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5월 12일, 수요일, Rio Madeira 강 (오늘의 경비 US $3: 간식 1. 커피 물 1, 맥주 6, 환율 US $1 = 3 real) 어제 밤 난생 처음으로 해먹에서 잤다. 버스 좌석보다 훨씬 편하다. 그러나 자리가 비좁아서 좀 불편했다. 몸을 좀 움직이거나 밤중에 화장실에 가느라고 해먹에서 내리고 오를 적에는 옆 사람들과 부닥칠 것 같아서 매우 조심스러웠다. 자리가 조금만 더 넓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잠은 그런 대로 잘 잤다. 요금이 배나 더 비싸고 답답하게 느껴지는 선실보다 해먹이 훨씬 낫다. 우려한 짐 도난 걱정도 별로 할 필요가 없었다. 배가 부두에 정박해서 사람들이 타고 내릴 때만 조심하면 된다. 전대는 항상 몸에 차고 있고 작은 가방은 항상 가지고 다닌다. 큰 가방만 해먹 밑에 놓고 다닌다. 샤워, 화장실, 세면대 물은 강물을 쓰는 것 같다. 그래서 좀 흙탕물이지만 더럽지는 않은 것 같다. 음식 만드는 물도 강물을 쓰는지 모르겠지만 마시는 물은 정수된 물이다. 아침 식사는 버터를 바를 빵 하나와 밀크 커피다. 브라질 사람들이 마시는 밀크 커피는 뜨거운 밀크 3분의 2와 설탕을 미리 탄 커피 3분의 1을 섞어서 만든다. 한국의 밀크 커피와 비슷한데 밀크가 훨씬 더 많이 들었고 전체 양이 훨씬 더 많다. 나는 설탕도 밀크도 안 탄 블랙커피를 마신다. 처음에는 배에서 주는 밀크 커피를 마시기가 힘들었는데 좀 마셔보니 그런 대로 마실 만 했다. 습관들이기 나름인 것 같다. 그래도 블랙커피 생각이 나서 주방에 부탁해서 뜨거운 물을 얻기 시작했다. 아침 식사가 다 끝나고 좀 한가할 때 부탁하면 따로 끓여서 준다. 팁으로 1 real을 주기도 하고 콜라를 사서 주기도 한다. 배 여행은 할 만 하다. 장거리 기차 여행이나 버스 여행보다 훨씬 더 좋다. 잠자리도 더 편안하고 구경하기도 더 쉽다. 강이 별로 넓지 않고 배가 강변 가까이 따라서 가기 때문에 구경거리도 심심치 않게 있다. 날씨도 선선해서 좋았고 옥상 조용한 곳에 앉아서 맥주를 마시며 책을 읽거나 강변 경치를 구경하는 것이 참 좋다. 원래 Porto Velho에서 하루 밤 자고 다음 날 배를 타려 했었는데 그렇게 안 한 것이 다행이다. Porto Velho에는 실패한 기차 건설 얘기가 있다. 브라질에 고무 붐이 한창이었을 때 Porto Velho에서 서남쪽으로 360km 떨어진 내륙 지방인 Guajara-Mirim이라는 곳까지 철도를 놓아서 그곳의 고무를 기차로 Porto Velho까지 수송해오고 Porto Velho부터는 배로 수송해서 Madeira 강과 Amazon 강을 통해서 대서양으로 나가서 미국과 유럽에 내다 판다는 계획이었다. 그만큼 브라질이 고무로 큰돈을 벌 때였다. 1870년대부터 철도 공사를 여러 번 시도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가 (주로 열대병 때문에) 드디어 1907년에 착공해서 5년 만에 철도를 완공했다. 공사를 하는 5년 동안에 주로 열대병으로 약 5,000명의 인명 피해를 (일설에는 그보다 훨씬 더 많은 25,000명) 보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렇게 힘들여 만든 철도가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무용지물이 되어버렸다. 1910년대에 들어와서 영국의 식민지였던 말레이시아의 고무농장에서 브라질 고무보다 싸고 질이 좋은 고무를 대량으로 생산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오늘은 아주 편안하게 보낸 하루였다. 맥주 두 병을 마시며 강변 경치를 구경하고 바둑 책을 읽으며 보냈다. 영어를 할 줄 아는 친구를 하나 만나서 얘기를 좀 나누었다. 남아공에서 1년 동안 공부했고 현재는 로스쿨에 다니는 친구다. 강변에 조그만 마을이 자주 나타난다. 그리고 그 마을에 승객이 있으면 선장이 조그만 모터보트를 타고 나가서 승객을 데려온다. 승객을 데려와서 배에 태우는 작업은 배가 계속 움직이고 있는 동안에 이루어진다. 강변 주위는 전부 정글이다. 때때로 조그만 지류가 우리가 가고 있는 강으로 들어온다. 강변 너머로는 길도 없고 사람도 안 사는 어디에서 끝이 나는지도 알 수도 없는 정글인 것 같다. 하루도 안 되었는데 배 안 사람들은 내가 한국인인 것을 다 안다. 승객가운데 외국인은 나 혼자 뿐이다. 승객 중 여러 명이 나에게 아는 척을 하나 말이 안 되니 대화는 못 하고 눈인사만 나눈다. 그래도 영어를 하는 친구를 하나를 만난 것이 다행이다. 승객 가운데 엄마, 열 살쯤 되어 보이는 딸, 그리고 한 살 짜리 꼬마 가족이 있다. 열 살 짜리 언니 품에 항상 안겨 다니는 한 살 짜리 꼬마는 얼마나 귀염둥이인지 승객들이 서로 안아보려고 야단들이다. 어제 잔 해먹 자리가 너무 비좁아서 오늘 다른 곳으로 옮겼다. 뱃전 복도인데 물이 너무 가까워서 오늘 밤 잘 때 바람이 너무 셀지 물이 튀지 않을지 모르겠다. 여행지도 강변은 끝없는 밀림이다 강변에는 조그만 마을이 자주 나온다 강물은 왜 이렇게 흙탕물일까? 빨래하는 여자들, 빨래가 깨끗하게 될 것 같지 않다 가끔 제법 큰 도시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