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뉴월 더위가 한여름 같았던 올해, 에너지 절약에 총력전을 기울이는 모양새가 심상치 않다.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은 7월 초에 개장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올여름에는 한 달이나 앞당겨 피서객을 맞았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맞이해야 하는 이 녀석은 이미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와 앉은 여름. 고온다습한 여름철 환경에 현명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때에 따라 옷을 잘 갖추어 입는 것이 필요하다. 한반도가 점점 아열대성 기후로 변화하는 듯한 조짐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으니 올여름 폭염, 수수방관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 그렇다고 무조건 벗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옷가지를 줄이고 잘 골라 건강하게 입어야 한다. 옷가지 선택만 잘해도 무더위와 함께 찾아오는 여름철 질병을 물리칠 수 있다.
무더위 속 일사병 막는 옷차림
30℃를 넘나드는 한여름의 높은 기온은 우리 몸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데 가장 큰 적이다. 뜨겁고 강렬한 햇볕에 장시간 노출될 때 일사병에 걸리기 쉬운데 이는 땀을 많이 흘린 뒤 몸속 염분이나 수분이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일사병을 막기 위해서는 가능한 챙이 넓은 모자를 써서 햇볕을 막고, 되도록이면 얇은 소재의 긴소매 옷을 입어 맨살이 그대로 햇볕에 노출되는 것을 피하는 것이 좋다.
냉방병 막는 여벌 카디건
한여름이라고 무조건 짧은 옷만 고집하는 것은 옳지 않다. 얇고 시원한 소재의 긴소매 옷은 실외에서는 일사병을, 실내에서는 냉방병을 막아준다.
여름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는 옛말이 있지만 에어컨 성능이 탁월한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다소 먼 나라 이야기다. 냉방된 실내와 실외의 온도 차가 5℃를 넘으면 우리 몸이 그 차이에 적응하지 못해 가벼운 감기, 몸살, 권태감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는 냉방병 위험 신호로 봐야 한다. 민소매, 미니스커트 등으로 남성보다 노출이 많은 옷을 입는 여성이 냉방병에 더 취약한 편인데 이럴 땐 노출 있는 옷을 피하거나 얇은 카디건을 입는 것만으로도 크게 도움이 된다. 게다가 에어컨이 지속적으로 가동되는 실내에서는 긴소매 셔츠 차림이 더 멋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지속적으로 냉방되는 실내에서는 여벌 셔츠나 카디건을 꼭 준비하도록 하자.
끈적한 땀에서 탈출하는 깔깔한 옷
고온다습한 한여름 날씨에 땀 한 번 흘리고 나면 만사가 다 짜증스러워지기 마련이다. 입고 있는 옷까지 몸에 들러붙으면 불쾌지수가 최고조에 달하는 법. 그래서 여름철에는 의류 소재 선택이 더욱 중요해진다. 소재 선택으로도 체온을 1~2℃쯤은 문제없이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깔깔한 감촉으로 끈적임 없이 몸을 보호해주는 마 소재나 펄프에서 추출한 천연 섬유 인견, 대나무를 소재로 한 뱀부스, 요즘 급부상하는 아웃도어 브랜드의 기능성 첨단 쿨링 소재 의류를 선택해보자.
무조건 짧은 옷은 위험!
초 미니스커트, 핫팬츠 등 하의가 아주 짧은 옷차림이 오랫동안 유행하고 있다. 그런데 한여름 물 만난 이 ‘하의실종’ 패션으로 여성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으니 주의해야 한다. 냉방 중인 실내 찬 기온에 하체가 장시간 노출되면 하체에 냉기가 들어 아랫배가 차가워질 수 있는데 이는 여성 자궁질환과 불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또 찬 기운에 의해 신진대사가 느려져 체내 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게 된다. 특히 하체가 차가워지면 상대적으로 상체에 열이 몰리는데 이는 여드름이나 아토피, 탈모 등 피부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아토피 같은 피부질환이 있는 이들은 민소매 의류도 주의해서 입어야 한다. 겨드랑이처럼 살이 접히는 부분의 땀이 흡수되지 못하고 고이거나 피부를 타고 흐르면 피부질환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아의 경우 흐르는 땀을 바로 닦아주지 않으면 땀구멍을 막아 땀띠를 유발할 수도 있다. 그러니 무조건 짧은 옷을 입기보다는 인견, 리넨, 모시, 리플, 아사면 같은 시원하고 가벼운 소재로 피부를 보호하는 것이 좋다.
홀터넥 수영복과 척추 건강
비키니나 민소매 티셔츠 중에 목 뒤로 끈을 묶는 홀터넥은 여성스럽고 섹시한 느낌을 강조할 수 있어 크게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이런 홀터넥은 옷이 흘러내리거나 풀어질까 봐 긴장하게 되어 경추와 주변 근육이 쉽게 피로해질 수 있다. 목 뼈는 앞쪽으로 약간 휜 C자형이 정상인데 목에 무언가를 걸고 이를 지탱하기 위해 긴장하고 힘이 들어가게 되면 일자목이 되어 통증을 유발하기 쉽기 때문이다.
