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33구간)
닭목령~대관령(‘01.01.09일)
온통 하얀 세상으로 들어가는 길목이다.
눈바람, 산바람, 신바람으로
훤히 트인 설원을 나아간다.
○ 일 시 : 2010.01.09, 토요일 07시 출발
○ 구 간 : 닭목령~고루포기산~대관령전망대~능경봉~대관령
새천년의 두 번째 10년의 첫해인 2010년 처음 달 1월에 대간을 연다. 영동, 영서지방은 폭설과 한파라지만 이 모든 것들을 감내키로 하고 대관령, 선자령을 거쳐서 노인봉 진고개까지 1박2일로 돌진한다. 07시 노포동 시외버스 터미널 강릉행 버스에 오른다. 동해 시외버스터미널 가기 전 친절한 기사아저씨 덕분에 시간을 조금 벌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효가 사거리에 하차 백복령 쉼터 주인장과 그 낡은 애마와 재회한다.
눈 얼음길, 꼬부랑길, 먼 길을 달려 도착한 백복령 쉼터. 안주인 환한 웃음으로 반기며 막 끓여 내 놓은 라면은 무슨 맛으로 비교 할 수 있을까? 강원도표 총각김치와 라면을 깨끗하게 각자 그릇을 비우고 여기서 다시 차에 올라 닭목령으로 출발한다. 예상한 것 보다 도로에 눈은 깨끗이 치워진 탓에 아무런 재약없이 재시간에 닭목재에 도착된다. 제설작업이 확실히 남쪽지방보다 신속하게 행해지는 것 같다.
닭목령 표석 앞 우리만의 대간구호를 외치고 백설의 장관으로 발을 내딛는다. 흰눈이 발걸음을 자극 시키고 불어오는 찬바람은 얼굴을 감싸지만 그래도 나아가리라. 목장 정문 앞 포장도로에서 잠시 휴식을 가지면서 아이젠 착용을 한다. 걱정했던 대간이 먼저 나간 다른 팀들의 럿셀 자국이 잘 나있어 그저 먹기다. 맹덕 한우목장 입구 왼쪽 산길로 들어서니 목장지대가 훤하게 내려 보이고 언덕 너머로 굴삭기 한대가 이른 시간부터 아직 올까 말까 하는 봄을 기다리며 작업에 열중이다.
왕산1쉼터 1.1km 이정목을 지나면서 나타난 비탈을 그대로 미끄러지며 신나게 스키선수 못지않은 멋진 폼을 내며 그냥 주~우욱 내려간다. 대간은 이렇게 목장지대 바깥을 커다란 원을 그리면서 진행된다. 고루포기산 가는 길 아름드리 금강소나무 군락지가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백두대간 마룻금이 그 품격을 한껏 펼쳐 보이는 산길이다. 금강소나무의 푸른빛 아름다움의 진면목을 오늘 이곳에서 만나는구나......, 감탄사만 연발한다.
왕산 제2쉼터 스테인레스로 만든 의자에 잠시 배낭을 내려놓고 쉬어가기로 한다. 얕은 봉우리 하나를 넘고 안부에 내려서자 고루포기산 된비알 오름길이 시작된다. 커다란 암괴가 버티고 있는 돌길은 눈이 쌓여 쉽게 오른다. 허나 잠시 또 한번의 경사가 기다리고 있다. 헉! 헉! 숨을 몰아쉬며 오른다.
오늘 구간의 써미트-최고봉은 고루포기산이다. 눈길 주파가 체력을 거의 바닥까지 끌어내리는 통에 대관령까지 약 7Km 남은 현시점에서 3시간은 더 걸릴 것이라고 예상한다. 대간 산행 중에는 매 시간마다의 종주대 족적이 분명하다.
