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를 찾아가는 길, 강릉 문중(휘 필구公)의 자랑스러운 하루
오늘은 정선전씨 중시조 휘 선(諱 愃)의 시향일이다. 해마다 음력 9월 15일이면 선조의 유덕을 기리고 숭조정신을 되새기기 위하여 후손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오늘 시향은 정선군 남면 낙동리 산 120-7번지에서 봉행되었다.
아침 8시 30분, 우리 강릉 문중(휘 필구公) 종원들은 자가용 세 대에 나누어 타고 정선을 향해 출발하였다. 참석자는 전찬득·전찬균·전성표 내외·전찬진 내외·전과웅·전찬윤·전찬흥·전찬준·전계표 등 모두 열한 명이었다. 강릉에서 열한 명이나 함께 길을 나선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었다. 선조를 향한 마음이 한데 모여 길 위에서부터 문중의 정을 나누는 뜻깊은 여정이었다.
출발할 때만 해도 예정 시간보다 일찍 도착할 듯하여 중간에 정선아리랑축제를 둘러보자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러나 막상 시향 장소에 도착해 보니 이미 여러 문중에서 일찍부터 모여들고 있었다. 버스 3대가 도착해 있었고 주차장에는 여러 대의 승용차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시향을 앞둔 현장은 선조를 뵈러 온 후손들의 발걸음으로 조금씩 활기를 띠고 있었다.
반가운 종친들과 인사를 나누며 시향을 준비하던 중 뜻밖의 일이 생겼다. 산신제 헌관을 맡아 달라는 분방을 받은 것이다.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지만, 선조의 묘역에서 올리는 산신제에 참여하게 된 것을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헌관의 예를 갖추기 위해 유복(儒服)을 입어야 했다. 그러나 혼자 힘으로 옷을 갖춰 입기가 쉽지 않아 두 사람의 도움을 받았다. 집에서 기제사를 지낼 때마다 도포를 입어 왔지만, 그때마다 아내의 도움을 받아 왔던 터라 유복 (儒服)을 혼자 입는 데에는 아직 익숙하지 않았던 것이다. 평소 제례를 지내는 일과 제례의 복식을 스스로 갖추는 일은 또 다른 문제임을 새삼 깨달았다. 두 사람의 도움으로 옷을 갖춰 입고 나니 비로소 헌관으로서의 책임감이 마음속에 무겁게 다가왔다.
오전 10시 30분, 산신제를 마쳤다. 제례를 마친 뒤에는 한 부인이 음복(飮福)을 하러 오는 모습도 보았다. 산신께 정성을 올리고 그 제례의 음식을 나누는 풍경을 보면서, 예로부터 이어져 온 민간의 신앙과 제례문화가 오늘날에도 사람들의 삶 속에 남아 있음을 느꼈다.
오늘 중시조 시향의 초헌관은 전장홍 회장이 맡았다. 평소 인품이 훌륭하고 덕망이 높은 분으로 알고 있었기에, 엄숙한 제례를 주관하는 모습이 더욱 인상 깊었다. 선조를 받드는 제례는 단순히 의식을 치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제례를 주관하는 사람의 품성과 참석자들의 정성이 어우러질 때 그 의미가 더욱 깊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은 용궁전씨 종친들이었다. 그분들은 자신들이 미리 준비해 온 유복(儒服)을 단체로 갖춰 입고 제례에 참여하였다. 평소 용궁전씨 문중은 학문을 숭상하고 예절을 중히 여기며, 제례에도 온 정성을 다하는 가풍을 지니고 있다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현장에서 직접 그 모습을 보니 평소의 생각이 결코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복식을 정갈하게 갖추고 한마음으로 예를 올리는 모습에서 선조를 공경하는 마음과 문중의 전통을 지키려는 의지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문중의 전통은 말로만 이어지는 것이 아니다. 선조를 어떻게 기억하고, 제례에 어떤 자세로 임하며, 후손에게 무엇을 보여 주느냐에 따라 그 전통의 깊이가 달라진다. 그런 점에서 오늘 용궁전씨 종친들의 모습은 우리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되었다. 나 역시 앞으로 제례에 임할 때 더욱 정성을 다하고 예절을 익혀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 하루를 돌아보며 무엇보다 가슴 뿌듯하게 느낀 일이 있다. 바로 우리 강릉 문중(휘 필구公) 의 참석 인원이다. 전찬득·전찬균·전성표 내외·전찬진 내외·전과웅·전찬윤·전찬흥·전찬준·전계표, 모두 열한 명이 함께하였다. 강릉에서 세 대의 차량으로 출발하여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중시조의 시향에 참석한 것이다.
그동안 여러 차례 정선 시향에 참석해 왔지만, 오늘처럼 우리 강릉 문중 (휘 필구公) 에서 많은 종원이 함께한 적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오늘의 참석은 단순히 인원이 많았다는 사실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선조를 잊지 않고, 문중의 일에 관심을 기울이며, 함께 행동으로 옮겼다는 점에서 더욱 값지다. 오늘의 발걸음은 우리 강릉 문중의 숭조정신과 화합을 보여 주는 소중한 기록으로 남을 만하다.
물론 역대 참석 인원을 모두 대조하여 확인한 것은 아니므로, 오늘을 공식적으로 최다 참석일이라 단정하기보다는 우리 문중 역사상 가장 많은 종원이 함께한 날로 기억하고 기록해 두고자 한다. 훗날 문중의 기록을 정리할 때 오늘의 참석 명단과 사진이 남아 있다면 그 사실을 확인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선조를 찾아가는 길은 단지 먼 거리를 이동하는 일이 아니다. 뿌리를 되새기고, 혈연으로 이어진 정을 확인하며, 우리가 지켜야 할 전통을 다시 배우는 길이다. 오늘 나는 산신제 헌관을 맡으며 제례의 책임을 느꼈고, 초헌관의 덕망 있는 모습에서 인품의 중요성을 생각했으며, 용궁전씨 종친들의 정갈한 예복과 정성스러운 태도에서 문중 전통의 소중함을 배웠다.
무엇보다 강릉에서 열한 명의 종원이 함께한 오늘의 여정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선조를 향한 마음이 한 사람의 정성에서 여러 사람의 실천으로 이어질 때 문중은 더욱 굳건해진다. 오늘 우리가 함께한 이 길이 후손들에게도 숭조와 화목의 본보기로 전해지기를 바란다.
선조를 공경하는 마음은 오늘의 발걸음으로 남고, 문중의 역사는 그 발걸음을 기록하는 데서 이어진다.
2026년 음력 9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