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함, 기분, 직관
1960년경에 젊은 심리학자 사르노프 매드닉(Sarnoff Mednick)은
창조력의 본질을 찾았다고 생각했다. 그의 생각은 갈렬하고 단순했다.
한마디로 창조력은 비상하게 잘 작동하는 연상기억이다.
그는 '연관 단어 찾기 검사(Remote Associates Test)'를 만들었다.
지금까지도 창조력 연구에 흔히 사용하는 검사법이다.
쉬운 예로, 아래 세 단어를 보자.
코티지 스위스 케이크
위 세 단어와 모두 연관된 단어가 생각나는가?
분명히 '치즈'가 답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코티지cottage)'는 '작은 시골집'을 뜻하지만 '코티지 치즈'는 치즈의 한종류다)
이번에는 다음 단어를 보자,
다이빙 빛 로켓
이 문제는 더 어렵지만, 영어 사용자라면 알 수 잇는 하나의 정답이 있다.
'하늘'이다. (다이빙→스카이다이빙)
실험 대상 중에 정답을 맞힌 학생은 20퍼센트가 안 되었다.
물론 아무 단어나 세 개를 놀어놓는다고 해서 공통된 하나의 단어를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꿈, 공, 책'에서 누구나 똑같이 연상할만한 공통된 단어를 찾기란 쉽지 않다.
근래에 연관 단어 찾기 검사를 연구한 독일 심리학자 여러 팀은
인지적 편안함과 관련한 획기적인 사실을 발견했다.
이 중 한 팀이 두 가지 의문을 제기했다.
사람들은 단어 세 개를 보면 정답을 찾기도 전에 답이있다는 사실을 직감할까?
이 검사에서 기분은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들은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 우선실험 참가자들을 둘로 나눠
한 부류에게는 몇 분 동안 삶에서 기뻤던 일을,
다른 부류에게는 슬폈던 일을 떠올리게 해 일부는 기쁘게, 일부는 슬프게 만들었다.
그런 다음 세 개로 이루어진 단어 쌍을 여러 개 제시했는데,
그중 절반은 서로 연관성이 있고(예:다이빙, 빛, 로켓) , 절반은 연관성이 없었다.(예: 꿈, 공, 책)),
참가자들은 단언 쌍이 서로 연관성이 있는지 없는지 추측해 키보드의 키 둘 중 하나를 2초 안에 눌러야 했다.
워낙 짧은 시간이라 정답을 고민할 여유는 없었다.
이 실험에서첫번째 놀라운 결과는 사람들의 추측이 우연에 기댄 경우보다 훨씬 더 정확했다는 점이다.
나는 이 결과가 정말 놀랍다.
인지적 편안함은 연상 체계가 보내는 아주 희미한 신호에서 나온는게 분명해 보이는데
이 연상 체계는 세 단어에서 연관성을 찾아내기 한참 전에 벌써 세 단어가 일관성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 판단에서 인지적 편안함의 역할은 또 다른 독일 연구팀의실험에서 확인되었다.
실험에서 여러 조작으로 인지적 편안함을 높이자 (생각을 점화하거나, 선명한 서체를 쓰거나, 단어를 미리 노출하는 등)
사람들은 단어의 연관성을 더 쉽게 알아보았다.
또 다른 놀라운 발견은 이 직관적 작업에 기분이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점이다.
실험 진행자들은 '직관 지표를 계산해 정확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검사 전에 참가자에게 즐거운 생각을 하게 해 기분을 좋게 만들면 정확도가 두 배 이상 높아졌다.
더욱 놀라운 점은 기분이 안 좋아진 참가자는 직관적 업무 수행력이 아예 없어져버려
눈감고 찍기보다 나을 게 없는 추측을 내놓는다는 것이다.
기분은 시스켐1에 분명한 영향을 미쳐서 마음이 불편하고 언짢을 때는 직관도 작동하지 않는다.
이런 결과는 좋은 기분, 직관, 창조성, 잘 속는 성향, 시스템1에 대한
높은 의존성이 모두 한통속(!)이라는 점점 더 분명해지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반면에 슬픔, 경계심, 의심, 분석적 접근, 노력은 다른 한통속이다.
