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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신 몽천악은 서서히 말했다. "나는 혈검문과 원한을 맺고 싶지 않소. 더구나 홍의의 도사의 위력을 시 험해 볼 생각은 추호도 없소. 하지만 둘째부문주께서 계속 그렇게 사람을 위협하겠다면 할 수 없이 싸워 볼 수밖에 없을 것이오." 이렇게 말하며 몽천악은 한걸음 한걸음 뒷걸음질을 쳐 물러갔다. 우방방은 그의 왼쪽에 서서 긴장에 싸인 빛으로 그를 따라 뒷걸음 치고 있었다. 혈검문 둘째부문주의 검 끝이 서서히 밑으로 내려졌다. 세 명의 홍의의 괴인들의 날카로운 시선이 밑으로 내려가는 혈검을 따라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돌연 둘째 부문주가 크게 외쳤다. "막강(莫剛), 가서 저들을 죽여라!" 말소리가 떨어지는 순간 그녀의 혈검은 몽천악을 가리켰다. 순간 한마디 귀신의 울음 같은 소리가 울려 퍼지며 가운데서 있던 홍의의 괴인이 공중으로 날아오르더니 몽천악과 우방방을 향해 번개 같이 덮쳐갔 다. 홍의의 괴인은 실로 유령같이 소리도 없이 움직였으며 그 기세가 마 치 번개 같았다. 우방방이 앙칼진 음성으로 고함을 치자 그녀의 장검에서 천만 점의 차가 운 별빛이 뿜어 나와 맹렬하게 홍의의 괴인을 향해 후려쳐 갔다. 홍의의 괴인은 돌연 오른팔을 휘두르며 예리한 검끝을 향해 몸으로 맞닥 뜨려 갔다. "쨍!" 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우방방은 오른쪽 손목에 한차례 아픔을 느끼 며 수중의 장검이 상대방의 팔에 부딪쳐 옆으로 빗나간 것을 알았다. 그것은 실로 사람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일이었다. 홍의의 괴인의 팔은 도검도 뚫을 수가 없다니 너무나 불가사의한 일이 아닌가! 홍의의 괴인은 장검을 쳐 옆으로 비켜 낸 후 오른손으로 번개같이 우방방 을 향해 움켜쥐어갔다. 우방방은 재빨리 몸을 한바퀴 돌리며 장검을 다시 앞으로 찔러 냈다. 쨍! 소리가 다시 한번 들렸다. 우방방의 장검이 홍의의 괴인의 아랫배에 적중한 것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가! 강철로 만든 장검이 동강이 나 버린것이다. 홍의의 괴인의 전신을 창칼로 뚫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우방방은 넋빠 진 듯이 망연히 서있었다. 그녀는 홍의의 괴인의 오른손이 이미 자기 목을 향해 움켜쥐어 오고 있다 는 것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이때 몽천악이 고함을 치며 번개같이 왼팔로 우방방의 허리를 낚아챈 후 여덟 자 밖으로 솟구쳐 나가 홍의의 괴인의 공세를 피해 냈다. 홍의의 괴인은 우방방을 향한 공세가 빗나가자 괴상한 소리를 지르며 맹 렬히 몽천악을 향해 덮쳐갔다. 몽천악은 상대방이 계속해서 이렇게 덮쳐 오리란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왼팔로 우방방을 땅바닥에다 내려놓았다. 그리고 노기 찬 음성으로 고함을 치며 한 줄기 산을 휩쓸어버릴 듯한 장 풍을 앞으로 뿜어냈다. "쾅!" 소리가 벼락과 같이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홍의의 괴인은 그의 강 하기 짝이 없는 장력을 맞자 뒤로 서너 걸음 물러갔다. 몽천악은 그런 상황을 보자 눈썹이 잔뜩 찌푸려졌다. 자기의 그 일 장의 위력은 어떤 무림의 고수라 해도 받아낼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상대방은 가슴으로 받아낸 것이다. 그러나 홍의의 괴인도 몽천악 의 그 일 장에 기세가 크게 꺾인 것만은 사실이었다. 그는 몇 번 나직이 부르짖었으나 더 이상 몽천악을 향해 공격해 가지는 않았다. 몽천악은 왼손으로 허리에 차고 있는 목검을 뽑아 들고 있었다. 그는 홍의의 괴인이 다시 덮쳐 온다면 검초를 펼쳐 공격할 기세였다. 몽천악이 다시 강호에 나타난 이래 아무도 그의 일 초의 검술을 받아 낸 일이 없었다. 그의 허리에서 검이 한 번 뽑혀졌다고 하면 필시 상대방을 쓰러뜨리고야 마는 것이다. 그가 허리에 차고 있는 검은 비록 목검이지만 몽천악의 놀라운 내력을 검 에다 주입시키면 실로 보검보다도 더욱 예리했다. 돌연 몽천악은 심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방방, 당신이 어깨에 차고 있는 나머지 한 자루의 검도 어서 뽑아내시오. 