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동(開峰洞) 30만 단지
글쓴이 조석증 부장
"여왕을 영접하기 위해 성(性) 근로자 출신의 성전환(性轉換) 국회의원 (Georgina Beyer 의원) 을 공항으로 내 보내는 나라가 이 세상에 또 어디에 있습니까? 이같은 작은 일뿐만 아니라, 세계평화 입장을 고수(固守)하기 위해 미국과의 자유무역 협상을 포기하는 큰 일까지 자신있게 추진하는 나라가 바로 뉴질랜드입니다"
'뎅물(enamels: 동물) 수입은 금지합네다요'
"제가 처음 뉴질랜드 도착할 때 비행기 안내방송에서 수없이 되풀해 들었던 말입니다. 친구들은 뉴질랜드가 천국(天國) 이라고 했지만, 제가 본 것은 끝없이 이어진 '판자촌'(板子村) 들과 침울하고 자포자기적인 어둠침침한 분위기였습니다. 같은 영국의 혈통인데 뉴질랜드가 진취적인 기상(氣像) 의 호주와 이렇게 다를 수가 있습니까? 미국과 이스라엘을 증오하고, 핵문제, 글로발화, 환경문제, 동물권(動物權) 이야기라면 목청을 높이는 나라! 알콜과 마약중독, 자살, 자녀학대가 성행(盛行) 하는 나라! 별로 달갑지 않은 '천국' 입니다."
호주에서 처음 뉴질랜드를 방문한 시드니 모닝 헤랄드 (Sydney Morning Herald) 의 여기자와, 30년만에 뉴질랜드를 다시 찾은 영국의 스펙테이터 (The Spectator) 남기자가 보도한 기사 내용이다.
맞는 말이다. 공감(共感) 이 간다.
극론적(極論的) 인 두 가지 견해가 다 공감이 간다.
무엇이고 자신있게 하는 나라!
총선(總選) 이 끝난지 꼭 한달만에 노동당의 헬렌 클라크 총리가 내각(內閣) 을 구성했다. 이민자들을 '괴롭혀 온' 윈스턴 피터스 NZ 제일당 당수가 총리와 담판 끝에 외무상(外務相) 자리를 따 내는데 성공했다.
"그는 야비한 사람입니다. 그는 아시아국들을 방문할 수 없을 겁니다. 영국과 캐나다만 방문하겠죠!" 중국계 혈통의 30대 제빵 기술자가 한 말이다.
"참 잘 됐네요! 무슨 말이고 겁내지 않고 용기있게 하는 분이니까 사람들이 질투하는 거예요" 40대의 어느 키위 보모(保母) 가 한 말이다.
헬렌 클라크 총리는 남들이야 무엇이라고 하든, 자신있게, 겁내지 않고 조각(組閣) 을 했다. 호주 여기자의 말에 공감이 간다. 달갑지 않은 천국!
50대 이상의 교민들은 '개봉동 30만 단지(團地)'가 무슨 말인지 금방 이해가 갈 것이다. 60년대말 서울시는 서울로, 서울로, 집중되는 '국내 이민자' 들의 주택난을 해소하기 위해 개봉동 일대에 터를 닦고 30만 호의 중저가(中底價) 국민주택을 짓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이 국민주택의 형태가 아파트로 바뀌면서 '소금 모래' 로 쌓아올린 중고가(中高價) 분당 아파트 건설로 대미(大尾) 를 장식했다. 만약 한국에서도 파키스탄처럼 지진이 발생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 아닐수 없다.
최근 수년간 오클랜드에서도 만찬가지 현상이 벌어졌다. 동남쪽의 다네모라로부터 북쪽의 알바니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중저가 주택들이 마구 지어져 '썩는 집' 문제가 큰 골치거리로 등장했다 (오클랜드는 겨울에 비가 많다).
이같은 현상은 시내 아파트들도 마찬가지이다. 바닥이 새고, 베란다가 무너지는 가 하면, 옆 집 사람들의 '숨 소리' 까지 들려 문제가 여간 심각하지 않다. 특히 시내 아파트는 물량(物量) 공급이 대폭 늘어나는 가운데 (현재 10,800 유닛에서 내년말 15,500, 후년에 20,500 유닛으로 증가) 렌트마저 계속 떨어지고 있어 투자자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최근 실시된 경매에서 원매자(願買者) 가 뚝 끊긴데다 20만불대 저가 아파트가 불과 13만불에 팔려 심각함을 더해 주고 있다. 투자자는 투자금액의 1/3을 손해 본 셈이다. 이같은 아파트의 과잉(過剩) 공급은 주택 렌트에도 영향을 미쳐 앞으로 전반적인 주택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금융계에서는 우려하고 있다.
영국 기자의 견해가 너무 치우친 느낌이지만 주택에 관한 내용은 공감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