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 조종 강모 소령…
부상당한 전우 후송하며 해적들을 절대로, 절대로 땅 못밟게 하리라 다짐
검문검색대 김모 대위…
대장님이 썼던 고글의 총탄 자국 보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공격팀이 선박으로 올라가도록 엄호사격을 하던 중 해적 1명이 RPG-7을 최영함 쪽으로 겨냥하는 것을 식별하고 조준사격으로 무력화했다. 만일 한 발이라도 우리 쪽으로 날아왔다면 아군 피해도 상당했을 것이다"지난 21일 삼호주얼리호 인질 구출작전에 참가했던 해군 UDT/SEAL 소속 저격수 박모 중사는 24일 공개된 수기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RPG-7은 구소련이 개발한 대전차(對戰車) 로켓으로 전차나 장갑차 등을 파괴할 수 있는 무기다. 1950년대 개발된 구형 무기이지만 다루기 간편해 이라크·아프가니스탄 등에서 게릴라들이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고 소말리아 해적들도 애용하는 무기다. RPG-7이 최영함을 향해 발사됐더라면 상당한 피해가 발생할 뻔한 아찔한 상황이 있었음이 작전 참가 장병 수기를 통해 뒤늦게 알려진 것이다.
- ▲ 작전 마치고 최영함 위에서… 지난 21일 삼호주얼리호 피랍선원 구출작전에 성공한 청해부대 UDT/SEAL 요원들이 최영함 선상에 모였다. 1차 작전 중 부상을 입고 후송된 안병주 소령 등 3명과 인질을 감시 중이던 2명을 제외한 25명이다. /해군 제공
최영함에 탑재돼 있는 링스헬기 조종을 맡은 항공대장 강모 소령은 "(지난 18일) 1차 교전 중 부상한 전우를 오만 비행장에 후송하면서 '해적들이 절대 그냥 소말리아 땅을 밟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었다"며 "(21일) 해적이 소탕됐다는 보고를 듣고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내가 부상당한 전우에게 한 약속을 지켰다는 뿌듯함이었다"고 적었다.
21일 구출작전 때 앞장섰던 검문검색대 공격1팀장 김모 대위는 "2011년 1월 22일 새벽 3시. 기상 방송과 함께 눈을 떴다. 1차 구출작전 때 대장님이 착용했던 피탄(被彈) 고글을 보는 순간 잠을 설쳤지만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밝혔다. UDT/SEAL 공격팀으로 삼호주얼리호에 진입했던 김모 중사는 "선교에 진입해 해적을 제압한 뒤 수색 중 선교 모퉁이에 여러 명의 사람이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며 "선원들은 두려움과 공포에 고개를 떨어뜨리고 있었다"고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김 중사는 "진입 후 '대한민국 해군 청해부대입니다. 한국 사람은 고개를 들어주십시오'라고 외치자 그때야 모두 안도의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며 "그러나 이때 선원 한 명이 '해적이 선장님을 쐈습니다'고 하자 순간 가슴이 내려앉았다"고 말했다. 그는 "선장이 총상을 여러 군데 입었지만 의식이 있어서 평소 훈련대로 지혈을 했다"며 "선원들은 선장이 해적에 대항했다는 이유로 그런 고초를 겪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김 중사는 1차 구출작전 때 대원들이 해적들의 기습 공격으로 상처를 입었던 상황과 관련, "반대쪽 고속단정에서 검색대장님을 포함한 동료들이 피를 흘리며 누워 있었다"며 "당장이라도 그쪽으로 뛰어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의무병인 우모 상병도 엔진오일에 물을 타는 등 기지를 발휘해 삼호주얼리호의 소말리아 접근을 늦추다 해적들에게 가혹행위를 당한 선장 석해균(57)씨의 총상 직후 상황에 대해 적었다. 우 상병은 "복부 총상을 입은 환자(선장)의 혈색이 너무 창백했지만 의식도 있고 1차 응급처치로 지혈을 해 혈압·맥박 등이 모두 정상이었다"며 "의무실로 이송한 후 수액 주입 및 상처 부위 응급처치를 하고 미 해군 헬기에 태워 보내고서야 안심했다"고 말했다. 우 상병은 "삼호주얼리호로 고무보트를 타고 이동하는 순간 최루가스로 코가 메케했으며 곳곳에 유리 파편과 혈흔 등이 난무해 당시 상황이 얼마나 급하고 위험했는지 알 수 있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