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흥규/ 전남 법성포 "토속언어, 향토언어 詩 4인 특집"/ 소리 다칠라! 글자 잘 써야지/ 한강문학 5호, 신년호
* 소리 다칠라! 글자 잘 써야지. / 4인 향토시 발문
* "토속언어, 향토언어 詩 특집" 마감임박! 기획 단계부터 제5호 <한강문학> 신년호에 준비한 섹션명칭은〈소리 다칠라! 글자 잘 써야지〉로 정하고 원고청탁에 들어갔다. 청탁에 응한 4인의 시인 중 3인은 평소 사투리, 방언 詩를 써본 적이 없었기에, 시도하는 것만으로도 큰 용기가 필요했다. 그동안 한국문단에 쌓아올린 명성이 하루아침에 매도(?)될까 두렵기도 했을 것이다.
* 편집자는 이들에게 “용기容器와 용기勇氣” 외엔 제공한 것이 없다. 그리고 <한국인의 문화원형질 찾기>에 동참하자! 이 결정은 일정 부분~ 한국문단 발전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아울러 고향 땅(지자체) 단체장들이 좋아할 요인을 두루 갖추고 있다. 본래 한글은 소리글(표음문자)인데 지금 꼭 뜻글(표의문자)처럼 쓰고 있으면서 소리글이라고 우겨대지(?) 않는가~ 이었다. 학문과 생활의 이중성으로 수천년간 변태적인 정신세계를 간직해온 DNA.
* 참여 시인은 선구자 상희구 시인(대구)을 특집으로, 이흥규 시인(영광), 이시은 시인(밀양), 강용숙 시인(제주), 김영욱 시인(강릉) 등 총 5인을 “토속언어, 향토 시 특집”으로 기획 편집했다.
* <한국인의 문화 원형질 찾기>는 한 때 “검은 머리칼의 종족을 찾아서” 나섰던 편집자의 평생 숙원이 지금은 “源流 찾기”로 명칭만 바뀌었을 뿐이다. "토속언어, 향토언어, 우리말 되살리기"는 그 한 방편에 불과하다. 문학을 통하여 민족문화의 원형질(기반)을 천착하는 과정은 한국적 문화의 뿌리 찾기로 이어질 것이며, 나아가 "한국적이고 독창적인 문화예술이론" 탄생에 일정부분 기여하게 될 것이다. 이는 참여자만의 관심사항이 아님은 물론이다. 이 일에 <한강문학>은 지면과 시간을 기꺼이 제공할 것이다.
* 6.25 동란이 끝나자마자, 서울 명동에 자리를 잡은 UN 산하기구 유네스코. 유네스코는 전세계의 인류문화유산(유형문화유산)을 찾아 지정 보존에 힘쓰는 한편 “무형문화유산”도 찾아 지정, 보존하기 시작했다. 그 활동 동기와 배경에서 농익은 인류애를 읽고 그 소중한 가치지향에 공감한다. 아울러 전쟁 직후 폐허만 남은 신생 대한민국에 “학술원”, “예술원” 시스템을 만들어 우리 정부가 운영하게 한 그 생각을~ 거듭해서 읽으며 새삼 부끄러워진다. 문화민족 한국인? 동방예의지국? 자다 말고 소(牛)가 웃을 일이다. 메뉴판 보나마나 질펀한 섞어찌개 한 그릇.
그네 외 4편
지당 이 흥 규
옥심아! 훨훨 날아라.
진노랑 맹지저구리
연분홍 치맷자락 나붓나붓
갑사댕기 휘날리며
나비 맹이 새 맹이로
하늘 높이 더 높이 날아올라라.
키 너머 솟은 담장 안에
성문맹이로 막아선 문간채
호랭이 앉아 지시는 사랑채
일거수 이투족 감시하는 내당
접접이 둘러싸인 별당에 갇혀
진달래 꽃동산, 시냇가 버들개지랑
집시랑 맞대고 도랑도랑 정겨운 모냥
늬 은제 귀경 한 번 해봤더냐?
옥심아! 심껏 굴러라!
속가랭이 내비친들 어떠냐?
