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강사는 과연 증오의 대상인가?
여기 천사같은 여학생 한명이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어여쁜 외모와 착한 심성으로
주위 어른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습니다. 피아노도 잘쳐서 그녀가 피아노 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누구라도 저절로 반하게 됩니다. 학교에서도 남학생들에게 인기 최고의 스타입니다.
누가 봐도 사랑스러운 이 여학생은 그러나 수학학원에 들어오는 순간 천사같던 표정이 순식간에
일그러집니다. 수학학원은 지옥이고, 수학선생님은 악마입니다. 나눠주는 프린트는 전혀 손도 대지
못하겠고, 칠판에 적혀있는 것들은 무슨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습니다. 그냥 너무너무 싫습니다.
앞으로 지옥같은 세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 지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집에 가서 엄마한테 말해야지.
수학학원 선생님이 너무 못가르치고 실력이 없다고.. 그리고 과외를 하면 대학생 언니가 재밌게
놀아주니까 무조건 과외가 좋다고 해야겠다!!
수학 강사는 그저 억울하기만 합니다.
위에 든 예는 극단적인 예이긴 하지만, 일부 여학생들의 수학 혐오증(?)은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할
정도입니다. 서울과학고-카이스트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던 저는 워낙 머리좋은 여자애들만 봐온지라
"여학생도 남학생 못지않게 수학, 과학을 잘한다"는 굳은 믿음이 있었습니다만, 인간 세계(?)로
내려와 일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원 강사를 하다보니 확실히 수학이라는 과목에서만큼은 남녀차이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결론을 얻게 되었습니다. 주위 사람들한테 이런 얘기를 해보니 돌아오는 대답은
"야, 여자애가 과학고 카이스트 갈 정도면 얼마나 잘하는 애겠어? 니가 그런 애들만 보다보니까 그렇지"
라는 것이었는데, 생각해보니 정말 그런듯 합니다.(사실 남학생 중에서도 공부하기 싫어하는 학생들은
많지만 수학이라는 특정 과목에 대한 그 거부감의 정도에 있어서는 여학생이 훨씬 심각한 편입니다)
아무튼 수학을 싫어하는 여학생들 중에는 집에 가서 어떻게든 학원 수학 선생님을 비난해서 학원을
끊어보려는 학생들도 있는데, 얼마나 수학이 싫으면 그럴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막상 당하는 입장에서는
참으로 억울하기도 합니다. 영어학원 선생님은 멋있고 본받고 싶은데 수학학원 선생님은 찌질하다느니,
수업할 때마다 그 적의에 불타는(?) 눈빛을 보고 있노라면 본인의 직업에 심각한 회의를 느끼기도 합니다.
(한때는 영어 강사로의 전업을 심각하게 고려해 보기도 하였습니다만, 수학이라는 과목의 매력 때문에
실행하지는 못했습니다. 사실 토익같은 시험 찍기 가르치는 데는 저도 귀신입니다)
또한 처음 인사하고 친해질 때는 정말 착하고 말잘듣던 학생이 이제 본격적으로 한번 잡아보려고(?)
(어쨌든 시험은 봐야 하니) 할 때면 갑자기 엄청난 적대감을 보일 때는 당황스럽기도 합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적극적으로 수학학원을 끊기 위해 노력하는 경우가 있는가하면, 그저
날 잡아잡수 하면서 수업시간에 멍한 눈으로 그저 시간을 때우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실 저의 경우는
이러한 학생들을 다루는 데는 굉장히 미숙한 편이라 결국 모두 바이바이하고 그 자리를 남학생들이
채우게 되었습니다만, 그래도 실력 차이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하려는 여학생을 볼 때면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고 싶고 봐주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그저 수학을 죽기보다 싫어하는 여학생들을 볼 때면 저도 한숨을 쉬면서 하는 푸념이 있습니다.
"아, 얘들 제발 수학 안하고 대학 보내는 방법 좀 어디 없을까?!"
좋은 취미, 나쁜 취미
여기서 잠깐 밝히자면, 저의 취미는 프라모델입니다.
"프라모델"이라는 단어가 생소한 분이 계시다면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조립식 장난감" 이라고
한다면 대부분은 이해하시겠지만, 사실 요즘에는 프라모델을 하는 아이들은 별로 없고 오히려
어른들이 많이 합니다. (제가 자주 들어가 활동하는 MMZONE이라는 인터넷 사이트에서도 10대
학생들보다는 제 나이 또래부터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까지 성인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게시판에 올라오는 내용도 공부 안하고 프라모델 만들다가 엄마한테 혼났다는 내용보다는
어린 자녀들 옆에서 본드랑 신나 냄새 나는 조립, 도색 작업을 하다가 와이프에게 혼났다거나
몰래 집 한구석에 숨겨 놓은 프라모델 박스들을 들켜서 아내가 잔소리를 했다...(참고로
취미 생활의 가장 큰 주적은 부모님이 아니라 와이프였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등등의
눈물겨운(?) 사연들이 올라오고 있는데, 사실 이는 10~20년 전에 남학생들 사이에서 최고의
취미였던 프라모델을 나이를 먹고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계속 유지하고 있기 때문인 듯 합니다.