만약 목검이 위력을 발휘할 수 없다면 다시 당신의 검을 빌려 쓰도록 하 겠소." 우방방은 그 말을 듣자 즉시 왼손으로 검을 뽑아들었다. 이때 홍의의 괴인이 괴상하게 부르짖으며 질풍처럼 앞으로 덮쳐왔다. 순 간 우렁찬 고함 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몽천악의 목검이 날아갔다. 순간 귀신처럼 날카로운 울음 소리가 울려 퍼졌다. 몽천악이 왼손에 들고 있는 목검이 홍의의 괴인의 뱃속으로 세 치 가량 뚫고 들어간 것이다. 이어 몽천악은 번개같이 오른발을 날려 상대방을 일 장 밖으로 날려보냈 다. 홍의의 괴인은 앞으로 쓰러졌으나 그의 상처에서는 한 방울의 피도 흘러 나오지 않았다. 이것을 본 둘째부문주는 눈에서 기이한 광채를 번쩍이며 말했다. "홍의의 도사의 몸을 뚫을 수 있다니 실로 예리한 검초로군요. 하지만 당 신은 좋아할 필요가 없어요. 막강은 잠시 후 다시 살아나게 될 거예요. 그 는 다만 의식을 잃고 있는 것뿐이니까요." 몽천악은 무거운 안색으로 말했다. "방방, 검을 나에게 주시오." 몽천악은 목검을 뽑아낸 후 재빨리 검집에 꽂고 나더니 우방방이 건네준 동검을 움켜쥐고 크게 말했다. "둘째 부문주, 당신은 결코 어리석은 사람이 아닐 것이오. 나는 목검으로 이미 홍의의 도사의 몸을 뚫었소. 또한 지금 동검이 수중에 들려 있으니 홍의의 도사의 몸을 토막낼 자신이 있소. 나는 몸이 일고여덟 토막으로 동강 난 괴물이 다시 부활할 수 있다고는 믿지 않소." 이 말을 듣자 둘째부문주는 가슴이 철렁했다. 정녕 몽천악이 검으로 홍의의 도사의 몸을 여러 토막으로 끊어 버린다면 그는 다시 부활할 수 가 없는 것이다. "혈검문에서 다섯 명의 홍의의 도사를 훈련시키기까지 아마 많은 심혈을 소비했을 것이오. 만약 둘째부문주께서 다년 간 쏟았던 심혈을 하루 아침 에 무너뜨리기를 원하신다면 나도 할 수 없이 저들을 모두 제거해 버리겠 소. 그러나, 나는 귀문과 하등의 원한도 없소. 그러므로 굳이 당신의 부 하들을 제거해 버리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 가급적이면 둘째부문주께서는 더이상 그들에게 우리를 공격하라는 명령을 하지 말아주길 바라오." 이렇게 말한 후 우방방을 향해 나직이 말했다. "우리는 이만 물러갑시다." 이때 대청 문 앞을 가로막고 있던 아홉 명의 복면의 여인들이 손에 혈검 을 움켜쥔 채 서서히 그들을 향해 다가왔다. 돌연 혈검문의 둘째부문주가 크게 외쳤다. "물러가라! 그들을 물러가도록 놔둬라." 아홉 명의 복면의 여인은 그 말을 듣자 일제히 좌우로 흩어졌다. 몽천악은 낭랑하게 말했다. "둘째부문주 감사하오. 다음에 다시 봅시다." 이렇게 말을 하면서 대청 문을 열고 우방방과 함께 재빨리 밖으로 나갔 다. 우방방은 대청에서 빠져나온 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고개를 쳐들어 중천에 떠 있는 태양을 바라보며 혼자 중얼거렸다. "그것은 악몽이었던가?" 몽천악은 수중의 동검을 그녀에게 돌려주며 말했다. "꿈이 아니라 생생한 현실이지." 우방방은 마음 속의 두려움이 아직도 가시지 않은 듯 말했다. "그들은 정말 지옥의 악귀 같았어요. 저는 정말 무서웠어요." 몽천악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만약 그런 사실을 직접 목격하지 못했다면 나도 역시 그것을 도저히 믿 지 못했을 것이오." 우방방은 갑자기 천진한 표정으로 말했다. "회주는 그들 다섯 명의 괴인들을 제거해 버릴 능력이 있으면서도 왜 그 렇게 하지 않았나요?" 몽천악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까 나는 동검을 사용하여 그들의 몸을 토막낼 자신이 없었소. 다만 둘 째부문주가 나의 위협에 넘어갔을 뿐이오." 우방방은 눈을 깜박거리며 물었다. "회주는 목검으로도 괴인의 몸을 뚫을 수가 있었는데 만약 동검을 사용한 다면 어찌 그들의 몸을 토막낼 수가 없단 말 인가요?" 몽천악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검은 앞으로 곧장 찔러 가는 위력이 가장 강한 것이오. 더욱이 절세의 고수라면 목검을 사용하든 동검을 사용하든 그 위력은 모두 똑같은 것이 오. 머리칼을 입김으로 불어 끊을 수 있는 보검이라면 조금 위력의 차이 가 있겠지만 그 외에는 모두가 똑같소." 우방방은 놀라운 표정으로 말했다. "훗날 혈검문에서 만약 그들 다섯 명의 홍의의 도사를 강호에 내보낸다면 무림의 큰 화가 되지 않을까요?" 몽천악은 말했다. "지금 나는 바로 그 대책을 생각하고 있는 중이오. 