 익살스러운 시였기 때문에 익균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꼬치꼬치 캐묻고, 김삿갓은 알아듣기 쉽도록 자세히 설명을 한다.
「그 옛날 漢나라에 衛靑이라는 유명한 장수가 있었느니라. 그러기에 나는 참외빛깔이 푸른 것을 푸르다고 직선적으로 말하지 않고, 衛將軍과 같다고 푸른 빛깔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이란다. 그리고 중국춘추시대에 燕나라 太子 중에 丹이라는 이름을 쓰는 이가 있었단다. 그래서 참외 속이 붉은 것을 연나라 태자 같다고 간접 표현한 것인데, 이런 것들은 시를 짓는데 있어서 하나의 멋이란다.」
익균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 다음은 다 알겠다는 듯이 「참외는 땅의 기운을 받아 자랐기 때문에 모양새가 땅처럼 평평하게 생겼어야 옳을 것인데, 어째서 하늘처럼 둥글둥글하게 생겼느냐는 표현은 퍽 재미있네요.」하고 웃는다.
김삿갓은 어린 아들의 시 감상력에 거듭 놀라고 감격스러워 연신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가슴 속은 미여지는 것만 같았다. 마누라는 아들이라도 장차 대과에 나가 장원급제하기를 바라는 모양이지만, 할아버지의 대죄를 생각하면 그럴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 세상은 허상이다.
방랑길의 동행자가 지루함을 들기 위하여 웃기는 이야기를 하는데 어떤 마을에 앞뒷집에 거짓말 잘 하는 사람이 살았는데 어느 날 밤에 바람이 무척 세게 불었다고 하였다. 그 다음날 아침에 두 사람이 만나서 지난밤에 있었던 이야기를 하는데 앞집 사람이 바람이 어찌 세게 불었는지 우리 집 뜨락에 있는 맷돌이 날아가 없어졌다 하고 말 하였다. 뒷집 사람이 그 말을 듣고, 아-- 그 맷돌이 당신네 것이구먼, 우리 집 헛간 모퉁이에 있는 거미줄에 맷돌 하나가 걸려 흔들거리고 있는 것을 보았는데 말이야......,” 김삿갓은 속이 시원하게 크게 웃었다.
虛言詩(거짖말 시)
靑山影裡鹿抱卵 푸른 산 그림자 속에서는 사슴이 알을 품었고
夕陽歸僧? 三尺 석양에 돌아가는 중의 상투가 석 자 나 되고
* 蟹 ; 게 해
세상을 비웃고, 세상은 모두가 허상이다. 모두 헛된 말 장난이다. ● 인심 좋은 마을에서
나무그늘의 정자 위에 동네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삿갓 양반! 이리 와서 탁주 한 잔 하시구려.” 김삿갓이 쉬어 갈려고 하는데 누가 먼저 불렀다. “고맙소이다.” 술상 옆 자리에는 장기를 두고 있었다. 물끄러미 장기 두는 모습을 보니 詩想(시상)이 떠올라 즉흥시를 읊었다.
酒老詩豪意氣同 술동무 글동무 의기가 투합 하더니
飛包越處軍威壯 包(포)가 날아가 떨어지는 곳에 군의 위엄이 장하고
直走輕車先犯卒 직진하는 경쾌한 차는 먼저 졸을 무찌르고
殘兵散盡連呼將 남은 군사 흩어져 죽고 연신 장 받으라 호통 치니
* 猛 ; 사나울 맹
시를 읊고 있는데 장기 두던 두 사람이 싸우기 시작했다. “요런! 벙거지 조각에 콩 고물 부쳐 먹을 인간 아닌가?” 거친 말은 한 마디도 하지 않으면서 속담을 인용해서 서로 염치없는 사람이라고 비난하고 있었다. “거 아무것도 아닌 일로 뭘 그러시오? 과객이 두 분을 두고 시를 한 수 읊어 볼 테니 그만 들 하시고 들어 보시겠소이까?”
