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1
기도
김성희
사막의 모래바람 헤치고
태초의 바람길 따라 돌아온
거부할 수 없는 저무는 시간 앞에
소란하던 나의 기도가
어느 사이 가난하고 소박한
침묵의 기도로 바뀌고
타서 부서질 부지깽이 같은
허무로 가득한 어리석은 삶이
잠시 햇살에 머무는 시간에
사랑하는 사람들을 기억하며
상처에 대한 용서를 구할 수 있는
간절한 겸손의 기도가 되게 하소서
그리하여
차마 못다 한 이별이 외롭지 않기를
사랑의 기도로 깨닫게 하소서
-시 2
언어의 가시
김성희
잔잔한 물살을 베듯
마음을 가르는 쇳소리
신의 노여움일까
바닷바람의 시기심일까
림프샘에 전이된 종기 같은 언어들이
깊은 침묵의 늪 속에 갇혀
피할 수 없는 형벌처럼
세포 마디마디 녹아내리고
걷잡을 수 없이 흐르는
엉킨 시간의 굴레에 포로가 된
비뚤어진 언어들이
포효하며 흔들어대는 몸부림
섬세한 마음을 갖추지 못한
가시의 언어들이
거센 파도에 밀려 허우적거린다
-동시 1
아가의 날갯짓
김성희
엄마가 사준 노란색 멜빵 가방
등판 가득 둘러메고
요리 보고 조리보고
호기심 가득한 서툰 몸짓으로
거울 속 천사
빙글빙글 나비춤을 춘다
까르륵 천상의 웃음소리
어제보다 조금 더 자란
귀여운 애벌레
문밖을 향한 날갯짓 한다
-동시 2
사방치기
김성희
엄마를 기다리며
땅바닥에 그려 놓은
사방치기 놀이
땟 구정 꼬맹이 신발
말 돌 되어 한가운데 머물고
말 돌 던져 얻은
사방치기 하늘땅 누워
파란 하늘 몽실몽실 떠가는
솜이불 구름 타고
엄마 마중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