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원재 - 수정봉 - 노치마을 - 고리봉 - 정령치 - 만복대 - 작은 고리봉 - 성삼재
백두대간종주도 마지막으로 치닫고 있다. 지리산 봄철 산불예방을 위한 입산 통제 때문에 미루었던 여원재에서 지리산 서쪽능선 끝 성삼재(1,102m)까지다. 이번 구간은 잘 자란 소나무숲길이 유난히도 많은데다가 고리봉과 만복대 오름을 제외하고는 평이한 등산로에다 좌우로 끝없이 이어지는 소나무는 등산로에 갈비를 카펫처럼 깔아 놓아 산쟁이들의 무거운 발걸음을 가볍게 해 주는 구간이기도 하다.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로 우중산행 채비를 하고 집을 나서는데 비가 제법 내린다. 탑마트 앞에서 이강*을 태우고 차고지에 도착하니 애마의 시동이 걸려있지 않고 정대장도 보이질 않는다. 70mm 정도의 비에 산행을 취소할 정대장이 아니기에 전화를 해 보니 지금오고 있단다. 마지막 집결지에 도착해 인원점검을 해보니 집안행사 때문에 참석하지 못한 정용*대원을 제외하고 전원 다 참석이다. 오히려 빗님이 오시는데도 불구하고 땜 방을 하기위해 일일회원이 여섯 분이나 참석하셨다. 우중산행을 즐길 만큼의 날씨는 아니지만 어지간한 비로는 대간꾼들의 산행열정을 막을 수가 없나보다!..
7:10분 진주를 출발한 우리는 통영-대전 고속도로를 달리다 이내 함양분기점에서 구88고속도로 접어들었다가 07:58분 인월IC를 빠져 나왔고, 인월IC를 빠져 나오자마자 국도변 휴게소에서 개인볼일들을 보고 08:08분 여원재를 향해 출발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논엔 모내기를 하기 위해서 물을 가득 잡아놓았다. 농촌의 바쁨과 풍요로움이 오버랩 된다. 도로양쪽 잘 정돈된 가로수엔 나뭇잎들이 푸르름으로 여름을 준비하고 있다. 08:22분 여원재 도착하니 제법 비가 내린다. 산행준비에 한바탕 부산을 떨더니 08:30분 점심을 먹기로 한 노치마을을 향해 모두들 걸음을 옮긴다. 08:37분 본격적으로 등산로에 진입하여 나무계단을 오르고 10여분 지나자 주지寺에서 부처님오신 날 봉축연등을 앙증맞게 걸어 놓았다. 오월은 사랑과 감사함이 넘치는 가정의 달, 자비의 달이다!
등산로 좌우로 소나무 군락이 길게 이어지더니 09:26분 남원시 운봉읍과 이백면을 연결하는 비포장 임도길 입망치다. 나무계단과 돌계단이 반복되며 완만한 경사로 이어지고, 백년은 족히 됨직한 거대한 홍송 군락을 지나니 09:57분 산중턱 암벽에서 수정이 생산되었다는 수정봉이다. 비 맞은 생쥐 꼴이라도 인정 샷은 남겨야 된다. 모두들 저마다의 포즈잡기에 바쁘다. 이내 아름다운 소나무숲길이 이어진다. 10:10분 고인돌 형상바위다. 바위에 걸터앉아 포즈들을 잡는다. 덕운봉 도착하니 10:20분 여원재5.3km 수정봉1.0km 노치0.8km 구룡폭포3.9km로 표기한 이정목에다 덕운봉 745m라 써놓았다. 조그마한 표시석이라도 하나 세워 놓지 않고.. 또다시 끝 모를 소나무 숲이 이어진다. 10:30분 정이품 송 못지않은 수령 255년 된 아름드리 보호수 5그루가 양지바른 언덕에서 노치마을을 내려다보며 당당한 위용을 뽐내고 있다. 인정 샷을 남기느라 여념이 없다. 10:37분 백두대간이 통과하는 유일한 마을 노치마을이다. 매요리와 추풍령은 대간길이 마을 외곽으로 빠져나온다. 대간 꾼 치고 안 먹어본 사람들이 없을 정도라는 노치 샘엔 다소 탁한 물에다 이끼가 끼어있다.
마을 정자에 도착하니 518년 된 보호수 옆에 우리나라지도에 1대간 14정맥이 양각된 석물이 설치되어 있고 정자 안에서는 우리대원들이 통영 김수* 대원이 준비해 온 장어 국에 이른 점심들을 먹고 있다. 우중산행 후 장어 국에 소주 한잔이라.. 한번 잡숴봐! 그 맛이 어떤지... 거하게 점심을 먹고 11:05분 고리봉을 가기위해 60번 지방도를 따라 고기리 삼거리로 걸음을 옮긴다.
11:30분 고기리 삼거리에서 좌회전 하여 고리봉3.2km라고 표기된 이정 목을 좌측에 끼고 오르니 거대한 소나무 군락지다. 고리봉 까지는 심한 된비알이다. 가픈 숨 몰아쉬기를 1시간 30분여 12:55분 정상석도 없는 고리봉이다. 지리의 주능선과 서북의 바래봉까지 훤히 보이는 조망이 참 좋은 곳이다. 오늘 조망은 엉망이지만 예쁘게 맺힌 철쭉 꽃봉오리가 설레임으로 기대치를 한껏 높인다. 정령치에 도착하니 13:13분 주차장은 썰렁하다 못해 을씨년스럽기 까지 하다. 구불구불 곡선의 미학을 웅변하는 737번 지방도 모습도 비안개 때문에 잘 보이지 않는다. 바람이 부는 게 제법 썰렁하다. 몇몇 대원들은 젖은 옷을 갈아입는다며 주차장으로 향한다. 주차장에 있던 정대장과 교신 후 만복대를 가기위해 나무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가시거리가 몇 미터도 안 될 정도로 날씨는 흐리고 능선엔 제법 바람이 심하게 부니 걸음은 빨라지기 시작한다. 만복대에 도착하니 13:55분 개스 때문에 복원된 모습이 조망되어지지 않는지라 우리는 인정 샷 후 서둘러 걸음을 옮긴다. 묘봉치를 지나 작은고리봉에 도착하니 14:33분, 구름에 걸린 반야봉 모습도, 천왕봉도, 지리의 주능선들도 볼 수 없다. 일일회원으로 참석한 지인이 앞에 가고 있다. 종주 땜 방을 하기위해 참석했는데 무릎이 좋지 않은 모양이다. 산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베테랑 산 꾼인데...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로 오늘도 아름다운 동행은 시작된다. 성삼재 도착하니 15:50분 비가 내려서인지 산 꾼들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다른 성을 가진 세 명의 장군이 지켰던 고개 性三峙는 1988년 천은사까지 지리산 횡단도로(861번지방도)가 10여㎞ 개설되어 있다.
젖은 옷가지 등을 서둘러 정리하고 인월로 향한다. 인월 지리산장여관목욕탕에 도착하니 16:50분 뜨거운 물에 긴 담금질하고 우중산행의 피로를 풀어 본다. 식당에 도착하니 17:55분 김치찌개로 허기짐을 달랜다. 우중산행 후 溫浴에다 김치찌개라! 사내대장부 부러울 게 하나 없다. 산청휴게소에 잠깐 들렸다 진주에 도착하니 참 이른 시간이다. 몇몇 대원들은 한 잔 더 하겠다며 의기투합한다. 집에 도착하니 20:40분 무탈하게 산행한 동료들에게 감사의 말 전하며 오늘 산행을 마무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