(따라서 저희 집도 이곳저곳에 2차대전 독일군이 사용하던 타이거전차부터 걸프전에서 사용된
미군의 M1 에이브람스 전차까지 온갖 탱크, 비행기, 자동차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그럼 요즘 남학생들의 가장 인기있는 취미는 무엇일까요? 아마 남학생 자녀를 두신 대부분의
어머님들께서는 답을 말씀드리지 않아도 이미 알고 계실 것입니다. 바로 "컴퓨터 게임"이죠..
일부 학부모님들께는 정말 악몽과 같은 경험을 떠올리실 수도 있겠네요.. (몇날 며칠 동안
게임에만 빠져있다가 빵점짜리 성적표를 들고 왔다던가 말이죠)
사실 프라모델이 많이 죽어버린 취미이기는 하지만 가끔씩 같은 취미를 가진 제자들이 있으면
저는 어머님께 괜찮은 취미라고 추천해 드리곤 합니다. 확실히 수험생 입장에서 예쁘게 색칠까지
하기에는 시간이 많이 드는 취미이기는 하지만(저도 중학생때는 색칠까지 했지만 요즘은 간단히
조립만 하곤 합니다) 적어도 게임에 비해서는 훨씬 생산적인 취미이고 중독성이 덜한 괜찮은
취미인 듯 합니다. 그리고 또한가지 프라모델을 조립하는 동안 상당한 인내심과 정교함이 필요하고
이 과정은 어려운 수학문제를 차근차근 풀어가는 과정과 상당히 유사하며, 완성된 작품을 보며
느끼는 성취감은 어려운 문제를 해결했을 때 느끼는 쾌감과 같아서 저는 아이들과 학부모님들께
이 취미를 적극 권장하는 편입니다.
또 한가지 좋은 취미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만화책인데, 머리 좋은 학생들 치고 만화책을 좋아하지
않는 학생이 거의 없는 편이고 그렇다고 성적이 떨어지냐면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저의 경우는
친척 외삼촌께서 만화가셔서 어렸을 때부터 만화책을 끼고 살았었는데, 그때 익혔던 언어 감각과
기초적인 교양이 그 뒤에 제 학업 성적에 커다란 도움이 되지 않았나 합니다. 중학생때부터는
일본 애니메이션에 푹 빠져서 그때 익혀둔 일본어 실력은 후에 일본 와세다 대학교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잡는데 일조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제 방 한편에는 온갖 만화책과 DVD,
비디오테이프들이 엄청 쌓여있는데 막상 어느정도 나이를 먹고보니 그렇게 만화를 좋아하던 저도
어느새 멀리하게 되긴 하더군요) 아무튼 만화책도 책이고, 책이든 만화책이든 들고다니면서 열심히
읽는 것은 참으로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대표적으로 나쁜 취미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컴퓨터 게임 그 중에서도 온라인 게임인데요,
한번 제대로 빠져들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가 없습니다. 우선 시간 낭비도 너무 심하고, 그렇다고
인격 형성이나 지능 발달에 별로 도움이 되지도 않습니다. 무엇보다 한창 공부할 때인 학창시절에
너무 심하게 시간을 잡아먹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스타크래프트가 3년만 빨리 나왔어도 과연 제가
서울과학고 카이스트에 진학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확실한 자기 절제가 가능한
학생의 경우에는 게임과 공부 둘 다 효과적으로 양립하는 것이 가능하겠습니다만 그렇지 못한
대부분의 학생들(특히 남학생)의 경우에는 게임 중독은 정말 패가망신의 지름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여학생의 경우에는 아이돌 그룹에 심하게 빠지면 좋지 않은데, 단순히 좋아하는 차원을 넘어 그
아이돌 스타가 출연한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은 하늘이 무너져도 무조건 봐야 한다거나 콘서트에는
꼭 가야 한다는 등의, 게다가 거기다 더해서 연예인들을 더 가까이서 보기 위해 "사생"을 뛴다거나
하는 것들은 남학생들의 게임 중독보다 더 나을 것도 없는 학생 자신의 인생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일들입니다.
차라리 그 시간에 꼭 공부를 하지 않더라도 자기가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서 열심히 매진한다면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고 격려해 줄 일이지만, 그냥 먹고 즐기고 노는 것으로 시간을 보낸다면
결국 나중에 생각해보면 아무 것도 남지 않습니다.. 아직 미성년자인 학생들이지만 먼 훗날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적어도 뭘해서 먹고 살것인지)에 대한 고민 정도는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