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는 한국인이 참으로 좋아한다.또 대나무와 유난히 살갑게 지낸 한국인이다. 소나무와 함께 송죽(松竹)으로 부르는 대나무는 사군자와 십장생의 하나로서 귀하게 여겨왔다. 대나무는 겨울에도 푸른 잎을 지니고 있으며 속이 비어 있으나 곧게 자란다. 예로부터 굳은 절개와 지조 혹은 청렴한 선비정신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인식되었다.
'대쪽같다'라는 말은 부정과 불의에 타협하지 않고 지조를 굳게 지킨다는 것을 뜻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옛날부터 심어온 것으로 알려졌다.대나무의 쓰임새는 아주 다양했다. 전쟁무기였던 활, 화살, 창에서부터 붓과 퉁소, 피리, 부채, 낚싯대로 쓰였다. 또 건축자재뿐 아니라 가구, 의자, 바구니, 빗자루, 우산대 등 열거하기 어렵다. 대나무는 신비와 영기가 서린 나무로 여겨 예로부터 우리의 생활에 널리 활용됐다. 여름철 우리 선비문화에서 자주 대할 수 있는 것이 대나무이다. 옛 선비들에게 여름철 죽부인(竹婦人,Bamboo wife)은 필수품이었다. 한옥마을 양반댁 사랑에서 이 죽부인을 어렵지 않게 대할 수 있다. 대나무를 잘 게 쪼개 길고 둥글 게 엮은 베개형으로 품안에 끼고 자거나 다리를 얹고자면서 시원하게 여름을 보냈던 또 하나의 부인으로 옛 선인들의 여유와 생활의 멋을 보여준다. 죽부인은 사전에 대오리로 길고 둥글게 얼기설기 엮어 만든 기구라고 설명한다. 여름밤에 서늘한 기운이 돌게 하기 위하여 끼고 잔다고 부연한다. 이 죽부인은 피서용 취침 용구인 셈이다. 중국 당나라 때는 죽협슬(竹夾膝)이라 불렀다가 송나라 때에 이르러 죽부인 또는 죽희(竹姬)라고 불렀다고 전한다. 네덜란드령 인도네시아에서 일하던 네덜란드인 무역업자가 처음 유럽에 알렸다. 그래서 영어권 지역에서는 "Dutch wife"라고 부른다. "무더운 여름 평상에서 죽부인을 두고 수족을 쉰다. 그 가볍고 시원함을 취하는 것이다" 옛 선비들은 죽부인을 여름에 끼고 살았다고 한다. 잘 마른 황죽을 참숯에 지지면서 엮어 만든 것을 최고의 죽부인으로 쳤다. 살결이 닿을 때 감촉이 좋고 가시에 찔리는 일이 없게 하기 위해 공정이 매우 까다롭고 잔손이 간다. 못이나 철사를 사용하는 것은 금물이다. 숯을 지져서 색을 내는 거외에는 생숯을 칠하는 등 가공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이는 여름철 땀에 씻기거나 묻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삼베 홑이불을 씌워 죽부인을 가슴에 품고 한 다리를 척 걸치고 자면 시원하게 잠을 이룰 수 있다. 구멍이 뻥뻥 뚫리고 안이 텅 비었기 때문에 시원함이 유지될 뿐 아니라 대나무의 촉감이 또한 시원함을 준다. 이래서 여름 한철 죽부인을 사용하는 것은 피서방법으로 최고이며, 자식된 도리로서 노부모에게 죽부인을 선물하는 것은 효도라고 알려져 있다. 우리 정원에는 취병(翠屛)이 있다.'푸른 병풍'을 뜻한다. 취병은 살아있는 나무를 이용해 만드는 생울타리다. 대나무를 엮어 울타리를 두르고 그 안에 작은 나무나 넝쿨식물을 올리는 '친환경 담'이다. 대나무를 이용해 담장과 같은 사각의 틀을 짠다.사람 키보다 높은 크기다. 보통 사람의 팔뚝 정도 굵기의 대나무를 기둥으로 쓰고 얇게 깍은 대나무로 가로줄을 짠다. 그 사각틀 안쪽에 주로 사철나무를 심는다.겨울에도 색이 변치 않게 하려는 목적이다. 이 나무의 가지를 안쪽으로 향할 수 있도록 고정하였다. 사이사이 다시 나무를 이용해 틀이 보이지 않도록 가지나 잎을 이용해 틈을 메운다. 계절에 따라 꽃나무 등을 이용하기도 한다. 그때 취병의 벽은 꽃벽으로 변한다. 유흥준은 그의 컬럼 '취병'에서 "취병은 자연과 인공의 조화를 중요한 미적 덕목으로 삼은 우리 옛 건축에 더없이 잘 들어맞는 형식이었다"고 말했다. 창덕궁 후원 같은 궁궐, 상류층의 정원에 널리 사용된 것이 취병이다. 창덕궁 후원 주합루를 둘러싼 취병은 유명하다. 최근 어수문 양쪽으로 가로 30m, 높이 150㎝, 폭 60㎝ 규모의 취병을 재현했다. 일제 때 사라진 한국 전통미(美)인 ‘살아 있는 명품 담’ 창덕궁 취병(翠屛)이 100여 년 만에 복원된 것이다. 취병은 식물을 소재로 한 생울타리와 울타리의 복합형태이다. 내부가 보이는 것을 막아주는 가림막 역할과 공간을 분할하는 담의 기능을 하면서 그 공간을 깊고 아늑하게 만들어 생기가 나게 하는 아름다움이 있다. 자연과 건축의 어울림을 추구한 한국 전통 정원의 백미로 취병을 서슴치 않고 꼽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첫댓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