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애 / 2023《한강문학》가을호(33호)신인상 당선작 시 부문 / <어느 날 찾아 온 봄> 외 3편
어느 날 찾아온 봄
강 병 애
하늘거리는 잠자리 날개
고운 드레스 입고
나비처럼 사뿐사뿐
걷는다
시니어 모델의 꿈을 향하여
꿈길이었나 꿈속이었나
아니 현실이었다
소중하고 행복한 순간
인생 2막 새로운 꿈
시니어 모델을 향하여.
시어머님 소천 하시고
남편 첫 번째 맞는 생일
식탁에
어머니 자리에
미역국과 밥 한 그릇 올리니
울 남편 누구 밥이냐고
어머니 거라고 하니
남편 눈에 눈물이 고인다
어머니 살아 계셨다면
막내아들 생일에 분명
옆자리에 앉아 계셨을 텐데.
어느 날 지하철에서
변해버린 나를 봅니다
언제 부턴가 경로석에 앉아 있는
나를 봅니다
경로석을 피하던 내 모습은 이제 사라지고
경로석을 향해 걸어가는 나를 봅니다
변해버린 지금의 내 모습이 슬퍼집니다.
꽃과 나
꽃과 함께여서 행복한 나
눈 뜨면 항상 함께 하는 너
일 년 열두 달을 지나
삼십 여년의 세월을
변함없이 함께 해준 너
오늘도 너희들 모두 향기를 담아
예쁜 꽃바구니로 어우러져
새 주인을 만나러 가는
너희들의 이름을 다시 한 번 불러본다.
《한강문학》33호 (가을호) 시부문 신인상 당선 강병애 심사평
수채화 같은 느낌의 시
강병애의 시는 언어의 유희를 배제하고 생활주변의 단어들을 채용하여 시를 쓰고 있다. 대화 하듯이 독백하듯 시작詩作을 하였다.
이는 인위적으로 키워낸 화려한 꽃이 아닌 자연에서 마주치는 꽃을 본 것과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시의 구성은 통상적인 3, 4음절을, 한 음보音譜로 하여, 2음보, 때로는 3음보를 사용했고, 이따금 1음보로 구성한 형태의 시를 쓰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음보를 맞추기 위한 의식적인 행동을 하지 않았음이 읽혀진다.
《한강문학》 33호(가을호) 시부문 신인상 심사에서 〈어느 날 찾아 온 봄〉, 〈시어머님 소천하시고〉, 〈어느 날 지하철에서〉, 〈꽃과 나〉 네 편을 신인상 등단 작품으로 추천한다.
〈어느 날 찾아 온 봄〉에서는 시니어 모델로 인생 2막을 준비하는 과정을 담담하게 써 내려가고 있다. 연습생의 과정을 쉬운 언어로 관찰자이자 화자가 되어 편안하게 읊어가고 있다. 젊은 모델들이라면 화려한 꿈을 꾸면서 미래를 위해 연습을 하겠지만, 나이 들어 2막으로 선택한 시니어 모델은 그런 화려한 꿈을 꾸기는 어렵다 해도, 허투루 할 수는 없었을 터임에도, 그 힘든 과정을 꿈을 꾸면서 이겨가는 과정을 짧은 3연의 시로 표현했다.
〈시어머님 소천하시고〉는 나이든 장년의 부부에게 흔히 있을 수 있는 평범한 일상생활을 시의 주제로 삼았다. 화자는 부부 간의 대화를 통해 화자의 마음까지 그려내는 방식으로 10구 일연의 짧은 시를 써내려갔다.
이 시의 특징은 제목이 전체적인 시를 함축한 내용이라기 보다 전체적인 시의 도입을 위한 절節을 그대로 시 제목으로 정했다.
〈어느 날 지하철에서〉은 도입부의 절을 그대로 시 제목으로 사용하고 있다. 마치 잡지의 칼럼과도 같은 방식으로 시의 제목이 시의 본문의 도입부를 구성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꽃과 나〉에서는 작자가 화원을 하는 지, 아니면 취미로 꽃을 가꾸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분양하는 지는 알 수 없지만, 오랜 기간 꽃과 함께 하며, 꽃을 분양하려는 화자의 마음을, 새로운 주인에게 보내면서 아쉬운 마음을 짧은 9행의 시로 독백처럼 읊고 있다.
강시인의 시는 일상생활에서 시의 소재를 찾고 있기에, 또 기교보다는 연필로 초벌로 그린 터치선 위에 투명하게 그려진 수채화 같은 느낌의 시를 주로 쓰고 있다. 따라서 독자에게 접근하기 쉬운, 주변의 단어를 구사하여 시작詩作을 하는 것은 큰 장점이다.
강병애 시인의 신인상 수상을 축하하며, 앞으로 장점을 계속 발전시키고 정진해 나가기를 바란다. 아울러 강병애 시인을 문단에서 만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희망한다.
《한강문학》 신인상 심사위원 상임고문 김 중 위 추천위원 이 강 철 심 사 평 이 기 운 |
《한강문학》33호 (가을호) 시부문 신인상 수상소감-강병애
세월의 흔적
끄적거림이 좋아 시작한 작은 끄적거림
어느 날은 산책길에서 어느 날은 지하철에서
주저리 주저리 써온 십여 년 세월에 흔적이 하나씩 쌓여진
작은 이야기가 세상에 빛을 보려 움트고 있습니다.
요람에서 쌔근히 잠자고 있는 아가를 조심히 깨워 한발짝 한발짝 걸음마를 시작 했습니다.
서두르지 않고 넘어지지 않고 한걸음 한걸음 잘 따라 가겠습니다.
이렇게 작은 걸음을 시작 할 수 있게 가르침을 주신 이강철 회장님과 심미옥 선생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강병애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일본학과 졸업, 수정 원예 대표, 시니어모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