竹 詩
此竹彼竹化去竹 이 대로 저 대로 되어 가는 대로
飯飯粥粥生此竹 밥이면 밥, 죽이면 죽, 이대로 살아가고
賓客接待家勢竹 손님 접대는 집안 형세대로 하고
萬事不如吾心竹 모든 일이 내 마음대로 하느니만 같지 못하니
* 此竹(차죽) ; 이 차(此)+대나무 죽(竹)=이대로
싸우던 두 사람은 눈만 멀뚱하게 아무 말이 없었다. “어쩐지 풍모가 범상치 않다 했소만, 그렇게 말 하듯이 시를 지을 수 있단 말이요, 우리가 주고받은 말이 그렇게 詩(시)가 되었네요, 그 <是是非非付彼竹>이란 대목은 옳으면 옳다, 그러면 그러다, 그대로 두세.” “핫핫핫 하하하....., 그래야지요, 장기 잘 두고 싸울 일 없지요!!.” 싸우던 사람 화해 하였고 인심좋은 이마을에 몇 일을 묵고 잘 지냈다
● 금강산 유람
산골에서 이십여 년을 살아온 김삿갓 이지만 이런 절경은 처음 이었다.
賞景
一步二步三步立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가다가 서니,
若使畵工模此景 화공으로 하여금 이 경치를 그리게 한다면,
* 模 ; 법 모(模範)
그에게 있어 자연은 단순히 보고 즐기는 대상이 아니었다. 경치에 감탄한 나머지 入金剛(입금강)하면서 한 수 더 읊었다.
入金剛
綠靑碧路入雲中 짙푸른 산길 따라 구름 속으로 들어가니,
龍造化含飛雪瀑 눈이 날리듯 쏟아지는 폭포수는 용의 조화이고
仙禽白幾千年鶴 신선의 흰 새는 몇 천 년 된 鶴(학)이요.
僧不知吾春睡腦 무정타 스님은 봄에 취한 나를 알지 못 하고
* 吾春睡腦 ; 봄에 취한 나의 달콤한 꿈 * 아름답게 펼쳐진 대자연의 장관을 읊은 시이다.
금강산 絶景(절경)에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고 이렇게 즉흥시를 읊었다.
金剛山
萬二千峰歷歷遊 일만 이천 봉 차례 데로 유람 하여
照臨日月圓如鏡 거울과 같은 日月(일월) 비춰주니
東壓大洋三島近 동쪽을 굽어보니 바다에는 삼도가 보이고
不知無極何年闢 어느 때 천지가 이렇게 생겨났는지 모르겠으나
* 隅 ; 모퉁이 우
● 금강산의 만회암
두 칸인 법당과 寮舍寨(요사채)가 서로 마주 보고 있는 萬恢庵(만회암)에 도착하였다.
溪聲激潺湲 계곡 물소리 잔잔하게 들려오고
雖云縱性遊 내 비록 멋대로 살아왔다지만
금강산 만회암
닫혔던 법당 문이 벌컥 열렷다.
百尺丹岩桂樹下 백 척되는 신선바위 계수나무아래
今夕忽遇詩仙過 오늘 저녘 홀연히 지나는 詩仙(시선)을 만나
* 桂 ; 계수나무 계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矗矗尖尖怪怪奇 우뚝우뚝 뾰족뾰족 괴상하고 기묘하여
* 矗 ; 우거질 촉
그가 법당에서 나왔다. “나는 空虛(공허)이래요, 어서 들어갑시다. 실로 오래 만에 좋은 동무를 만난 것 같소이다. 아까는 결례를 했구만요.” “결례라니요, 밤에 찾아 와서 생 때를 쓴 사람이 결례지요. 이 사람 金笠(김립)이라고 불러 주십시오.” 이리하여 그들은 친구가 되었고 만회암에 묵으면서 금강산유람을 편하게 하였다는 것이다. ● 공허스님과 시 짓기 내기
만회암에 다시 찾아왔을 때 에, 空虛(공허)스님의 전갈이 왔다. 空虛(공허)스님은 금강산에서 시 잘 쓰기로 유명 한 분이다.
