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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잔/ 권희선
한잔 하실래요.
무궁화 꽃을 위하여
안개 주를 마신다.
눈동자는 허공에 머물고
옹알이를 한다.
찰떡처럼 알아듣는 당신
당신은 꽃 입술
나는 파란 술
천상의 하루가 지난다.
2,말더듬이 사랑/ 김미화
전기코드를 뺀 선풍기가
바람이 다가오자 날개를 내민다
제 안의 게으름을 꺼내어
언젠가 몇 뭉치의 전기로 내주던
그 풍경을 바람한테 빌리고 있을 것이다
이별의 행간과 바람의 보폭에도
침묵들이 깨어나곤 한다
더듬더듬 기억을 만들며
공백의 두려움을
읽어내는 푸르디푸른 사랑
그곳엔 태양의 불길함을
받아들이는 바람이 있었다
3, 김영국 불꽃1004/ 헛된 욕망 (세로)
세월이 여류(如流) 하다는데
오늘 하루는 일 년, 아니 십 년 같다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결국, 어떤 마음이었는지가 문제였다
태양은 내일도 세상을 빛으로 밝히겠지만
우리는 과연 내일도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을까
사는 동안 사람에 대한, 세상의 모든 것에 대한
감사함을 잊고 사는 우리가 만물의 영장일까
사람아 세상 모든 사람아
모든 것이 내 것 같지만, 내 것은 아무것도 없다
잠시 빌려 쓰고 있을 뿐
세상 모든 것에 감사하며 살자
그것이 헛된 욕심일지라도
4, 해바라기 일기/김영숙
뜨거운 혀를 삼켜 키다리가 되었는가
줄줄이 앞 다투어 맨발로 핀 저 향일화
실바람 건너간 자리 새파랗게 따라간다
깨알 같은 말에 물려 가을 하는 돌고 있다
큰 머리 엉킨 생각 끄덕이기 무거운지
먹먹히 질려 가면서 까만 씨를 뱉어낸다
5, 멍게향/ 김일순
남해(南海) 간다는 친구에게
몽돌 하나 주워 오라 했더니
멍게 상자 안고 왔다
상자 열어보니
몽돌밭을 쉼 없이 구르던 파도와
멍게를 손질하던 아버지가
바다내음과 함께 출렁이고 있었다
심부름 다녀온 친구는
몽돌대신 보물섬이라며
멍게 향으로 겸연쩍게 웃는다
6, 메밀꽃/김종균
여리고 작은 꽃이 열매 한번 야무져서
출출한 속 데우며 몸 안에서 마저 피던
흰 적삼 소매 끝으로 땀을 닦던 아낙네여
묵밥 집 소쿠리에 저 단단한 어울림
고향 길 밭머리에 흰 파도로 부서지든
못 삭인 순정이 엉겨 돌아와 굳은 몸을
눈감고 달빛 젖은 산허리를 돌아들면
수런수런 들려오는 허 생원 얘기 소리
아리랑 곡조를 타고 메밀꽃이 일 때면
7, 빛이여 다시 한 번/서광식
8.15 그 날은 하늘의 묵시록
70년 세월은 흐르고
돌아 오리라... ! 했던 약속 때문인가
일본은 10년도 더 넘게
내 국토의 솟을 대문 독도를
자기의 것이라 말한다
또 다시 억지 부리는 야수의 소리
신경 거슬리는 '게다작' 끄는 소리
환청은 더욱 자지러져 가고 있다
오... 빛이여, 다시 한번!
7천만 겨레의 온갖 힘 다 바치어
혹은 머리 맞대고, 혹은 태극기 휘날리며
아예, '독도 말' 입에 담지 못하게 하자
진정한 광복의 길 나서자.
8, 산딸기/ 심현남
'찌륵 찌륵 찌르륵'
햇살 쏟아지는 여름 한낮
밭-둑 풀 섶
여치 우는 소리에
빨갛게 익은 산띨기 세 알
한 알 따서 입에 쏙
'아삭'
새콤 달콤 싱그러운 향이
입 안 가득...
여름도 빨갛게 익어간다.
9, 아지랑이 꽃/ 오숙희
바람이 길을 떠난다.