기분이 좋으면 시스켐 2의 통제력이 느슨해져, 더 직관에 의지하고
더 창조적이 될 뿐 아니라 경계도 느슨해지고 논리적 오류도 더 많이 나온다.
이 연관관계는 단순 노출 효과처럼 생물학적으로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기분이 좋다는 것은 모든 게 그런대로 순조롭고, 주변 환경도 안전하니, 경계를 풀어도 좋다는신호다
기분이 나쁘다는 것은 모든게 그다지 순조롭지 않고, 어쩌면 위협이 있을 수 있으니,
경계를 늦추면 안 된다는 뜻이다.
인지적 편안함은 기분이 좋은 원인도 되고 결과도 된다.
연관 단어 찾기 검사는 인지적 편안함과 긍정적 효과의 연관성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준다.
다음에 나오는, 세 개씩 짝을 이룬 단어 무리를 빠르게 살펴보라
수면 우편 스위치
소금 깊다 거픔
물론 본인은 눈치채지 못하겠지만, 안면 근육의 전기 자극을 측정해본다면
둘 중 아래의 세 단어를 읽을 때 독자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스쳤다고 나올 것이다.
그 단어들 사이에 '바다'라는 일관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험 참가자들도 그 일관성에 미소로 반응했다.
애초에 이들에게 공통된 연관성이나 하는 말은 꺼내지도 않은 채,
다만 세 개씩 짝을 이룬 단어들을 보여주면서 그것을 읽은 뒤 스페이스 바를 누르라고 지시했을 뿐이다.
일관성 있는 단어들을 봤을 때 느끼는 인지적 편안함은 그 자체로 가겨운 즐거움이 된다.
우리는 기분이 좋고, 인지적 편안함을 느끼고, 직관적으로 일관성을 감지하는 것 사이의 상관관계를 증명했는데,
과학자들의 말마따나 거기에는 반드시 인과관계도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인지적 편안함과 미소는 동시에 나타난다.
그런데 기분이 좋으면 실제로 일관성을 직감할 까?' 그렇다. 이 둘은 상관관계가 있다.
이를 증명한 훌륭한 실험이 있다.
이 실험에서 참가자 일부에게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렬주면서,
"이 음악은 앞선 연구에서 사람들의 감정 반응에 영향을 미쳤다"고 거짓 정보를 주었다.
이 말에 참가자들은 감정 반응의 영향을 무의식적으로 차단했고,
그러자 단어 사이의 일관성을 직관적으로 감지하는 능력도 사라졌다.
이로써 단어 세 개를 본 뒤에 나타나는
순간적 감정(단어가 서로 연과되면 기분이 좋고, 그렇지 않으면 연짢은 감정)이
일관성 판단에 기초가 된다는 사실이 밝혀진 셈이다.
여기서는 시스템1이 감정변화를 무덤덤하게 받아들이게 했다.
감정 변화가 예상된 이상, 그 변화는 놀랍지 않게 되고,
따라서 감정 변화는 단어와 인과관계로 연결되지 않는다.
이 연구는 여러 실험 기술을 결합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 결과에서, 다른 어떤 훌륭한 연구와도 결줄 만한 강력하고 대단히 놀라운 성과를 올렸다.
우리는 여러 해 동안 시스템1의 무의식적 작동 원리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아냈다.
이 중 상당 부분이 30년, 40년 전이라면 과학소설처럼 들릴 법한 것들이다.
서체가 안 좋으면 진위 판단에 영향을 미치고 인지 업무 수행력을 높인다거나,
단어 세 개를 보면서 인지적 편안함을 느끼면 기분이 좋아져서
일관성 감지에도 영향을 미친다거나 하는 것들은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심리학은그동안 장족의 발전을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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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적 편암함과 관련한 말들
"서체를 알아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사업 계획서를 무시하지 말자."
"그것이 자주 반복된 탓에 우리가 그걸 믿게 된게 분명하니, 다시 신중하게 검토해보자"
"친숙해지면 호감이 생긴다. 단순 노출 효과다."
"오늘은 기분도 최고이고, 시스템2도 평소보다 약하다. 그러니 특별히 조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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