공허 朝登立石雲生足 아침에 입석대 오르니 구름이 발아래에 있네.
공허 澗松南臥知北風 澗松이 남쪽으로 누우니 북풍 부는 줄 알겠고.
공허 絶壁雖危花笑立 절벽은 비록 위험 하나 꽃은 웃고 서 있구나.
공허 天上白雲明日雨 하늘의 흰 구름은 내일의 비요.
공허 影浸綠水無衣濕 그림자는 물에 잠겨도 옷은 젖지 않고,
벌써 오 합을 겨눈 셈이다. “선사님 여기 모인 스님들이 심히 긴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이왕 시합을 할 바에는 시도 술도 즐기면서 여유를 갖고 하십시다. 시합이 끝나기 전에 심장마비로 몇 명이 쓰러질 것 같습니다." 김삿갓이 여유를 보이면서 말 하였다. “그런가요? 그럼 곡차 한잔 하십시다. 핫핫핫 하하하......” 서로 술을 몇 잔 나눈 뒤 다시 시작 하였다.
공허 群? 影裏千家夕 갈가마귀 때 그림자에 모든 집들이 저녁이 오고.
공허 假僧木折月影軒 가죽나무 꺾어지자 달그림자 난간에 들고.
“기가 콱콱 막히는 구나 山妊春(산임춘)이라.......! 산이 봄을 임신 했다........? 그러면 겨울은 하늘과 산이 교접하는 기간이더냐..... 헛헛헛 허허...! 이거 이거 산 속의 늙은 중 마음이 심란 해지는 구나.” 어느새 공허스님은 신이 나 있었다.
공허 石轉千年方倒地 돌이 천년을 굴러야 땅에 닿을 것 같고.
공허 靑山買得雲空得 청산을 얻고 보니 구름은 공으로 얻어지고.
공허 秋雲萬里魚鱗白 가을구름이 만리에 떠서 고기비늘처럼 하얗고.
공허 雲從憔兒頭上起 구름은 나무하는 아이 머리 위에서 일고.
잠시 눈을 감고 있던 공허가 자신에 찬 목소리로 다시 시를 읊었다.
공허 月白雪白天地白 달도 희고 눈도 희고 천지가 희구나.
공허 燈前燈後分晝夜 등을 켜고 끔으로써 밤과 낮을 나눈다.
김 삿갓은 땀으로 번들거리는 공허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공허 兩性作配己酉日最吉이라 남녀가 짝을 지으려면 己酉日(기유일)이 길일이다.
이 무슨 엉뚱한 詩句(시구)인가, 지금껏 시합하는 동안 계속 七言對句(칠언대구)였는데 九言(구언)절이며 내용도 자연을 소재이었는데, 왜 엉뚱하게 남녀의 화합을 말하는 것인가?
김삿갓 半夜生孩亥子時難分 밤중에 아이 낳는 데는 亥子(해자)시가 좋다.
空虛(공허)스님이 그 配(배)자를 己(기)와 酉(유)자를 파자했듯, 김 삿갓은 孩(해)자를 亥(해)와 子(자)를 파자한 것이다.
“허허허허 허허허......” 공허스님이 눈을 뜨고 조용히 웃었다. “과연 조선 제일가는 문장가 일세! 지금껏 문장가를 자처하는 사람들과 여러 차례 만나 봤지만 단 한 차례도 끝까지 명쾌한 대구를 내 놓는 사람이 없었소...., 지금 내 가슴속은 수천 수 만개의 등을 밝혀놓은 것 같소이다. 핫핫핫핫 핫하하.....”
