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 경기하는 사이… 더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실시간 전력 분석 - 팀마다 전력분석관 1명 배치
점수 날 때마다 데이터 뽑아 무전기로 감독에 정보 전달
'지켜보는 눈' 한둘 아니네 - 비디오 판독하는 경기감독관
선수 기록 남기는 기록원 등 선수 빼고도 70여명 경기 관여
가로 18m×세로 9m의 코트에서 펼쳐지는 프로배구는 경기 장면을 쫓기에도 숨 가쁘다. 하지만 선수들을 보느라 놓쳤던 이면(裏面)을 찾고 나면 한층 더 재밌게 배구를 즐길 수 있다.
◇실시간 데이터 전쟁
지난 21일 현대캐피탈과 우리카드의 남자부 경기가 열린 천안 유관순체육관. 관중 사이로 현대캐피탈의 진순기 전력분석관이 노트북 네 대를 펼쳐 놓고 바쁘게 손을 움직였다. 자판을 두드리던 그가 헤드셋으로 말했다. "오늘 (송)준호 공격 성공률 떨어지는데요?" "상대 블로킹 포메이션이 바뀌었습니다. 바로 대응 필요합니다." 무전기에 연결된 리시버로 이 말을 들은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은 바로 선수 교체를 했다.
팀마다 한 명씩인 전력분석관은 점수가 날 때마다 작전이 잘 통하고 있는지, 상대 수비 포메이션의 약점이 무엇인지 등을 2~3초 안에 분석한 다음 무전기를 통해 감독, 수석코치에게 실시간으로 알려준다.
21일 경기는 현대캐피탈의 3대1 승리였다. 진 분석관은 "눈대중으로 알 수 없는 것도 데이터를 통해 드러나는데, 이걸 바로 반영해야 이길 확률이 조금이라도 높아진다"며 "바로 옆에 있던 관중 한 분이 제 분석으로 결과가 달라지는 걸 보더니 '비디오 게임을 보는 것 같다'고 신기해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코트 밖 '매의 눈'들
배구에선 주심을 포함해 심판 7명(대기심 포함)이 판정을 내린다. 하지만 코트 주변엔 경기 진행을 돕는 조력자들이 훨씬 많다.
주심의 반대편에는 감독관 3명(경기감독관 2명, 심판감독관 1명)이 있다. 45㎝ 높이의 단상에 앉은 이들은 심판 판정 및 경기 운영을 전체적으로 살핀다. 경기감독관은 구단으로부터 비디오 판독 요청(경기당 1회)을 받으면 23인치 크기의 TV 모니터로 중계 화면을 돌려본 다음 판독 결과를 발표한다. 옆에 있는 소음 측정 기구를 수시로 보며 응원 소리가 90데시벨(㏈)을 넘으면 해당 구단에 경고를 한다.
경기 기록원의 역할도 크다. 한국배구연맹은 매경기에 기록원 7명(전산 관리자 포함)을 파견한다. 기록석은 경기장 사이드 라인이나 엔드 라인 쪽에 있다. 개인 기록원이 "R1, S7, W3"('1번 리시브, 7번 세트, 3번 후위 공격'이라는 뜻)이라고 '콜'을 하면 옆에 앉은 전산 입력원이 이를 노트북에 저장하는 식으로 기록한다. 경기 상황을 재빨리 입력해야 하므로 기록원은 선수 출신이 많다. 심판 자격증이 있는 기록원도 있다.
오기(誤記)에 대비해 모든 '콜'은 녹음을 해두며 수기(手記)로도 남긴다. 작은 기록도 놓치지 않기 위해 기록원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길게는 4~5시간 동안 화장실도 가지 못하고 기록석에 앉아 있어야 한다. 김지연 기록원은 "숫자 하나하나에 선수들의 연봉 책정이 달려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기록을 다룬다"고 말했다.
경기감독관 바로 앞엔 2명의 기록 심판이 앉아 있다. 손으로 점수판을 넘기는 기록 심판은 선수 교체, 로테이션이 잘못되지 않았는지를 '매의 눈'으로 관찰한다.
이 밖에 각 구단은 코트 매니저, 전광판 입력원 등을 배치해 경기 진행을 돕는다. 코트에 묻은 땀이나 물기를 닦는 마핑(mopping) 요원은 각 연고지 주변 유소년 선수들이 맡는다.
응원단장과 치어리더, 구단 프런트, 방송 중계 인력까지 합치면 한 경기당 선수를 제외하고도 70여명의 인력이 투입되는 셈이다. 한 시즌 남녀부 195경기(정규리그 기준) 동안 혹시 있을지 모를 사고를 대비해 응급치료사도 응급차와 함께 경기장에 대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