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기능 떨어뜨리고 눈 피로도 증가, 빛 공해 기준 강화 필요성 제기
밝은 빛으로 인한 빛공해가 단순한 수면 양과 질을 낮추고 인지기능을 저하시킬뿐만 아니라 눈의 피로를 높이고 유방암 유병률까지 높이는 등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이은일 교수는 9일 서울 섬유센터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2014년 한국조명학회 춘계학술대회’에 빛 공해에 의한 건강영향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헌정 교수에 따르면 빛공해와 수면의 양과 질에 대해 연구한 결과 빛 공해가 심해짐에 따라 야간수면의 양과 질이 현저히 저하된다.
동일한 젊은 성인 남성 연구군 23명을 대상으로 빛이 전혀 없는 방에서의 수면과 빛 공해(5lux 또는 10lux)가 있는 방에서의 수면에 대한 야간수면다원검사를 시행해 현재 빛 공해 침입광 기준인 10 lux는 물론 5 lux에서도 수면의 양과 질이 유의하게 떨어졌다.
분석 결과 빛공해가 있는 방에서의 수면이 빛이 전혀 없는 방에서의 수면보다 수면의 양과 질이 떨어진다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빛 공해가 있는 방에서의 수면이 빛이 전혀 없는 방에서의 수면에 비해 총 수면시간이 유의하게 감소하고 잠든 후 깸이 유의하게 증가하며 상대적으로 얕은 수면인 N1 단계가 유의하게 증가하고 상대적으로 깊은 수면인 N2 단계가 유의하게 감소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꿈 수면으로 알려진 REM수면이 유의하게 증가했다. 이 같은 결과를 통해 빛 공해가 수면의 양을 감소시키고 수면의 질을 악화시킨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빛 공해의 수면영향을 fMRI 연구를 통해 평가한 고려대 연구팀은 동일한 젊은 성인 남성 연구군 23명을 대상으로 빛이 전혀 없는 방에서의 수면과 빛 공해가 있는 방에서의 수면 후 다음날 인지기능수행을 평가하는 n-back test를 시행하면서 fMRI(기능적 자기공명영상) 촬영을 해 뇌의 활성도와 활성부위를 분석해 5lux와 10lux에 의한 수면장애가 모두 다음날 인지기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확인했다.
분석 결과 빛 공해가 있는 방에서의 수면이 빛이 전혀 없는 방에서의 수면보다 뇌활성도를 저하시키고 이는 5 lux보다 10 lux 노출 시 더 뚜렷해진다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10 lux의 빛 공해가 있는 방에서 수면을 취한 연구군이 5 lux의 연구군에 비해 빛 공해 전후의 뇌활성도 차이를 보였고 좌뇌와 우뇌의 전두엽 부위의 뇌활성도 저하를 관찰할 수 있었다.
또한 보다 어려운 난이도의 수행을 했을 때 이 같은 뇌활성도의 차이가 더욱 뚜렷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상기 연구 결과를 통해 빛 공해 수면영향이 다음날 인지기능을 수행하는 뇌의 활성도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안과 서영우 교수가 빛 노출이 눈 피로에 미치는 영향을 동일한 젊은 성인 남성 연구군 27명을 대상으로 빛이 전혀 없는 방에서의 수면과 빛 공해(5 lux 또는 10 lux)가 있는 방에서의 수면 후 각각 눈 피로도를 평가해 비교 분석해 5 lux, 10 lux 모두에서 눈피로도 증가를 확인했다.
분석 결과 빛이 전혀 없는 방에서의 수면했을 때 보다 빛 공해(5 lux 또는 10 lux)가 있는 방에서의 수면 후에 눈 피로도가 증가했다.
빛 공해 노출 후 결막충혈 증가, 눈물막 파괴시간 감소로 인한 안구 건조 증가가 나타났으며 눈 피로감, 눈 통증, 자극감, 초점 맞추기 어려움 등의 증상이 증가했다. 눈 피로도 증상은 5 lux 와 10 lux에서 모두 유사하게 나타났다. 수면 시 빛 노출을 피하는 것이 눈 피로를 줄이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이은일 교수는 빛 공해가 우리나라에서도 유방암과 관련성 있음을 발표했다. 빛 노출에 의한 장기 영향, 특히 암 유병에 주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건강보험 진료인원으로 산출한 치료유병률 자료와 지역별 빛 공해 수준을 비교 평가한 생태학적 연구방법을 적용해 연구했다.
연구결과 한국에서도 야간조명이 강한 지역일수록 유방암 유병률이 높게 나타나는 결과를 확인했고 야간조명 외에 비만율, 음주율, 미세먼지 등도 유방암 증가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일반적으로 대도시와 농촌지역 간 조명 환경 인프라 및 유방암 발생의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 차이로 인한 분석오류를 줄이기 위해 시 단위지역 전부를 제외하고 재분석을 실시했고 그 결과 동일하게 야간조명이 유방암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연구결과는 과도한 빛이 생체리듬을 교란시켜 호르몬 변화를 일으키며 그로 인해 유방암을 증가시킨다는 기존 이스라엘 선행 연구결과를 우리나라에서도 동일하게 확인하는 최초의 결과이며 또 GIS 프로그램을 이용해 최초로 한국의 야간조명과 유방암 관련 질병지도를 완성시켰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최재욱 교수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빛 공해 인식도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우리나라 20대 이상 남녀 성인 1,096명을 대상으로 다른 유해요인과 비교해 연구한 결과 우리나라 사람들의 빛공해에 대한 위험인식은 높지 않았다.
연구결과 2013년 법률로서 제정된 ‘빛 공해 방지법’에 대해 절반에 가까운(45.3%) 응답자가 ‘전혀 알고 있지 못하다’고 응답했으며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대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10.6%, 정확히 알고 있다고 대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0.6%에 불과했다.
빛 공해 요소에 대해 개인이 자각하고 있는 영향정도 순위는 ‘과잉조명으로 인한 에너지 손실’이 5.89점으로 가장 높았으며 ‘눈부심으로 인한 운전자, 보행자의 안전 위협’이 5.87점이었다. 빛공해 원인에 대한 정책적 관리 정도 순위는 ‘건축물의 발광간판’이 5.79점으로 가장 높았으며 ‘옥외 광고물(5.67점)’, ‘보행자 길의 보안등(5.62점)’, ‘자동차 헤드라이트(5.55점)’으로 높게 나타났다.
빛 공해를 비롯한 다양한 환경위험요소에 대한 위험인식 및 심리적 요소 분석 비교 결과 빛 공해에 대한 위험인식은 높은 편은 아니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환경위험 요소들 중 가장 위험인식이 높은 요소는 석면이었으며 그 밖에 불산 등 화학물질로 인한 사고, 의료사고, 대기오염 등이 높은 위험인식 순위를 나타냈다.
이은일 교수는 “건강에 영향을 주는 빛공해 수준에 대한 최신 연구결과 발표로 인해 국민들의 빛 공해에 대한 인식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라며 “우리나라 빛 공해 조도 기준이 주거지역에서 10 lux로 돼 있는데 우리 연구에서 5 lux에서도 수면장애등 건강장애가 나타나기 때문에 기준을 강화해야 하는 학술적인 근거가 마련됐으므로 국제조명위원회나 독일의 기준처럼 소등 전과 소등 후를 나눠서 조도기준을 정하고 소등 후는 1-2 lux 수준으로 강화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