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빼미
김화연
삼십년 된 은행나무 가지 위에 올빼미 뒷간 가는 걸음 따라가며 개구리 먹은 뱀 이야기 붉은 손 귀신이 측간厠間에 나타났다는 소문을 전해주곤 했었지 올빼미의 동그란 눈빛과 울음소리는 온종일 이빨 없는 할머니들의 응얼거리는 소리보다 더 무서웠지 그날 은행나무 풀숲아래에서 들킨 엉덩이는 올빼미 때문이지
올빼미가 가로등 근처에 밤의 근황을 살피며 밤낮으로 앉아있다 360도 돌아가는 방향에는 사람의 기척과 동선을 수집하고 어제와 오늘을 수집하고 이름들이 돌며 날리는 소문들 금고 속 장부들이 숨어서 부풀리는 혐의와 차량들의 번호판 철제 옷을 입은 신종 수집 올빼미가 새로 태어난 거리를 살피지
혼자라는 곁에 어린 시절 울음소리가 선반에 앉아있다 할머니들은 앞 이빨이 없어 아기를 좋아한다는 소리들이 깃털사이에서 새나오고 바스락거리는 소리 없이 앞과 뒤 그리고 옆을 지키며 한 손을 내미는 굽은 등에서 배운 지혜
기억 올빼미는 계절을 날며 들쥐를 먹었는데 숨을 곳이 사라진 밤의 근황들 흑백의 프레임으로 도시의 밤은 점점 밝아진다. 세상의 이야기는 발가벗은 여름이고 올빼미들 두 눈 깜박거리며 숨을 곳이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