다행히 하늘의 도움으 로 우리가 일찍 혈검문의 그런 비밀을 알게 되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 았다면 결과는 더욱 처참했을 것이오." 이렇게 말을 주고받으며 몽천악과 우방방은 서른여섯 번째의 별채로 돌아 갔다. 어둠의 장막에 덮인 서른여섯 번째 별채의 서재에서는 여전히 불빛이 새 어 나오고 있었다. 몽천악은 서재의 탁자 앞에 홀로 앉아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별안간 밖에서 가벼운 인기척 소리가 들렸다. 낙엽이 바람에 날려 떨어지는 미미한 소리라 해도 몽천악의 예리한 귀를 속일 수는 없을 것이다. "누구요?" 몽천악은 이렇게 고함을 치며 재빨리 창 밖으로 눈길을 돌렸다. 그러자 그는 정원 한가운데 아리따운 여인의 인영 하나가 우뚝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몽천악은 가슴이 철렁하는 것을 느끼며 속으로 외쳤다. '섭혼마녀다! 과연 그녀가 찾아왔구나.' 창 밖의 인영은 꼼짝도 않고 우뚝 서 있었다. 그러나 눈에서는 차가운 광 채를 번쩍이며 창문 안에 있는 몽천악을 주시하고 있었다. 몽천악은 나직이 말했다. "기왕 이렇게 찾아왔는데, 어찌 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그렇게 서 있단 말 이오? 문은 잠겨 있지 않으니 어서 안으로 들어오시오." 그러나 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요염한 웃음 소리가 들리더니 창 밖의 인영이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몽천악은 깜짝 놀라 창 밖으로 솟구쳐 나가 다시 지붕 위로 날아올랐다. 이때 희미한 달빛 아래 한 줄기 여인의 인영이 십여 장 밖에 있는 지붕 위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몽천악은 경공을 펼쳐 급히 추격했다. '어떻게 해서든지 저 여인을 놓쳐서는 안된다.' 몽천악은 이렇게 속으로 외쳤다. 그는 아직 섭혼마녀의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지 못했다. 그래서 섭혼마녀가 과연 대군인지 아닌지의 여부도 알 수가 없었다. 몽천악은 번개같은 신법으로 뒤를 쫓았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앞에 있 는 인영 역시 질풍처럼 질주해 가고 있었다. 삽시간에 그들은 성안을 벗어났다. 그러나 몽천악은 여전히 그녀와의 간 격을 조금도 좁히지 못했다. 그는 속으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으나 그녀의 경공이 아무리 뛰어났다해도 절대 그녀를 놓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이번에 감히 자기를 만나 볼 용기를 가지지 못한다면 영원히 그들 은 만나볼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끝내 그녀와의 거리를 단축시킬 수 있었다. 이제 그들의 간격은 불과 칠 장밖에 되지 않았다. 이때, 돌연 눈앞에 한 채의 장원(莊院)이 나타났다. 앞에서 달려가던 인영은 신속히 어둠침침한 장원 안으로 날아들더니 삽시 간에 종적을 감춰 버렸다. 몽천악이 뒤따라 장원 안으로 솟구쳐 들어갔을 때 장원 안은 온통 죽은 듯한 적막에 잠겨 있었다. 아무도 살고 있지 않은 것 같았다. 섭혼마녀는 종적조차 사라져 마치 어둠이 삼켜 버린 듯했다. 몽천악은 땅바닥에 수북히 쌓인 낙엽을 밟으며 걷는 사이에 이곳이 이미 오래 전에 황폐가 된 장원이란 것을 알아 차렸다. '섭혼마녀는 필시 이곳에 숨어 있을 것이다.' 몽천악은 이렇게 확신하고 장원 안을 샅샅이 수색하기 시작했다. '무엇 때문에 섭혼마녀는 나와 만나지 않으려는 것일까? 그녀가 나를 알 아봤기 때문인 것일까? 그렇다면 그녀는 칠교주 대군임에 틀림없을 것이 다.' 그런 생각을 하자 몽천악의 눈 앞에는 낙양 취운봉 기슭 절진신의 윤천초 의 장원 앞에서 헤어지던 대군의 애달픈 모습이 뚜렷하게 떠올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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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합니다
즐독했습ㄴ다
잘봅니다.
감사합니다
무슨 말못할 사연이 있기에??
감사 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