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명종(明宗)때 사람 사촌 김윤제.(沙村 金允悌 1501-1572년)
나주목사(羅州牧使)를 마지막으로 관직에서 물러나
지금의 광주 충효동(광주호 상류)고향에 돌아와 환벽당(環碧堂)이란 정자를 짓고 후학을 기르고 있었다.
환벽당이란 말은 글자 그대로 푸르름이 집 주위를 감싸고 있다는 뜻이다.-노송숲,맑고 푸른 계곡,푸른 들판,푸른 하늘.
만석꾼 큰부자였던 그는 호남지역 당대 최고의 학자들과 교류하며 유유자적 여생을 즐기고 있었다.
어느 해 찌는듯한 여름.
낮잠을 자던 그가 깜짝 놀라 일어났다.
환벽당 앞 시냇가 조대(釣臺-낚시하는 바위) 앞에서 한마리의 용이 승천하는 꿈을 꾸었던 것이다.
의아한 생각에 급히 내려가 보니 한 소년이 목욕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남루한 옷차림의 그 소년과 몇마디 문답을 하던 그는 그 소년의 비범함에 이끌려 제자로 삼게 된다.
그 소년이 훗날 조선의 3정승(우의정,좌의정,영의정)을 역임하며 한시대를 풍미했던 송강 정철!(松江 鄭撤 1536-1593년)
그때 정철의 나이 14살.
정철의 아버지는 높지 않은 관직에 있었으나 당파싸움에 연루되어 함경도로 유배를 가고,
그의 큰형은 광양으로 유배를 가서 죽고만다.
집안은 풍비박산이 나고 말았다.
의지할 데 없던 그의 가족은 할아버지의 고향 담양으로 내려오게 되었다.
그의 둘째 형(정 시관-정처사(鄭處士)로 불리우며 순천 8대 문장가)은 처가가 있는 순천으로 내려가고.
마침 그날은 정철이 그의 어머니가 머물고 있던 순천 둘째형 집으로 가던중
더위를 식힐겸 그 계곡에 들어갔던 것이다.
살림이 윤택했던 김윤제는 총명한 정철을 친아들 이상으로 체계적으로 공부를 시켰다.
당대 최고의 문장가,학자들을 초빙하여 특별수업을 시킨 것이다.
그러면서 별 볼일 없는 정철의 가문을 익히 알고 있는 사위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기의 외손녀와 결혼을 시켰다.
고봉 기대승(高峯 奇大升 1527-1572년)에게서 성리학을
면앙정 송순(免仰亭 宋純 1493-1582년)에게서 국문가사를
하서 김인후(河西 金麟厚 1510-1560년)에게서 도학과 절의를
석천 임억령(石川 林億齡 1496-1568년)에게서 한시를.
드디어 1562년,정철의 나이 26살에 과거에 급제를 한다.그것도 장원급제!
벼슬을 하면서 서인(西人)의 거두였던 그는 당파싸움에 연루되어 수차례 조정에서 쫒겨난다.
그때마다 4번(40,44,46,50세)이나 이곳 환벽당으로 내려와 시를 쓰며 재기를 꿈꾸었다.
정치적으로는 타협을 모르는 성격 탓에 수많은 정적(政敵)들을 만들었고
후세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그.
그렇지만 문학적으로는 관동별곡,사미인곡,속미인곡,성산별곡,장진주사등 주옥같은 가사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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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녁땅 강계(江界)로 귀양을 갔을때
술을 좋아했던 정철이 어느날 진옥(眞玉)이란 기생과 주고 받았다는 시 한수.
-정철(鄭撤)-
옥(玉)이라 하기에 번옥(燔玉)만 여겼더니
이제야 보아하니 진옥(眞玉)일시 분명하다
나에게 살송곳 있으니 뚫어볼까 하노라.
-진옥(眞玉)-
철(鐵)이라 하기에 섭철(攝鐵)로만 여겼더니
이제와 보아하니 정철(正鐵)일시 분명하다
나에게 골풍무 있으니 녹여볼까 하노라.
번옥:가짜 옥.
섭철:불순물이 많은 철.
정철:정제된 철.송강 정철과 동음이의(同音異意).
풀무:대장간에서 쇠를 녹이는 기구.
살송곳:설명못함.
골풍무:설명곤란.
*송강 정철의 기지나 기생 진옥의 재치나....
누가 이 시를 외설이라 하겠는가?
두 사람의 은유적 표현이 참으로 풍류적이라 생각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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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 정철의 형과 관계된 순천가(順天歌) 한구절.
-順天歌-
죽장망혜 단표자(竹杖芒鞋 簞瓢子)로 호남 순천(湖南 順天) 구경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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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자루(燕子樓)에 올라가 사면풍경 바라보니
반구정(伴鷗亭)앞 도화밭이요 팔마비전(八馬碑前) 벽옥루(碧玉樓)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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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선암(道先庵)을 지나 안동(安洞)을 돌아 드니
동천미우 행화비(洞天微雨 杏花飛)는 정처사(鄭處士)의 놀던 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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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선암:상사면에 있는 암자.
동천미우 행화비:경치좋은 곳의 이슬비에 살구꽃 날아다니는 모습.
정처사:송강 정철의 둘째 형 정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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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는 대 정치가요 대 문장가인 송강 정철의 공부방이었던
노송 숲 속 아름다운 환벽당(環碧堂)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