김삿갓도 그를 따라 합장하고 마주보고 웃었다. “헛허허허....., 내가졌으니 별 수 있겠느냐 일구이언은 이부지자라 하지 않는가? 삿갓공이 뽑아라 하지 않아도 뽑아야지......., 가서 쇠 집게를 가져오너라.” “선사님께서 제안하신 이빨 뽑기 시합이란 것은 시합에 진 사람의 이빨을 진짜로 뽑자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이 상대하여 시를 짓되 이가 빠진 것처럼 한 구씩을 빼가면서 짓자는 뜻 이었을 것입니다. 즉 아까 보셨듯이 그렇게 對句詩(대구시)를 지어보자는 말씀이었을 것입니다. 아니 그렇습니까?” “자칫 내가 이를 뽑힐 판인데, 삿갓공의 말을 어찌 틀린다고 할 수 있겠소? 맞소! 맞아요! 핫핫핫........하하하.......” 공허스님이 문을 열고 서서 노래하듯 시를 읊었다.
生死無盡日 죽고 태어나는 일이 다할 날 없으니
自有不錯路 스스로 그 길 그르치지 않으면
金剛山 白雲峰
朝上白雲峰頂觀 아침에 白雲峰(백운봉) 정상에 올라서 금강산 구경하고
● 명산에 올라 시읊으니 신선이 따로 없다
해가 지기 전에 다시 萬恢庵(만회암)으로 돌아갈 작정 이었지만 끝 내 달빛에 의하여 걸어야 했다. “나는 삿갓공이 비로봉 경관에 넋이 팔려 금강산 신선이 되고만 줄 알았소이다. 헛헛헛 허허.......” 법당의 문을 열어놓고 기다리던 공허스님이 달려 나오면서 하는 말이었다. 방으로 들어가자 곧 상을 내어 와서 술을 권 하면서,
“그래....., 구경은 잘 하였소?” “예 잘 했습니다.” “그럼...., 어떤 것을 보았소?” “글쎄요 한차례 황홀한 꿈을 꾸고 난 것 같습니다.
松松栢栢岩岩廻 소나무와 소나무 잣나무와 잣나무 바위와 바위 사이를 돌아서
금강산의 기기묘묘한 절경을 같은 글자를 두 자씩 반복하여 알기 쉽게 표현한 걸작품이다.
矗矗金剛山 우뚝우뚝 솟은 금강산
遂來平地望 평지를 향해 내려오니
금강산 유산에는 萬恢庵이 김삿갓 에게는 더할 수 없는 좋은 곳 이었다. 더구나 공허스님의 친절한 배려에는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곧 공허스님과도 헤어져야 한다는 것을 생각 하니 감회에 젖어 공허 선사 앞에서 즉흥시를 지었다.
金剛山
靜處門扉着我身 고요한 절에 이 몸 맡겨두고
孤峰罷霧擎初月 외로운 산봉우리에는 안개 걷히고 달이 떠올라
酒逢好友惟無量 좋은 벗 만나 술 마시니 흥겹기 한이 없고
靈境不須求外物 선경이 따로 없으니 다른 곳에서 찾겠다고 여러 말 마오
* 擎 ; 들 경(높이 들다)
공허스님 역시 김삿갓이 떠날 것을 짐작하고 마음이 통하는 벗을 보내야 하는 애달픔을 시로 표현하였다.
浪客一去不復還 방랑객 한번 떠나면 다시 돌아오지 않더라.
* 산수가 차거우니 방랑길 몸 조심하라는 뜻이 포함 된 것 같다. ● 安邊(안변)에서 주모의 한을 풀어주다
금강산 구경을 마치고 安邊의 주막에 들어갔다. 젊은 주모가 하는말이, 할아버지 묘와 아버지 묘사이에 허생원이란 사람이 자기 딸의 묘를 썻기때문에 어머니가 허생원에게 묘를 옮기라고 하였지만 옮기지않아 싸우다가 어머니머져 죽었다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이다.
“허 생원의 딸 묘가 아직도 있다는 말이 구나” 김삿갓은 주모의 한을 풀어 주어야겠다고 생각하였다. “지필묵을 내 오게나.” 김삿갓은 오래 만에 맡아 보는 묵향이었다.