가는 방향은 다르지만
내 긴 머리 흔들고
꽃이 떨어지고 싹이 트면
나무와 꽃잎 사이를 시샘하듯
내가 걸어 온 길은
어디에 묻혀있을까
곱게 빗어 넘긴 길섶 머릿결 사이
그리움 한 가닥안고 피어오른
아지랑이 꽃
10,고향집의 호박꽃/ 원용우
투박한 그 얼굴에 뒤뚱대는 걸음걸이
넝쿨이 휘어지도록 주렁주렁 달린 호박
애 하나
잘 낳는 여자
넌, 우리 집 王이다
11, 그대는 빛/ 이종수
그대는
한 줄기 빛
생명을 열었다 닫는 열쇠
그대가 웃으면
행복의 창이 열리고
그대가 찡그리면
암흑의 길이 보인다
그대는
하늘과 땅을 가르는 칼
천당과 지옥을 가르는 문
떠오르면 밝은 미소
숨으면 슬픔의 울음 바다.
12, 별이라 부르지요/ 이혜우(세로)
밤에 뜨는 은하수별
부러운 별
부귀영화 누리소서
송사리도 나름대로
밤낮없이 파문 없는
호수에서 놀 것이니
달밤 산 그림자 내리면
호수 깊숙한 곳으로
마실 오소서,
13, 능소화/ 전정희
꽃으로 피었으나
꽃일 수만 없던 게다
담을 수 없는 곳을 향한 헛헛한 몸짓은
비우지 못한 그리움이 되어
새빨갛게 흔들리고
빙그르르 꽃잎 떨구는 자리마다
핏물처럼 솟는 허기.
꽃으로 피었으나
꽃일 수만 없어
칠월볕에 붉어진 얼굴로
하늘 향해 묵상하는 꽃이여!
14, 가을향기/ 정선영
떨어지는 낙엽사이로
바라본 하늘
가을 단풍
곱게 펼쳐져 있고
시인의 맘 품은
그의 낭송
진품
가을 향기가 난다
15, 연꽃/ 조선윤
진흙탕에 있어도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티 없이 청초한 모습 성자로다
끈질긴 생명력
형형색색 소담한 자태
청정함으로
시궁창을 향기로 채우니
기품은 성숙의 경지라
고결하게
그윽한 향을 품어 정화하니
너처럼 살고 싶구나
16, 한강/ 최흥규
빠르고 늦음의 차이 일 뿐
미운 자 서러운 자 즐거운 자
품으로 안고 받아서 너그럽게 흐른다
떨어지는 꽃들의 영혼을 모아
고요히 흐르는 넓은 아량으로
흘러도 변치 않는 진득함을 보여 준다
각지고 더러움조차 눕혀 흘러
먼 속 끝 바다까지 배웅하며
점점 행복한 평안으로 인도 한다.
17, 山 寺/ 한길수
개울 건너
능선 따라 바라보니 일주문.
고요 속
홀로 성난 사천왕.
넓은 마당 차지한 백일홍.
대웅전 보살피는 3층 석탑.
무거운 시름 법당에 맡겨놓고
솔 소리 바람소리
발 거름 가벼운 어머니.
우리 어머니.
18,/ 이용미/ 바리톤의 야성
체감 온도를 끌어내리는 매운바람 앞에
강줄기도 멈춰 섰고
화려하던 조명도 꺼졌는데
누군가
“안녕하세요” 하는 낮선 바리톤의 음성이
칼바람을 잠재운다
한강 둔치의 눈부신 설경에서
음색의 덫에 걸렸다
지워지지 않는 메모리
흔들리고 흔들 수 있는 날개로
창공을 가를 수 록
회오리치는 가슴
꼬리 물고 우뚝선
하이 바리톤
19, 아차산의 각시 붓꽃/ 장은수(샘플)
십만 대군 적병처럼 몰려드는 는개 속에
여린 목 치켜들고 도시 뒷담 기웃대다
시간의 경계 밖으로 내몰린 여인 하나
가파른 성벽 아래 흔들리고 부대껴도
두고 온 천칭자리 빈 가지에 매다는 날
바람도 녹슨 돌쩌귀에 용쓰다 돌아서고,
아리수 뱃길 앞에 관棺 하나 멈춘 내력
살며시 눈 맞추면 눈물 왈칵 쏟을 것 같은
긴 목의 자줏빛 여인 제 이름을 묻고 있다
20, 자작나무 숲/ 정춘희
흰색의 수직으로 빽빽한 속에서
나무와 나무사이 정적만이 맴돌아도
내 눈은 휘둥그래진다, 온 마음 사로잡힌다
알싸한 공기의 싱그러움이 촉촉하고
아쉬움만큼 애타는 눈부심이 아쉬웠고
시간이 깊어질수록 가슴으로 잡고 있다
낙엽은 고요 숲에 뚝 뚝 뚝 떨어지고
무거운 발자국이 내 귓전을 흔든 오후
그리운 동화나라 속 산수화가 열린다
21, 꽃샘 눈/ 강운자
낙엽의 영혼이 꽃의 혼령이
끊어진 길
다 건너가지 못한 길
더
듬
더 듬
겨
우
우
흐른다/ 얼굴/ 가슴/ 목소리
그 향수
22, /김연수 당신과 살로메
23.김현덕/ 문경세제
마른 가지 다독이는 따스한 햇살 한 줌 텅텅 빈 까치집에 웅크리고 눕는 날 배시시 얼굴 반쪽 내밀고 낮달이 서성인다. 파도 이랑 넘고 넘어 이국땅에 둥지 틀고 해가 뜨면 묵정밭에 찬이슬 걷어낸 뒤 저녁놀 하늘끝자락 하루를 달군 시간 피 토하듯 참아내는 월남댁 어린 신부 거북 등 갈퀴 손가락 너덜겅을 파헤친다. 어머니, 문경새재에 푸른 달이 솟습니다.