횡계리 일대가 시원하게 내려 다 보이는 대관령전망대이다. 너른 고원지대에 가득 덮인 하얀 눈 세상을 내려다 볼 수 있는 멋진 곳이다. 바람이 쉼 없이 휘바람을 불어준다. 이제 그만 불어도 되는데... 손도 발도 굳어진다. 그래도 하얀 설경을 배경으로 사진을 남겨본다.
대관령전망대부터는 급경사로 내려간다. 다른 뿌리에서 나서 한 나무로 붙은 연리지를 만난다. 종종 연리지 현상을 보긴 하였지만 이처럼 완벽하게 다른 뿌리의 두 나무가 연결된 모습은 처음 본다.
급경사 내림길을 앞만 보고 마구 미끄러지면서 내린다. 왼쪽 방향으로 영동고속도로가 보인다. 횡계치는 아무런 표지가 없어 정확한 위치를 찾지 못하고 지난다. 고저차가 크지 않은 봉우리 몇 개를 넘어서자 나뭇가지 사이로 능경봉이 모습을 드러낸다.
눈길을 힘겹게 오르니, 평탄한 산길을 만난다. 거친 숨을 토해내면서 완만산 산길로 오른다. 체력이 고갈된 상태로 걸어야 했던 산길이 어디 한두 곳이었던가. 그러려니 하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무슨 전망대 같은 시설물이 보인다. 행운의 돌탑 이정표다. 눈 속에 묻힌 돌을 주워 소원하나 마음속에 간직하고 나무계단으로 올라 돌탑 맨 꼭대기에 또 하나 소망의 손길을 걸친다.
능경봉 정상. 연무에 전망이 확 더러 나지는 않지만 횡계리쪽 스키장에는 불빛이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대관령휴게소 풍력발전기에도 작은 빛이 반짝인다. 헬기장을 지나 내림길을 무릎 조심, 발 밑 조심하면서 천천히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내림길이 이어진다.
이런~! 늠름하게 우리의 정신을 지탱하시는 대장님 그 자리에서 쭈~우~욱 미끄러지신다. 이 일을 어쩌누, 대장님의 모습이 뒤에서 보는 이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막 토해내고, 넘어져 눈 속에 반쯤 담긴 대장님은 황당에 쪽팔림에 아무 일 없는 양 툴툴 털고 일어서지만 웬걸 인상은 장난이 아닙니다. 넘어진 자리에는 송곳처럼 뾰족하게 낫에 잘려나간 나무둥치가 그 자태를 드러내고 있는데 바지 속 실체는 어쩔까나?.. 시선은 발밑 눈길을 한번 내려다보고 대관령을 주시하며 어둠을 헤쳐 나간다.
임도를 버리고 다시 조붓한 산길에 들어서니 영동고속도로 준공 기념비 앞이다.
준공기념비 앞 계단으로 내린다. 드디어 대관령. 지금은 ‘신재생에너지기념관'으로 바뀐 옛 대관령휴게소가 눈에 들어온다. 횡계 택시 2대를 콜하고 차도까지 내려 오가는 차량 전조등만 주시해본다. 횡계 은성민박으로 한달음에 도착한다. 여기는 별천지다. 스키장 동네라서 그런지 이곳저곳에서 발산되는 네온싸인 빛줄기가 눈을 어지럽힌다.
어깨에 맨 배낭을 내려놓고 하산주와 고파오는 민생고를 해결하기 위해 민박집 근처 ‘시골밥상’집으로 얼어붙은 길을 건넌다. 앉은 자리에 음식이 한가지 씩 채워지는 가운데 회원들의 성화에 못이긴 대장님 미끄러질 때 다친 흔적을 바지를 쑥 내려 대원들에게 보이신다. 한 뼘도 넘게 찢어졌다. 순간 핏자국을 보고 대원들 각자 한마디씩 토해낸다. 항생제, 약국, 병원, 응급처치 등... 무덤덤하게 ‘이것쯤은 괜찮다’ 라고 일축하시는 대장님! 존경. 존경.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