以士大夫子女 사대부의 딸이
付之於祖乎 할애비와 붙어먹을 셈인가?
이렇게 일종의 욕을 써놓고, "자네의 억울함을 이 고을 부사도 알고 있는가?"
屈去屈去 彼隻之恒言 파 간다 파 간다 함은, 저쪽이 늘 하는 말이요.
今日明日 乾坤不老月長在 오늘 내일 하여도, 천지는 변함없고 세월은 여전 하니.
* 隻 ; 외짝 척(짝 없는 사람)
"내일 아침 날이 밝는 대로 양쪽에 사람을 보내게나, 관아로 가는 것은 반드시 부사가 직접 보게 해야 할 것이야, 그 때 가면 자네는 억울함을 호소 할 길이 트일 것이다." 이리하여 주모의 억울함을 해결해 주고 이집에서 몇 날을 묵게되었다. ● 안변의 학성루에 올라
주막에서 가까운 鶴城山(학성산)의 산성을 돌아보았다.
鶴城樓
勝槪江山何處是 아름다운 강산이 어디 있더냐?
三臺勢起拱天壯 큰 세 봉우리의 반듯한 기세 하늘에 웅장하게 팔짱 끼었고
落落蒼松望十里 落落靑松(낙락청송)은 십리에 바라보이고
鶴樓聳翠雲中出 鶴樓(학루)의 비취빛은 구름 속에 솟아 있고
一點南山當戶轉 한 점 남산은 눈앞인 듯 다가섰고
層巒疊疊壯南北 층층이 첩첩이 남북으로 뻗쳐있고
咫尺造化天作府 눈앞에 보이는 조화는 하늘이 만든 고을 같고
朝輝廣德瑞雲起 더 넓게 빛나는 아침은 상서로운 구름을 일으키고
* 槪 ; 평미래 개 拱 ; 두손맞잡을 공 籠 ; 대그릇 농
설안에게 시의 뜻을 한구 한구 설명 해가면서 다시 읊어 주었다. ● 안변부사 조운경과 함께
가을이었다, 깊은 가을이었다.
飄然亭
飄然亭子出長堤 긴 둑 언덕에 飄然亭(표연정) 우뚝 한데
神仙종迹雲過杳 신선의 자취는 구름 지나 아득하고
羽化門前無問處 신선 되어 간 곳을 물어볼 길 없으니
* 飄 ; 회오리바람 표
조운경이 먼저 김 삿갓에게 술을 권하였다.
與趙雲卿上樓
也知窮達不相謨 궁하고 영달함이 어울릴 수 없음이야 잘 알지만
漢北文章今太守 한북의 문장가는 지금 그대요.
酒誡狂藥常爲病 술은 참으로 미친 약이라 항상 병이 되고
野笠殆嫌登政閣 삿갓 쓴 野人(야인)이 어찌 감히 樓閣(누각)에 오르리.
* 荊 ; 가시나무 형 誡 ; 경계할 계 酬 ; 갚을 수
술잔을 두 손에 감싸 쥔 채 눈을 감고 있던 趙雲卿(조운경)이 하하... 아하... 아하...! 하고 감탄했다. “부사 님 시도 한 수 감상합시다.” 옆에 앉은 기녀가 거들고 나왔다.
前冬壑雪凝羊角 지난겨울 골짜기의 눈 회오리바람에 엉키고
不飮惟吾常有病 나는 술 마시지 않으면 늘 병이 난다오.
麻鞋尙上龍圖閣 삼 미투리까지 진작에 벼슬 오르는 세상인데
* ? ; 홀로갈 우
자신이 관직에 있지만 현실의 불만을 표현을 하면서 관직에 있는것을 부끄럽게 여긴다는 것 같았다. “부끄럽소이다......! 김삿갓은 청을 받아 한 수 더 읊었다.
