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줄기가 긴 차에서 풀비린내가 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만전차산의 차는 줄기가 엄청 긴데,
차가 어느 정도 익기 전까지는 풀비린내가 납니다.
어제의 포스팅을 보시고 한 선생님이 덧글을 달아 주셨습니다.
그렇잖아도 만전차를 마셨는데 지금은 풀비린내가 하나도 안 난다고요.
이 정도 되면 시원한 맛과 향으로 변해 있겠습니다.
잘 익은 만전차는 수박을 반으로 쪼갤 때 나는
시원하고 멋진 향이 나지요.
그러니까, 줄기가 긴 것하고 비린내는 상관이 있는 걸까요?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이유를 철관음 만드는 과정에서 찾아볼까요.
물론 철관음에서 비린내가 나지는 않지만 원리를 공부할 수 있습니다.

일차 가공을 마친 철관음입니다.
줄기가 굉장히 길죠.
이 상태에서 줄기를 골라내면 완성입니다.
사실은 줄기를 골라내면 모양이 깔끔하고 예쁘지만
골라내지 않으면 시원한 향이 더해져서 좋기도 합니다.
철관음은 굉장히 뻣뻣한 잎으로 만듭니다.
요새는 보이차 황편도 이 정도로 뻣뻣하게 자란 잎으로는 만들지 않습니다.
그러나 철관음은 여린 잎으로 만들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철관음은 이런 과정을 거쳐서
찻잎의 산화를 촉진시키는데, 너무 어린 잎으로 만들면
잎이 다 부숴지기 때문입니다.
산화가 적당하게 일어나면 그 다음 단계는 살청입니다.
살청의 목적이 몇가지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산화를 멈추는 것입니다.
뜨거운 열로요.
또 하나는 수분을 적당한 수준까지 증발시키는 것입니다.
그런데, 수분을 증발하는 게 그냥 솥에 넣고 이리저리 덖으면
완성되는 게 아닙니다.
좀 복잡한 문제가 있습니다.

잎의 구조 때문입니다.
보시다시피 철관음은 줄기가 긴 잎으로 만드는데
잎의 수분함량이 부위별로 차이가 나는 것입니다.
잎, 엽맥, 줄기...
뿌리에서 흡수한 수분이 줄기를 거쳐 엽맥을 지나 잎의
표면에서 공중으로 증발됩니다.
그러니까 한 장의 찻잎이라도 잎 부분은 수분함량이 적고
엽맥과 줄기에는 수분이 많은 것입니다.
잎을 덖을 때,
수분량을 잎에 맞추면 줄기에는 수분이 많고,
줄기에 맞추면 잎은 너무 수분이 없어서 자칫 부숴지기 쉽습니다.
이걸 해결할 방법이 있습니다.
덖고 난 잎을 얼마간 가만히 두는 것입니다.
주변이 건조하면 비닐이나 천으로 덮어 둡니다.
그러면 그 사이에 줄기에 많던 수분이
잎으로 이동합니다.
그러면서 줄기와 잎의 수분량이 비슷하게 맞춰집니다.
잎과 줄기의 수분량이 비슷하게 맞춰지면
이렇게 포대기로 싸서 유념합니다.
만약 뻣뻣한 상태의 잎을 덖어서 잎 부분에 수분이 부족한 상태에서
이렇게 포대기로 싸서 센 압력을 가하며 유념하면
잎이 많이 부서집니다. 그러면 상품가치가 떨어지죠.

여기까지 보고 다시 보이차로 돌아가 봅니다.
철관음까지는 아니더라도 녹차나 홍차 등 다른 차들보다
채엽기준이 낮은 편입니다. 일아삼사엽까지도 따니까요.
그러면 줄기가 들어가는데, 줄기에는 위에서 말했듯이
수분이 많습니다.
살청을 하면서
잎을 하나 들어서 줄기를 구부려 보았을 때
줄기가 부러지지 않고 낭창하게 휘는 정도에서
살청을 마치는데, 이때 줄기에는 아직 상당량의
수분이 남아 있습니다.
수분이 많으니 잎보다는 줄기쪽의 살청이
덜 되겠죠. 그래서 온도가 높으면 다 휘발되어 버리고
없는 리프알코올이 남아 있어 풀비린내가 나게 됩니다.
그러면 살청을 하고 나서
유념하기 전에 잎을 일정 시간 동안 가만히 두면
어떨까요? 철관음의 경우와 같이 수분이 많은 쪽에서
적은 쪽으로 이동해서 찻잎 전체적으로 수분량이 균형을
맞추게 될까요? 그렇습니다.

그렇게 수분함량을 맞춰서 햇빛에 널면
잎과 줄기가 전체적으로 고르게 말라서 좋습니다.
실제로... 우리가 만전에서 차를 만들었던 집은
밤에 살청하고 그 상태로 가만히 두었다가 다음 날 아침에
유념했습니다.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라 가공원리를 이해하고 이렇게 하셨는지,
경험상 이렇게 만드니까 더 맛있더라 해서 이리 하신 건지,
그도저도 아니면 시간이 없어서 이렇게 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결과적으로는 만전차의 품종의 특징을 잘 반영한
가공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제 간단히 탄방을 하면 비린내가 덜 나게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만
그 원리는 잎과 줄기의 수분의 균형을 맞춰주는 것입니다.
탄방 하는 사이에 줄기쪽의 수분이 잎쪽으로 이동해서
줄기와 잎의 수분량이 밸런스를 맞춥니다.
그러면 살청을 마치고 난 후의 줄기와 잎의 수분량이
차이가 덜 나겠지요.
지금까지 본 바를 종합해 보면,
운남대엽종처럼 줄기가 긴 잎으로
차를 만들 때는 살청 전에 탄방, 살청 후에 또 일정시간
간격을 두면 차의 맛을 더 좋게 할 수 있겠습니다...
첫댓글 실습을 하면서 배우는 것 같은 기분입니다. 솔바람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