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주로 읽는 책을 주간지나 일간지의 책광고나 안내기사를 보고 선정한다. 또한 주변의 지인들이나 저자가 감명깊게 읽었거나 추천하는 책을 선정하기도 한다.
이번에고 한겨레21에서 쟝르별 소설을 소개하는 코너가 있었는데 그 때 소개하는 쟝르는 추리소설분야였다. 6권의 책.추리소설이라면 셜록 홈즈나 괴도 루팡정도는 우리 나이 또래는 한번쯤은 읽었을 법했을 것 같다.나도 예외는 아니었으나 막상 기억을 더듬어 보니 전혀 맛이 떠오르지 않는다. 아....노화의 안타까움이여...기억의 회생양이여....
내친 김에 6권의 책을 주문해 버렸다. 한편으로는 돈과 또 다른 한편으로는 아직 책장을 펴지도 못한 채 책상 구석에 쌓여 있는- 무섭도록 무거운 주제들의 책들을 떠올리며 주저도 됐지만 술 마실 돈 절약하고 언젠가 읽으거다라는 오기를 발동하고선 주문클릭을 하고 말았다.
이 책들은 한동안 진료실 한 모퉁이에 쌓여 있다가 저자초청토론회가 끝나고 나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
그중에 첫번재 책이 경성 탐정록.
이 책은 셜록 홈즈(지은이:코난 도일)의 패러디와 오마쥬기법을 적극 활용한 추리 소설작품이다.주인공 이름이 설홍주(셜록홈즈),그의 파트너 한의사 왕도손(홈즈의 비서 와트슨),하숙집 주인 허도순(허드슨),법의학자 손다익박사(손다이크박사). 4편의 단편 제목도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김동인의'광화사',박태원의 '천변풍경',황순원의'소나기'를 인용했다.
셜록홈즈가 19세기 말을 배경으로 했다면 경성탐정록은 30년대 식민지 조선 경성을 무대로 하였다.
운수좋은 날에서는 거부를 납치해서 돈을 요구하는 납치범을 인력거의 이동시간과 인물에 대한 정확한 추리를 통해 잡아내고
광화사에서는 의뢰인의 죽은 아버지가 숨겨 논 재산을 그의 유언과 족보를 가지고 퍼즐 풀듯이 풀어 내 사건을 해결하고
천변풍경은 여관에서 살해당한 아편밀매범의 범인을 과학적인 지식과 추리로 범인을 잡아 낸다.소나기는 중국집에 점심 때마다 쨤뽕을 시켜 먹는 지식인이 왜 항상 우산을 가지고 다니는 지를 추리해 나가는 이야기이다.
난 설홍주의 추리를 따라 가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흥미가 가지 않았다. 전에도 셜록 홈즈에 그렇게 열광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오히려 30년대 사회적 분위기를 세밀하게 묘사한 내용들이 나의 관심을 끌었다. 작가 한동진은 30년대의 경성분위기를 많이 공부한 것 같다. 우리가 근대로 이야기하는 식민지 시대의 모습이 갑자기 공부하고픈 욕구를 불러 일으킨 것이 이 책의 긍정적인 면이였다고 하면 좀 엉뚱할라나? 전에 대충 읽었던 '부랑청년 전성시대'라는 책을 다시 찾고파 진다.
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몇가지 문구들을 적어 본다.
-지적인 흥분과 도전 정신을 불러 일으키는 사건을 접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희망....
-정확한 결론을 유추해 내기 위해서는 세밀한 관찰력과 냉정한 추리력을 겸비하고 있어야 해...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몰락해 버린 양반 가문처럼 곤궁해졌습니다.
-몸이 약해지면 마음까지 약해지기 마련이죠...
-북유럽풍의 용산 역사..르네상스 양식의 경성 역사...
-다른 사람의 것을 부정하게 갈취하지 않고,스스로 노력한 것 이상으로 부당한 이득을 추구하지 않는,요즘 세상에 보기 드물게 정
직하고 착한 친구
-자연스러움이 지나쳐서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는 말투
-섣불리 의심을 사기보다는 바보 취급 당하는 편이 낫습니다.
-추리는 마술이 아니라 정연한 논리에 기반을 둔 과학일세
-날카로운 직관과 뛰어난 통찰력,냉정하고 정확한 판단력
-적절한 증거와 정확한 논리에 기반 하지 않은 가설은 바닷가의 모래성처럼 허망한 것에 불과합니다.
-심시헌(살인용의자,예비검사)의 얼굴에는 오만함이,설홍주의 눈에는 경멸의 빛이 떠올랐다.전자가 스스로의 우월한 자질을 이용
해서 정점에 서는 것만을 생각하는 이기주의자라면,후자는 남들보다 뛰어난 재능은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데 쓰이는 것이 옳다고
믿는 박애주의자였다.
- 예술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과 독창성이 가미되어야 한다.
-조선의 지식인들의 열에 아홉은 사람들 앞에선 구습을 타파하고 자유와 평등의 기치를 높이 세울 것을 주창하지만 뒤에선 미신
에 매달리고 가문의 명성에 집착하지..그리고 왜놈들을 만나면 어떻게든 한자리 차지하려는 욕심에 개처럼 고리를 흔들어 대지.
하지만 그래봐야 뭐 하겠나? 후세에 더러운 이름을 남기는게 고작이겠지.
-북경은 웅장하고,상해는 화려하다.오사카는 번성하고 동경은 세련되었다.그러나 경성은 고졸(古拙)하고 단아한 맛이 살아 있는
도시이다.
-오늘날의 세상은 正道에서 벗어난 지 오래되었다네.마약,살인,전쟁,모두가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광기(狂氣)의 산물이야.탐욕과
무절제,그리고 오만함이란 이름의 광기 말일세
-내 눈은 그냥 뜷린 구멍이 아니고 내 머리통은 어깨 위에 달린 장식품이 아닐세
-먹는 것이야말로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것이지.하지만 인간은 참으로 욕심 많은 존재야.일단 허기를 채운 뒤
에는 보다 달콤하고 보다 잡잘하고 보다 자극적인 맛을 갈구하는 법일세..
-자유로운 발상에서 혁명적인 발전이 일어나는 법이지....규칙을 따지고 형식에 얽매이는 것은 어리석은 사람이나 하는 짓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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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책에 나온 이야기인데요. 사시사철 먹을 수 있는 과일은?(넌쎈스 아님)
바나나. 맞췄죠? ㅎㅎ
정답 : 아마 포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4계절 언제나 먹을 수 있는 과일. 그런데 책에서 나온 이야기라면, 그당시 환경이 어땠을지..... 아리송송??? 30년대 ..... 소나기에서 보면 원두막 참외가 나오는데 그건 아닐것 같고..... 혹시 말린 것 중? 무화과, 곶감, 사과, 포도, ....
빙고!!!! 곶감입니다. 송시인님 당시엔 바나나-구경했을라나요. 사과,포도도 계절과일이죠.
곶감도 과일인가요?ㅎㅎ 저장과일?
대추는 어떤가요?
책의 정답은 곶감이랍니다. 짬뽕국물맛을 내는데 비법이 곶감 우려낸 물을 넣으면 좋다네요....
진호형 머리 좋아졌겠는걸! 추리소설을 읽으면 뇌세포 활동이 활발해질것 같은데, 그래서 다시 몇 년 젊어질 것 같아. 아마 6권 다 읽으면 고단수가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