安邊 飄然亭
一城踏罷有高樓 성을 따라 걸어가니 높은 누각이 있어
古木多情黃鳥至 고목은 다정하여 꾀꼬리가 찾아와 살고
英雄過去風煙盡 영웅이 사라지니 공중의 기운이 없어지고
宿債關東猶未了 빼어난 관동지방을 아직 못다 구경한 아쉬움 남아
趙雲卿(조운경)은 김 삿갓과 같이 이렇게 한 세월을 보내자고 여러 번 욕심을 부렸지만 그는 한사코 내일 떠날 것을 말하였다. ● 산은 강을 건느지 못하는구나
到成山(도성산) 자락을 벗어나 咸興(함흥)까지 먼 길을 와서보니 성관산 위엄이 함흥시가를 완벽하게 지켜주고 있는 것 같았다.
山如劍氣衝天立 산은 칼날 같은 기상으로 하늘을 찌를 듯 서 있고
이태조가 조선을 일으킨 감격의 함성을 듣고 있는 것 같아서 읊었는데, 앞서가던 삿갓쓴 노인이 뒤를 돌아보았다.
山欲渡江江口立 산은 강을 건너려고 강어귀에 서있고
김 삿갓은 소리 내어 헛허허허....... 웃었다.
山不渡江江口立 산은 강을 건너지 못해 강어귀에 서있고
노인이 놀라면서 들고 있던 낚싯대를 놓아버렸다. “허허허........ 欲(욕)자를 不(불)자로 將(장)자를 難(난)자로 고쳐놓으니 장 닭이 봉황이 되었네! 허허. 이런 조화가 있나!”
● 구천각
태조 이성계는 자식들 간의 왕위 다툼에 배기지 못해 한양을 버리고 고향인 함흥으로 돌아왔다. 자신이 성장한 潛邸(잠저)인 慶興樓(경흥루)를 ?沛樓(풍패루)로 이름을 고치고 들어 앉아 지내는데 태종이 환궁을 권유하기 위해서 보낸 차사들을 모두 죽임으로써, 가긴 가도 돌아오지 못 한다는 咸興差使(함흥차사)란 말을 남긴 것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희생되어 세운 이 나라 조선이 사백년이 지난 지금은 어떠한가?
함흥은 역사의 고장인지라 그 옛날 李成桂가 살았다는 歸州洞의 慶興殿을 비롯하여 客舍 근처에 있는 聞韶樓, 仙景樓, 觀風亭을 돌아보고 成川江을 멀리 눈 아래 굽어보며 城關山 언덕 위에 하늘 높이 솟아 있는 九天閣으로 발길을 돌렸다.
하늘에 닿을 듯이 높이 솟았다 하여 구천각이라 했다지만 저 멀리 굽이굽이 흘러가는 성천 강물도 운치가 있거니와 성천강에 가로 놓여 있는 萬歲橋가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다리의 길이가 무려 150여 간, 그야말로 하늘의 무지개를 연상케 하는 환상의 다리였다. 험한 산들은 바다로 뻗어 나오다가 발을 멈추며 들을 이루었고, 성천강 푸른 물 위에는 두어 척의 놀잇배가 떠돌고 있는데, 만세교의 기나긴 다리 위로는 어떤 풍류객이 말을 타고 한가롭게 건너오고 있지 않는가. 이토록 아름다운 풍경을 접한 김삿갓이 어찌 시 한 수가 없었으랴.
이렇게 생각하고 그냥 九天閣(구천각)을 내려가려다가 걸망을 풀어 먹통과 필통을 꺼냈다.
登咸興九天閣
人登樓閣臨九天 사람이 누각에 오르니 九天(구천)에 닿고
山疑野狹遠遠立 산은 들이 좁을까 싶어 멀리 서있고
山意龍盤虎踞形 산세는 龍(용)터 인데 호랑이가 웅크린 꼴이요.
