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김진영의 애도일기 <아침의 피아노> 마지막 부분인 작가의 말까지 한글자한글자 마음으로 써내려간 필사를 마쳤습니다. 잠시 필사한 노트를 들여다봅니다. 필사를 하는 동안 작가에게 저절로 감정이입이 되어 가슴이 먹먹해진 순간들이 참 많았습니다. 때때로 나의 일상을 돌아보며 나태해진 정신을 가다듬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인간 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생명체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생로병사의 운명을 벗어날 수는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몸으로,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인생은 덧없지만 아름답고, 길가에 아무렇지도 않게 돋아난 풀잎조차 빛나고 가엾고 귀하게 볼 수 있는 마음의 눈을 크게 뜨도록 했습니다.
여기 지금 나는 살아있어서 비바람 몰아치는 태풍 앞에서 '바람아 불어라, 나는 살고 있고, 살아야겠다'고 외쳐봅니다. 이제 태풍이 지나가고-가고 오고 또 가고-거짓말처럼 파랗게 개인 하늘을 바라봅니다. 오늘 나는 특별하게 아픈 곳도 없고, 풍족하진 않지만 살아가는데 결핍을 느낄만한 것도 없습니다. 나를 염려해주는 가족들과 순한 마음으로 나를 응원해주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여전히 세상은 속시끄러운 소식들로 넘쳐납니다. 그리고 그 세상 사이에 나는 살아있습니다.
철학자 김진영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세상과의 이별을 앞두고 마지막 남긴 짤막한 말들을 오래오래 중얼거려봅니다.
'건너가기. 넘어가기. 부드럽게 여유 있게.'
'사랑의 마음. 감사의 마음. 겸손의 마음. 아름다움의 마음.'
'잘 보살피기.'
'적요한 상태'
'내 마음은 편안하다.'
작가는 말합니다. "이 책이 나와 비슷하거나 또 다른 방식으로 존재의 위기에 처한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성찰과 위안의 독서가 될 수 있다면..." 이 책은 나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었습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 헤매는 삶의 방향을 구체적으로 되짚어보게 했습니다. 권태로워서 제 정신을 놓고 살았던 일상을-순간들을- 어떻게 꾸려나갈지 고민해보는 계기가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