희컨 허벅지조까 보인들 어떠허냐?
하늘 끄틈머리꺼정 날아올라
싱그럽게 짙어가는 앞산도 보고
굽이돌아 흐르는 시냇물도 보고
장에 가는 소달구지
담장에 모시매들 꼴마리 까고서설랑
누 껏이 더 높은가 오짐줄기내기 조까
넘어다보는 게 숭이라더냐?
옥심아! 차올라라.
일 년 열두 달 꼭꼭 갇혔다가
몸도 맴도 풀려난 오월 단옷날
그네위에 올라앉은 오늘만은
늬 맘 대로다.
눈에 들어오는 것 모두 다
늬 시상이다.
농사꾼의 비애
아따! 이노무 시상 벨이 꼴레 어디 살것다고?
재수 옴 붙은 놈은 뒤로 자빠져도 코 깨지고
재수 존 놈은 어퍼져도 코에 금까락지 낀다등만
이노무 팔짜가 뭔 팔짠가
오뉴월 뙤약볱에 땀 찍찍 흘림시로
죽을똥 살똥 모리고 가꽈농께
배추 한포기에 삼백 원도 못준다니
품싻도 안 되는 것 갈아엎을 생각헝께로
목구녁에 뜨건짐 올라와 환장 허것네.
기냥 콱 목심줄 끊어부러야 헐랑개비여~
킁께, 나라에서 미리 조정얼 해 주었드라먼
그렇고 손해는 안 봣실 것인디
뭇을 심든지 말든지 팔아먹든지 말든지
내비 두어붕께로 무지랭이 농사꾼덜이
전국에서 누가 뭇을 얼매나 싱것는지
알 수 웂싱께로 배추금이 똥금 되야뿐졌제.
장에 가서 빰 맞고 집에 와서 애먼 지집 친다등만
나라원망은 워쪄 그리 해쌓능가?
나라에서 온 백성 돌볼라먼 헐 일이 태산일턴디
한두 사람 농사짓는 일꺼정 보샐필 틈 있당가?
어이! 모리는 소리 말소.
백성들의 어려움을 돌봐야 허는 나라에서
백성이 심들어 가꾼 농산물 쪼께 밑지더라도
옴싹 거둬들여야 마땅 허잖능개비?
국책사업 하나 제대로 못 허먼
수조 원 수렁 속에 쳐백해 썩어 문드러지는 판국에
그깟 농산물 거두는디 몇 십 억 원이 들 것능가?
그라고 그 돈이 든다한들 백성들의 품싻으로
어채피 나랏돈이요, 먹거리는 먹거리대로
우리백성들 밥상에 올라올 것이 아닝가?
국책사업 잘못해서 날라간 돈은
아조 웁써져뿐지는 돈이지만
밭에 썩어나자빠지는 농산물 거둬들이는 돈은
백성들 개아침 속으로 들어가
나랏돈이 되는 이치를 모리는 공무원덜
고것덜이 바보 멍청이 아니고 뭇이랑가.
그럼서도 큰소리치는 것 보믄 벨이 안꼴레?
소쩍새
진달래 분홍빛이 고와서 서러운 어메는
아배 무덤 앞에 앉아 먼 하늘을 봅니다.
가슴에서 솟는 핏빛보다 더 진한
따발총소리보다 더 아픈 소쩍새 울음
텅 빈 솥 두드리는 소리
솥탱! 솥탱!
비쩍 비쩍 말라가는 새끼들이 서러워
쑥꾹! 쑥꾹!
산비탈로 흐르는 쑥국이 눈에 잽혀
아배의 무덤을 박차고 일어섭니다.
호미자루를 움켜 쥔 어메의 갈퀴손
지축을 향하여 힘차게 찍어 팝니다.
쑥국이라도 가득차서
솥쩍! 솥쩍!
쑥국으로 배를 채우고
뱃통! 뱃통!
함박눈
오메! 함박눈 조깨보소. 저!
미영솜 보다도 더 희컨 눈이 흐벅지게도 뿌례뿌네.
댐배 한 대참에 온 마당이
소캐 널어논 것맹쿠로 희케저부렀네.
