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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카와 다쿠지의 ‘기적의 사과’ | ||||||
책모임의 좋은 책 읽기 : 이기자/정산중학교 교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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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책모임에서 읽은 책 ‘기적의 사과’는 제가 이제까지 읽은 책 중 가장 감동적인 책입니다. 3000볼트의 전기 충격이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과수원들이 울타리와 울타리(경계)로 이어져 있습니다. 다른 과수원들은 농약을 치고 (일년에 13회 정도) 비료를 주어서 쉽게 해충도 없애고 과실을 수확합니다. 그러나 아키노리씨는 무농약 무비료 농법을 고집합니다. 이웃 과수원들은 아키노리씨한테 불만이 이만 저만이 아닙니다. “농약 쳐서 해충을 없애 놓으면 아키노리씨 과수원에서 해충이 날아와 소독한 보람이 없게 되니 화가 날 수 밖에요. 이웃 사람들이 아무리 설득해도 듣지 않으니까 그 시선이 보통 따가운 것이 아닙니다. 왕따를 당하게 되고 이웃의 시선을 피하려 새벽 일찍 과수원으로 가고, 저녁 늦게 귀가합니다. 이런 심정을 겪어 본 사람들은 다 알 것입니다. 얼마나 고독한 싸움인가를. 이 부분을 읽을 때 저는 옛날이 그리웠습니다. 전교조 초창기에 혈기 왕성한 젊은 교사로서 뜻을 굽히지 않고 용감했습니다. 신영복 선생님이 하신 말씀 중에 ‘세상을 자기에게 맞추는 사람은 우직한 자이고, 우직한 자의 어리석음이 세상을 조금씩 바꿔간다’고 했습니다. 반면에 ‘자기를 세상에 맞추는 사람은 현명한 자이나 흐르지 않는 물과 같아서 썩기 쉽다’고 했습니다. 3학년 국어 수업 시간에 신영복 선생님의 이 글을 가르치면서 세상을 자기의 신념에 맞추며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가? 얼마나 용기가 필요한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 한 적이 있습니다. 이 책 “기적의 사과” 를 예로 들었더니, 학생들은 말합니다. 실제로 세상을 자기의 신념에 맞추며 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하면서 남들 하는 대로 쉽게 사는 것이 대세라고 합니다. 교과서의 좋은 글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아키노리씨가 무농약 무비료 농법을 시도하는 동안 8년간은 실패의 연속이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책을 직접 읽어보시기 바라겠습니다. 9년째 되는 봄에 사과꽃이 피었습니다. 그해 가을에 수확한 사과는 크기가 얼마 정도였을까요? 아무튼 그 사과 맛은 기적이었습니다. 아키노리씨의 꿈은 이루어졌습니다. 그동안 냉담했던 이웃들이 모두 기뻐하며 축하의 말들을 건넵니다. 농약 치는 사람들의 경계와 농약 치지 않는 아키노리씨네 경계에선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그렇게 싫어하고 적대시하던 사람들이 아키노리씨의 성공, 아니 그가 옳았다는 진리 앞에서 모두 하나같이 한마음으로 그의 길을 인정하게 된 것입니다. 적어도 자기들의 경계만이 옳다고 고집하지는 않게 되었습니다. 요즘 읽은 책 중에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이란 책에서 ‘모든 경계엔 꽃이 핀다’ 는 말이 나옵니다. 이것이 무슨 뜻인가 궁금했는데, 여기 이 대목에서 확실히 깨달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이 주는 강력한 메시지는 아키노리씨의 과수원이 앞으로 다가올 환경 재앙에 대비할 수 있는 ‘노아의 방주’라는 것입니다. 그는 무농약 무비료 농법의 성공 비밀을 아무에게도 안 알려주고 자기만 돈을 벌어보겠다는 사욕이 전혀 없습니다. 그의 소원은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농약 무비료 농법을 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알려주고 싶은 것이 그의 새로운 꿈입니다. 진심으로 존경스런 분입니다. ‘기적의 사과’라는 책을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