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승무원들이 해외 노선 항공편에 탑승하여 비행을 하는 경우, 일본이나 중국 등 가까운 노선 외에는 대개 현지에 하루 이틀 체류했다가 한국으로 되돌아 오는 경우가 많다.
이때 승무원들은 회사에서 미리 계약한 현지 호텔에 머무는 것이 일반적이다.
며칠 전 언론은 한 항공사가 승무원들이 해외 체류 시에 묵어야 하는 호텔을 비용 만을 고려해, 시내가 아닌 외진 곳에 선정한다고 전했다([여의도25시] "고달파요, 해외체류" 아시아나항공 승무원들 하소연). 밥 한끼 사먹어야 하는 승무원 입장에서 비싼 호텔보다는 인근 식당을 이용하고 싶지만 체류 호텔이 너무 외지다 보니 시내까지 이동하는데 불편함은 물론 위험하기까지 하다는 승무원(노조)의 불평도 함께 실었다.
기사에 언급된 승무원의 주장은 사실이다. 대부분의 항공사들이 승무원의 체류 호텔을 외진(?) 곳에 선정하곤 한다. (실제로는 외지다는 표현은 위치가 대부분 공항 인근이기 때문에 나온 말인 듯 하다.) 이로 인해 승무원들이 하루 이틀 체류하는데 불편함도 따른다. 호텔에서 식사를 하고 싶지만, 비싸기도 하거니와 매끼 같은 곳에서의 식사도 그리 달갑지는 않다. 인근에 식당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그렇지 않은 곳이 많다. 호텔이 외진 곳이다 보니 그렇다.
비행을 마치고 체류 호텔로 이동하는 버스에 탑승한 승무원들
사측 입장에서도 할 말이 없지는 않다. 최근 대부분의 국제 공항은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가까운 곳은 20-30킬로미터에서 먼 곳은 40-50킬로미터 도심에서 떨어져 있는 공항들이 많다. 우리나라 인천공항 만 해도 그렇고, 일본 오사카 간사이공항도
역시 다르지 않다.
또한 시내에 위치한 호텔은 숙박료가 비싸다. 도심에서 떨어질 수록 숙박료는 싸다. 사측이 외진 곳에 승무원 체류호텔을 정하는 가장 큰 이유다. 비용 절감을 위해서다. 이 점은 승무원들이 알고 불평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 비용 측면 외에도 공항에서 멀리 떨어진 시내, 혹은 시내 인근에 체류호텔을 정하지 않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공항에서 시내로, 시내에서 공항으로 이동하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항공편 출발을 위해 공항으로 이동하는데 교통 사고나 동남아 지역 같은 경우에는 홍수, 폭설 등으로 인해 제 시간에 공항에 도착하지 못하는 경우가 왕왕 발생한다.
인천공항도 도심에서 멀기는 마찬가지 아닌가 하고 의문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처럼 인천공항이 허브 공항인 경우에는 승무원도 많고 Duty 승무원이 공항에 도착하지 못하면 다른 승무원으로 대체할 수 있지만, 해외 체류 시에는 해당 승무팀 밖에 없으므로 지상 이동에 장시간 소요된다면 비행기가 정시에 출발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실제 해외 공항에서 벌어지는 일이기도 하다.
파리의 경우 승무원 호텔은 주로 공항 주변에..
이런 이유로 최근에는 승무원 해외 체류호텔을 공항 인근에 선정하는 추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측(항공사)은 승무원의 안전과 피로도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 승무원의 피로도는 곧 항공기의 안전 비행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호텔 선정에 비용을 고려해야 할 경우에도 최대한 승무원의 편이성과 비용 측면, 그리고 항공기 운항 측면 모두를 적절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또 한가지, 경험 상 일부 승무원들은 해외 체류 시에 관광과 즐길거리 등에 시간을 과잉 투자해 스스로 피로도를 증가시키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삼가해야 한다. 해외 체류는 관광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다음 비행을 위한 휴식기간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측으로는 승무원 피로도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자기 관리를 하지 않는 것은 이기주의의 또 다른 표현일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