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키 키린은 그러니까 할머니배우였다. 아니 할머니가 될 때까지, 아니 죽을 때까지 연기를 한. . .
내가 처음 그녀를 만난건 제목도 기억나지 않는 일본영화의 한 장면에서 였다.
'도쿄타워'에선가 아니 '걸어도걸어도' 에선가?
그렇게 그녀는 별로 특별하지 않은 모습으로 아주 천천히. . . 나에게 존재감을 드러냈다. .
아마도 내나이가 늙음과 죽음을 대해 생각해 보아야하는 나이이기에 더욱 그러했는지도 모르겠다. . .
여기엔 내가 일본 문학작품과 함께 영화와 드라마에 관심을 가지고 그 것들을 찾아보기 시작하면서 부터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화면 속에서 언제라도 볼 수 있을 것 같았던 그녀의 부고를 느닷없이 접하고
아! 그녀의 나이를 생각하면 죽음이라는 것이 그리 다른 세상의 이야기는 아니라는 수긍과 함께
그녀의 자연스럽고 그러면서도 세상을 다 품어앉고 이해할 수 있는 듯 처연한 시선을 다시는 보지 못하겠구나 생각했다.
물론 이전의 만들어진 작품들은 여전히 함께 하겠지만. . .
이 책은 2019년도에 우연히 서점에서 만나 구입해 두고두고 읽었고 아는 지인 두명에게도 선물했던 것 같다.
경숙언니와 비나씨에게
어찌보면 딴따라 배우가 남긴 말들이 무에거리 새겨볼만할까 하지만
나는 한구절 한구절이 무겁지 않으면서도 가슴 속에 오롯이 거부반응 없이 받아들여져 좋았다.
사실 젊은 시절 그녀의 삶의 모습은 나의 것과는 괴리감이 없지 않으나
뛰어난 미모를 가지지 않은 여자배우로서의, 그것도 동양 하고도 일본,
거기다 전후 모든 것이 명확하지도 안정되지도 않은 시대를 온몸으로 살아내온 그녀. . .
온 몸으로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고 그것들을 깊이로 만들고 드러내는
그럼에도 초연함과 당당함을 잃지 않고 본분에 맞는 삶을 살아낸. . .
그래서 나는 그녀를 눈여겨 훔쳐보고 사모하는 마음을 가지고. . . 그녀의 삶을 드려다보게 된 것이다.
‘꼭 이래야만 한다’는 법은 없다.P17
누구랑 같이 있으니 외롭지 않다고 느낀 적은 없습. . .p19
사람이 뭔가를 품는데는 한계가 있어서 그것보다 더 가질고 해도 가질 수 없어요. . . P25
나를 두고 무섭다는 사람도 있는 것 같은데, 그건 내가 욕심이 없어서 그러는 것 같아요.
욕심이나 집착이 있으면 그게 약점이 되어서 딴 사람에게 공격할 빌미를 두거든. . . p43
여자에게는 그런 것 없이도 살아갈 수 잇는 에너지가 있죠. 바퀴벌레처럼 살아남는겁니다.
그런 뜻에서 할머니가 세상에서 가장 강한 존재가 아닐까 싶네요. 남자는 그저 혁명을 동경할 뿐 이라고요.. . p117
첫댓글 생각해두자~~~~ 바퀴벌레처럼 살아남기. . . .
다시 그분이 그리워지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