한여름 의류 및 소품, 똑똑하게 관리하기
모자 평범한 스타일도 훨씬 시원하게 연출해주는 밀짚, 왕골 모자는 사용 후 모자 안에 신문을 말아 채워놓아야 변형을 막고 다음 해 새것처럼 다시 쓸 수 있다. 챙이 넓은 경우에는 반드시 평평한 곳에 올려놓아야 한다.
선글라스 선글라스는 햇볕에 직접 닿지 않게 두는 것이 중요하다. 선글라스가 빛에 직접 노출되면 고 열에 팽창해 렌즈 코팅에 균열이 생기면서 사물이 왜곡되거나 기울어져 보이면서 어지러움증을 유발하게 된다.
시폰 블라우스시폰은 단백질 섬유라 해충 피해를 입기 쉽고, 알칼리와 햇빛에 매우 약하다. 세탁은 드라이 클리닝이 가장 안전하고, 손세탁 시에는 중성세제로 가볍게 주물러 빨아 그늘에서 완전히 말려야 한다.
수영복 바닷가 소금기는 수영복의 고무줄을 삭게 하고, 수영장 소독 성분인 염소는 수영복 탈색의 주 원인이 된다. 태닝 오일이나 선크림 등 수영복에 묻어 있는 잔여물도 전용 세제나 중성세제로 꼼꼼히 세탁해야 한다.
야외 활동 많은 여름철 발 건강
꿉꿉하게 땀이 차 쉽게 발 냄새가 날 수 있는 여름에는 바람이 잘 통하고 상쾌한 느낌이 드는 신발을 주로 선택하게 된다. 여러 줄의 끈을 엮어 만든 샌들이나 엄지발가락을 끼워 신는 슬리퍼, 말랑하고 물에 젖지 않아 물놀이에도 그만인 젤리 슈즈 등이 인기 품목이다. 그러나 굽이 너무 높은 샌들은 긴장감이 허리로 전달되면서 요통을 유발할 수 있다. 발가락과 발목의 긴장이 그대로 척추 건강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발가락 부분까지 두꺼운 굽이 있는 플랫폼 샌들은 야외 활동이 많은 여름철 낙상 위험이 높고 발목을 쉽게 접질릴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발가락을 끼워 신는 일명 조리는 발은 편안하고 시원하게 느껴지질 수 있으나 가는 고리로 몸 전체를 지탱하기 때문에 피로감을 쉽게 느끼게 된다. 그러니 바닥에 쿠션감이 있고, 너무 얇지 않은 스트랩이 장착된 것으로 고르는 것이 좋다. 장마철 패션 아이템으로 급부상한 레인 부츠는 통기성이 떨어져 무좀균이 자라기 쉬우므로 신고 난 뒤에는 흡습성이 높은 신문지를 뭉쳐서 넣어두면 좋다.
자외선 완벽차단, 선글라스와 모자
눈이 자외선에 장시간 노출되면 심한 경우 각막 화상을 입을 수도 있다. 그러니 외부 활동 시 반드시 선글라스나 챙 있는 모자를 써 자외선이 눈에 직접 닿는 것을 피해야 한다. 선글라스는 흰 종이 위에 놓고 살펴 렌즈 표면과 색이 고른지 확인하고 100% 자외선을 차단하는 멀티 코팅 제품이어야 한다. 선글라스를 형광등 불빛 아래 비춰봤을 때 불빛이 여러 색깔로 보이는 것이 자외선 차단 기능이 우수한 제품이다.
맵시 살리는 여름철 의류 및 소품 관리법
슬리퍼 밑창은 충격을 흡수해주는 2~3cm 정도의 높이가 좋고, 휴가지에서 신을 슬리퍼는 필히 미끄럼 방지 기능이 있는 것으로 골라야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발에 땀이 많은 사람은 항균 효과가 있는 것으로 고른다.
데님 바지 데님 소재 바지를 구입해 처음 입으려는데 너무 빳빳해 불편할 때는 옷걸이에 걸어 욕실에 하루 정도 걸어둔 뒤 입으면 좋다. 보관할 때는 비닐봉지에 넣어 냉장실에 보관했다가 꺼내면 세탁 한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레인코트 통풍이 되지 않고 피부에 달라 붙어 불쾌한 경우가 많은데 최근에는 그물망 소재가 안감으로 활용되면서 살에 붙지 않고 통기 성도 향상된 스타일이 많이 출시되고 있다.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 소재 확인은 필수.
레인부츠 내부까지 젖었을 때는 마른 수건으로 안을 닦아내고 거꾸로 뒤집어서 말리는 것이 좋다. 고무는 햇볕에 말리면 뒤틀리거나 갈라질 수 있으니 그늘에서 말리고 신문지를 말아 넣어두면 방습, 형태 보존에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