* 畏 ; 두려워할 외
마지막 구를 쓰기 위하여 붓을 들고 있을 때 군졸들이 그에게 창을 겨누며 불신검문을 하였다. 마지막 구를 쓰지 못한채 군졸에 끌려갔다. * 무혐의로 풀려나긴 했지만 마지막 구를 채우지 못 한 채 지금까지 전하고 있다. ● 樂民樓(낙민루)
안동 김씨와 풍양 조씨 간의 정권 세력다툼의 당파 싸움이 한참일 때이다. <趙崎泳(조기영)은 <生六臣合集(생육신합집))을 편찬하고 그 문집의 序文(서문)을 趙寅永(조인영)섰다. 그 후 조인영은 형조판서 이조판서 등 고위직을 거쳐 포도청장이 되어 당시 군권을 장악한 사람이었다, 반면 조기영은 함경도 관찰사로 있으면서 虐政(학정)으로 백성들의 원성이 자자하였다.> 김삿갓이 樂民樓(낙민루)에 올랐다.
樂民樓
宣化堂上宣火黨 선정을 펴야할 관이 화적 같은 학정을 펴니
咸鏡道民咸驚逃 함경도 백성 모두 놀라 도망가니
* 宣化堂 ; 선정을 베푸는 집 조인영[趙寅永]조선 문신 : 1782(정조 6)~1850(철종 1).조선 후기의 문신.본관은 풍양(豊壤). 자는 희경(羲卿) 호는 운석(雲石). 아버지는 이조판서 진관(鎭寬)이며 형이 영돈녕부사 만영(萬永)이다. * 김삿갓의 파격시 중에서 대표작이라 할 수 있을 것 입니다. 그도 안동 김씨인데... ● 雪中寒梅
정원에 있는 매화 가지는 눈을 싣고 있었다. 김삿갓 지금 자신의 처지나 이곳 백성들이 굶기를 밥 먹듯 하는 궁핍한 생활에 찌들리어 자연을 경건하게 바라 볼 여유가 없으니 풍자와 해학으로 써야겠다고 생각 하니 붓이 움직여졌다.
雪中寒梅酒傷妓 눈 속의 매화는 술에 취한 기녀 같고
栗花已落尨尾短 다 저버린 밤꽃은 삽살개 꼬리 같고
* 尨 ; 삽살개 방
大人君子(대인군자)들의 표상인 매화를 술 취해 맥 잃은 기생 에 비유하고... ● 눈(雪)
벌써 계절은 바뀌어 밖에는 낮부터 눈이 내리고 있었다.
雪
天皇崩乎人皇崩 천황이 가셨나, 인황이 가셨나
明日若使陽來弔 내일 만약 해가 문상 온다면
* 시인들이 눈이나 비를 소제한 시가 수없이 많다. ● 겨울의 긴터널
적유령의 고개 마루에 오르자 벌써 어둠이 시작하는 것 같았다. “살려주세요! 지나가는 사람인데 지금 얼어 죽게 되었습니다. 살려 주세요.....!” 몇 번이나 고함을 질렀다. 문고리를 벗기는 소리와 함께 조심스럽게 문이 열리면서 불빛이 쏟아져 나왔다.
“여인혼자 계시는 집에 결례가 많소이다. 부디 용서 하십시오” 그때야 비로소 소복을 입고 있는 것을 보았다. “날씨가 너무 혹독하니 어쩔 수 없군요. 닭이 울었으니 어차피 한방에서 하루를 보낸 샘이 아니오..... 날이 밝으면 떠나야 할 몸이니 무례를 용서하시오.” 날이 밝았지만 눈이 너무 많이 와서 떠날 수 없기에 그녀 혼자 있는 집에 머물기로 하였다.
이삼일에 한번씩 이 집 저 집으로 눈 동굴을 통하여 몰려다니면서 먹고 마시고 노래하고 떠들어 대는 것이 요즈음 일과였다.
無慾無有畏 욕심이 없으면 두려움도 없고
이렇게 <法句經(법구경)>한 구절을 읽으니 어둠이 왔다.
