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무색해진 식목일…
2월 말에 심어야 잘 자라요
식목일 앞당기기
우한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행사가 연기되거나 취소되고 있어요. 제주도에서는 2월 말, 울산에서는 3월 초에 예정되었던 식목 행사가 취소되었지요. 그런데 조금 의아한 점이 있습니다. 우리가 아는 식목일은 매년 4월 5일인데, 식목일을 기념하는 나무 심기 행사는 2월부터 3월에 더 많이 계획돼 있지요.
식목일은 숲에 관한 관심을 일깨우고, 산지의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1949년 제정됐습니다. 4월 5일로 정해진 이유는 그날이 신라의 30대 왕인 문무왕이 당나라군을 몰아내고 삼국통일의 성업을 완수한 날이자, 하늘이 차츰 맑아져 만물이 살아나 '부지깽이를 꽂아도 싹이 난다'는 속담까지 내려오는 절기상 '청명(淸明)'에 해당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지정된 식목일이건만, 그날보다 한 달 이상 이른 2월 말부터 나무를 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식물이 새 땅에 정착해 뿌리가 제 기능을 하는 '활착'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입니다. 사람이 새로운 환경을 만났을 때 적응하는 일이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것처럼, 식물도 옮겨 심어졌을 때 굉장히 스트레스를 느낍니다. 토양과 기후가 잘 맞지 않아 말라 죽는 일도 있지요.
그래서 식물학자들은 식물의 '휴면기'에 나무 심기를 하자고 이야기합니다. 휴면기는 식물이 겨울잠을 자는 시기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식물이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스스로 생활 기능을 정지시키거나 극도로 둔화시켜 에너지 손실을 막고 생존하기 위해 택한 전략입니다.
휴면기 식물을 옮겨 심어야 생명 활동에 영향을 크게 받지 않으며 뿌리가 새로운 토양에 쉽게 적응할 수 있습니다. 햇빛을 에너지로 충분히 이용할 수 있는 따뜻한 봄이 오면 식물이 휴면기에서 깨어나 체내에 물을 채우고 싹을 틔워 내는데, 그 이전에 나무를 심어 미리 뿌리를 적응시켜야 봄에 본격적으로 광합성과 호흡을 진행할 수 있고요. 반대로 휴면기가 지난 식물을 옮겨 심으면, 햇빛을 충분히 받으며 가지와 잎을 생산해야 하는 시기에 새 땅에 뿌리를 내려 적응하는 데 에너지를 낭비하게 된답니다.
그런데 기후변화로 봄 자체가 빨라지면서, 4월 5일 식목일은 더 무색해졌습니다. 식목일이 제정됐던 1940년대에는 서울의 식목일 평균기온이 약 7.9도였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10도를 웃돌게 됐어요. 기후변화와 함께 봄이 적어도 17일 이상 빨라졌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입니다.
식물학자들은 평균기온이 6.5도일 때 나무 심기가 가장 적합하다고 평가합니다. 이는 서울은 3월 중순, 남부지방은 2월 말의 평균 기온이지요. 식목일을 앞당기자는 학자들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