24.신민숙/ 백합꽃 당신
긴 세월 방울방울 한결같은 마음으로
비오는 날 안개 낀 날들 가슴으로 안으며
맑은 눈망울 향한 거름과 물이 되었네
사랑을 마음에 담고 변함없던 그 열정
굽이굽이 굽은 길도 배려와 격려로
정성 가득 담아 기쁨 주던 외길
한 톨의 꽃씨가 백합꽃이 되었네.
25. 김연옥/ 해변의 한낯
26.홍승원/ 억새
바람 속에 잠들고
바람 속에서 깨어나는 너는
이름이 억새여서 더 가련하고
모여 있어 더 외롭다
세상을 등져
산에 사는
창백한 얼굴에 너는
지우지 못한 그리움에
오늘도
긴 행렬을 바라보며
가냘픈 손을
끝없이 끝없이 흔들고 있다
27. 이선열/ 강강수월래
너무 넓은 하늘일레.山 하나가 작은 모래알 한 알일레
달빛이 저 추명천심(秋明天心)에 안겨
아득히 아득히 갈피리 고른 가락으로
푸른 목덜미에 볼을 켜는
그리움되어
외뿌리 홡는
하늬바람 몸바쳐 얼을 빚네
어머니,
내 어머니들 한 시름이 첩첩산맥으로
이 산하가 되어
치맛자락으로 감싸여있어
하, 눈물이 달빛 아래 들국화로 피어있나
아리아리 서러운 가슴 한복판에 희디흰 꽃들 되어
슬픈 사랑을 뒤척이어 강강수월래,강갈수월래 한스러움이여
중머리 중중머리 자진머리,
달아달아 강강수월래
28,조규옥/ 당신 없이는 못살아
명단
1.권희선/ 한잔
2.김미화/ 말더듬이 사랑
3.김영국 불꽃1004/ 헛된 욕망(세로로제작)
4,김영숙/해바라 기 일기
5, 김일순/ 멍게향
6. 김종균/ 메밀꽃
7, 서광식/ 빛이여다시한번
8,심현남/ 산딸기
9, 오숙희/아지랑이 꽃
10, 원용우/ 고향집의호박꽃
11.이종수/그대는 빛
12, 이혜우/ 별이라부르지요(세로로제작)
13, 전정희/ 능소화
14, 정선영/가을향기
15,조선윤/연꽃
16, 최흥규/ 한강
17, 한길수/ 산사
18.이용미 / 바리톤의 야성
19, 장은수/아차산각시붓꽃(샘플)
20,정춘희, 자작나무숲(확인요)
21,강운자/ 꽃샘눈
22,김연수(1개, 당신과 살로메, 도록용) (1개, 녹색정원, 아트마켓) 총2개 주문
23. 김현덕/문경세재
24.신민숙/ 백홥꽃 당신 25. 김연옥/ 해변의 한낯 26. 홍승원/억새 27. 이선열/강강수월래 28. 조규옥/ 당신 없이는 못살아
(취소) 19, 장은수/아차산각시붓꽃(샘플)
첫댓글 강물결님 수고많으십니다. 첫(전)글자를 앞으로 댕겨서 부탁드립니다. 한타가 밀려있어서요.
강물결님, 감사합니다. 제 작품의 둘 째 연과 세째연 사이 한 행 띄워 주셔야 하는데요~~~
김종균 님, 수정 했습니다. 카페창에만 틀리게 보이고 올리기 전 창에는 본문대로 입니다.
윤안님. 윤안님의 시에 대한 부분을 말씀하시는지요? 죄송하지만 윤안님의 필명을 잘 모르겠습니다. 댓글을 다시 달아 주시면 수정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