破屋凄風入 서진 집에 메운 바람 들고
* 堆 ; 무더기 퇴 쌓일 퇴
남편의 상을 마친날,
그때“삿갓선비님! 삿갓선비님...! 내요.....” “떠날 때가 된 것 같수다. 지금 나가서 산에 오르면 해지기 전에 普賢寺(보현사)에 도착 할 것이우다.” 입버릇처럼 늘 말했듯이 아이라도 하나 있으면 이곳을 떠나지 않는다고 말한 여인이었다. 결국 그랬구나 했다. ● 건봉스님을 만나다
묘향산을 오르는데 스님과 동행 하게 되었다. “저기 저것이 내 토굴 이우다.” 토굴에 가까이가자 “스님 돌아 오셨는지요?” 목소리로 보아 소년일 것 같은 중 하나가 달려오더니 노승 앞에 허리를 굽혀 절을 하였다. “오냐. 별일 없었더냐?” “예....... 오늘 큰절에서 스님이 오셨다가 그냥 돌아 가셨습니다. 곡차가 잘 익었다면서 한 동이 지고 오셨습니다.” “기래........ 핫핫핫하하하........ 그래도 그 땡 중이 제법이구나! 손님이 올 줄 알고 준비를 해놓았으니........” “金炳淵(김병연)이라고 합니다. 여태껏 인사를 올리지 못했습니다.” 김삿갓은 그때서야 꾸벅 인사를 하였다. “새삼스럽게........, 얼굴 알았으면 되었지, 내는 乾鳳(건봉)이라고 하우다.” 그는 할 수 없이 법명을 대주었다 김 삿갓은 너무나 뜻밖의 이름에 소리를 지를 뻔 하였다 금강산에서 空虛(공허)선사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묘향산에 가면 乾鳳(건봉)이란 큰스님이 있는데 출가 전에 자기아우였다고 하였다.
“오늘밤 신세를 지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금강굴은 이름그대로 바위 언덕에 지어놓은 새 집 같은 암자였다. 서산대사 休靜(휴정) 대사님의 수행도량이었다.
萬家都城如연질 만국의 도성은 개미집 같고
一窓明月淸虛枕 달 밝은 창가에 청허하게 누웠으니
* ? ; 애벌래 연 징그러울 연
“김공도 한 수 읊어 보시라우요” “그럴까요?” 그는 乾鳳(건봉)과 마음이 통한다 싶어서 기뻤다.
風定花猶落 바람이 그치니 꽃이 오히려 떨어지고
天共白雲曉 하늘은 흰 구름과 함께 밝아오고
“김공은 역시 꿈속에 사는 사람이야.” 내가 하나 더 읊어 보기요.”
八十年前渠是我 팔십년 전에는 네가 나 이더니
이 詩는 서산대사께서 입적하시기 전에 당신의 초상에 적은 시 이다. 妙香山(묘향산)은 여인 같은 것인가, 가까이 있을 때에는 아름다운 줄 모르고, 등 돌려 떠나면서도 그리운 줄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거리가 멀어지면서 여인처럼 그리워지는 것이 묘향산이었다.
妙香山詩
平生所欲者何求 한평생 하고자 하는바가 무엇을 구 하였던가
山疊疊千峰萬인 산은 첩첩하여 천 개의 봉우리가 만 길이나 되고
* 擬 ; 헤아릴 의 * 소원하던 묘향산 遊山(유산)을 하니 경관의 모습에 사실적으로 묘사한 시이다.
묘향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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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落鄕...54년의 삶에 가진것 없는 장돌뱅이의 마음 ~~고향은 없다......^^ 66^ 감사합니다..항상..행동하지않는 양심은 사회의 惡인 사람~의 1인^^
행동하지않는 양심이 누군가했더니 피안/님이셨구료~ ( ^ ________^ ) 근데 자수를 했는데 왜 확신이 안 생기져? 물증이 없어 패~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