요로코 눈이 많이 쏟아져 불먼
보리농사는 대풍 든다고 혔는디
보리 고개 꺽쩡은 날라가 부렀네.
먼 소리당가?
봄에 보리 익을 때 꺼정이 보리고갠디
보리 풍년 든다고 보리고개가 웂서진당가?
보리 풍년인디 봄 먹거리 너물풍년이라도 들꺼잉께
너무새라도 부지런히 뜯다 보먼
허천아구병 나는 고개냉기고 보리풍년 맞겄지. 맹?
동네 아그덜 존 일 났구만?
낯바닥 글쿠는 매운바람에 꼼지락도 못허고
집집마다 방안에 백혀있던 새끼덜 불러내
시정거리 어덕받이에 아그덜 풍년 들었네.
온 동네 갱아지들 꺼정 들떠서 난리네.
담양떡네 와상대 하나도 안 남아나겄는디?
눈 오시는디 와상대가 뭔 수난얼 당헌당가?
손바닥맹쿠로 넙두데 헌 와상대 몰래 빼다가
모닥불에 구어 휘어각고 대썰매 맹긍께 글제.
웃뜸 아랫뜸 아그덜 대쓰끼가
모다 그 집 와상대랑만.
맹년 봄이먼 또 집 뒤 안 대밭에
지절로 죽순이 쑥쑥 나와서 솎아 내야 헐턴디
뭔 꺽정인가.
새 대 쪼개서 새 와상 맹글먼 더 좋제.
쑥 이야기
쑥이네! 자네는 워찌 우리덜 허고
항꾸네 잡초 취급을 받는당가?
킁께마시! 아조 아조 옌날 단군님쩍에는
쑥허고 마늘만 먹으먼 즘생도 사람 된다고
풀중에서도 젤로 좋은 보약 취급을 받등만
인자는 잡초라고 천대험서 내뿌능가. 안?
지끔도 자네는 이른 봄에 환영 받쟎능개비.
포르스름 헌 새싹이 나오기만 허먼
뿌리채 싹뚝 캐서 국 끼레 먹음시로
향기 좋다고 쑥꾹 쑥꾹 환장덜얼 허등만.
어디, 고것만?
단오 무렵에 다 자란 단오 쑥은
약찬 보약이라고 옴싹 비어다가
즈그덜 아픈디 약으로 써먹등가. 안?
팔다리 쑤시고 제린디, 속 골병 든디
쑥찜으로 풀어내등만.
어푸러져 피멍 든디는 워쩌고
생쑥 비볘서 붙이먼 지절로 나승께.
근디 워쩨서 잡초 취급을 받어?
아! 긍께, 사람이나 짐승이나 초목이나
시대를 잘 타고 나야 써!
사람 못 헐일 시키는 싸난 즘생들도
씨를 말린다고 금이야 옥이야 보살피등가. 안?
그러고 말이세.
뭇이든지 있을 자리에 있어야 귀히 여기제.
설자리 앉을 자리 낄 자리 안 낄 자리
따로따로 있는 벱이라네.
암 디나 끼대들먼 꼴값 못허능 것잉께로.
할망구덜만 사는 꾸불촌에서는 봄쑥만 보먼
쭈글탱이 얼굴에 함박꽃 핌스로 좋아덜 허는디
서울 부잣집 화단에 발 붙였다 허먼
뿌리채 뽑폐서 쓰레기 통에 처백해뿡께
그종 알아서 지 처신 잘해야 써!
芝堂 이 흥 규 시인 약력
- 한국문인협회 회원,
- 광주광역시 문인협회 시분과 회장 역임
- 광주광역시 교원연수원 강사 역임
- 무등 시립도서관 문학 강좌 강사 역임
- 「우리문학」시 추천 등단, 국보문학 소설당선
- 전남 도민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
- 시집 ; [임 바라기] 외 3권 상재
- 소설집 ; [도시의 불빛] 상재
- 방언서사시집 [어머니의 편지] 상재
- 시창작론 [시는 마름다운 마음의 거울] 상재
- 산문집 ; 생각 나들이 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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