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행복학교 행복문화제를 가다

[soram(김진수)]

지리산행복학교 행복문화제를 처음 참가했다. 목공반은 모두 4명. 반별 발표 때 내놓을 장기 대신에 도마를 만들기로 한다.

선생님과 열심히 만든 도마. 녹나무 도마 7개, 편백 도마 16개. 싣고 가는 명철샘뒤를 졸졸 따라 행사장으로...

행사장 근처에 겨우 주차할 자리는 하나. 샘이 우리더러 거기 대라고 양보하고 한참을 돌다 도마를 가져오신다. 군산에서 참가한 꼬마들이 글씨를 멋지게 써서 전을 펼친다. 근데...애써 만든 도마가 안 팔린다.

겨우 하나 첫개시 하고 나니 또 애꿎은 날파리만 꼬인다.  전임 반장님이 하나 사시고 다른 사람까지 데려와서 두개를 더 팔아 준다. 복 받으세요. 정말 고맙습니다.
저쪽에 건들건들 걸어가는 폼이 꼭 옥이 누나 같은데?

생맥 파는 사람이 바로 그 옥이 누나 맞네..이런이런, 여기서 옥이 누나를 보다니.

전에 의신 옛길 걷고 나서 기수샘 가게에서 감 깎고 있던 누나를 본 이후에 이번에 또 지행교 추제에서 보게 된 것이다. 전혀 상상도 하지 못하는 곳에서의 만남이다.

옥이 누나 거참 장사 수완  있네. 맥주 한 잔 사달라해서 같이 갔더니 한잔 3000원인데 석잔에 1만원이란다? 뭔 계산이 이런겨? 그리고 한잔은 자기에게 사주는 것이라며 두 잔만 준다. 이리 탁월한 장사수완... 우리 도마는 우짜면 팔리노?

최샘은 사회자를 불러 술 한잔하란다. 사회자가 술까지 했으면 천하를 손에 쥐었을건데, 술은 한잔도 못한다는 사실이 다행?  최샘께 한 잔 따루고는 자기딸을 불러 인사시킨다. 야, 역시 촌에는 이런 예절이 살아있어.

" 작은아버지다. 인사해라. 그라고 줄거 있으면 줄라그래.."

와따 여기 사람들 보통 아닌건 알았지만, 정말 엄청나다... 현금없는 우리 최샘. 대신  교무처장님이 주시고.

최샘은 온 사람 다 부르며 즐거우신데, 도마를  팔아야 치킨을 먹을 수 있다는 말에 애타는 아이들 마음은 뒷전이고, 시인님께 녹나무 도마를 선물한다. 옆에 산약초반 샘이 시샘한다.

" 아, 바로 옆에 앉은 나는 두고 그 옆에 있는 사람에게만 선물을 해?"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 샘은

"마우스 패드 하시라고..."   하고선 좀 있다간 "아, 그 컴터 하실 때 패트병하시라고"한다. 아직 어제 술이 안깬 듯...

 산약초샘이 자기 오토바이에 넣어  놓으라니 시인님은 위험하다고 바로 갖다 놓으러 가버린다.

길놀이를 시작으로 행사가 진행되는데, 역시 여기 사람들은 보는 것만으도 대단하다.

사회자가 "여기 첨 오는 사람은 여러분이 정상으로 안 보일거다."

그렇다. 맞다. 여기 사람들 정상으로 안 보인다.

여기 온 이 사람들 다들 무슨 열정으로,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는 걸까?

이러다 나도 물들라.

행사를 기획한다고 보통 힘든게 아니었을 교무처장님을 비롯한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아주 재미있었다.  지리산의 넉넉한 품인가? 사람들이 모두 내꺼 네꺼를 가리지 않는다. 이래서 도시 놈은 어리둥절하고, 정신이 없다.

석형밴드를 끝으로 우리는 11월 종강 때까지 제 정신 유지하자는 다짐을 하며 먼저 자리를 일어섰다.

가을 단풍이 제 의지로 물들겠나. 계절이 그리 만드는 걸...

[멋쟁이(moon미숙)]

명언이세요. 가을 단풍이 제 의지로 물들겠나?
저도 이제사 적응이 되어갑니다^^~~
쌤부부 넘 보기 좋으세요 ^^~~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기쁨과
그 기쁨을 아는 나를 보게 되어 기쁜 날이었습니다
방학 끝나고 뵈요.

[교무처장/高RPM(신희지)]

햐아~~~~
이 새벽!
그날의 광경을 이리 부부가!
문창반 긴장하셔야할듯!
글 쥑입니데이!

[교무간사/웃음마법사^^(최한결)]

후기 읽는며 뜨거운 태양아래 시원한 바람의 느낌을. . .
고맙습니다. ~~

[교무처장/高RPM(신희지)]

다시 읽다가 배꼽잡아부렀슴돠
ㅋㅋㅋ
후기전문작가로 등단하셨음을!

담부터 꼭 오이소오~~
물 팍! 드십시닷!

[레나토(김현민)]

글체가 훌륭하시군요^^
전 언제 저렇게 멋진 글을 쓸수 있을까요^^
힘 냅시다 문창반!! 우짤라꼬?

[몽피(김경학)]

한잔 3000원인데 석잔에 1만원이란다?.
최고 명 문장입니데이.

[봄날규미]

맛깔나게 쓰신 댓글 잘 읽었습니다.
1박2일 제정신 출장보내고 놀고 와서 다음날 새벽 진통시작한다는 아들 전화받고 새벽에 집 떠나 한 낮에 할머니 되었습니다. ㅎ
정신도 돌아왔구요.
2학기 쫑 파티 벌써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