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우 경보가 내렸다. 굵어지는 빗줄기를 보면서 은근히 걱정이 깔린다. 학생들이 가장 싫다고 전해 주었던 것은 ‘굵은 빗줄기가 쏟아지는 밤에 텐트를 치고 야외에서 합숙을 하는 일‘이라고 했다. 내가 만나던 날의 전 날 밤 그들은 폭우를 피하기 위해서 학교 운동장에 세워진 버스 밑으로 다리를 넣고 추위를 견디고, 폭우를 견디면서 밤을 새웠다고 하였다. 굵은 빗방울이 그런 그들에게 장애가 되지는 않는지 걱정이 되는 이 시각 ! 나와 만남을 가졌던 유네스코 대학생 국토 순례 단 들은 어디 쯤 가고 있을까? ‘유네스코 학생’이라고 소개를 받고 그들을 만나게 된 것은 8월 7일 지난 금요일 이었다. 연락 전화번호 하나만 달랑 들고서 집을 나서서 2관문 조곡관 앞에서 학생들을 만나기로 한 시간은 오전 10시였다. 집에서 조금 늦게 출발을 한 탓에 자동차 엑설런트를 부지런히 밟고서야 겨우 9시에 문경새재 주차장에 도착 할 수 있었다. 부랴부랴 해설 장비를 챙겨서 3km를 걸었다. 그래야 학생들과 약속한 10시에 도착 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걸음을 재촉해 2관문으로 향했다. 늦게 출발했다는 생각 때문에 걸음이 제대로 걸어지지 않았다. 약속 시간에 늦지 않으려고 허겁지겁 걷다보니 어느 새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그렇게 2관문에 도착을 하니 다행히 학생들이 보이지 않았다. 얼굴에 가득 흐른 땀을 닦고 숨을 고른 다음 연락처로 연락을 해보았다. 10시에 2관문에 도착된다고 하던 학생들이 그제야 3관문을 출발했다는 답변이었다. 1시간여가 늦어진 학생들을 만났을 때 겨우 그들의 근황을 자세하게 알 수 있었다. ‘유네스코 대학생 국토 순례 단’으로 충북 제천에서 출발을 해서 경기도 이천까지 15일 동안 도보로 국토 순례를 하는 대학생 모임이고, 전 날 폭우 속에서 야영을 했던 관계로 환자가 발생한 탓에 시간이 늦어졌음도 알게 되었다. 조금은 지친 표정의 학생들이 3,5km를 걸어 내려왔을 때 ‘풋풋한 싱그러움’이 그들에게서 느껴졌다. “ 참 보기 좋습니다” “정말 멋져 보여서 좋습니다.” 로 그 들과 첫 인사를 나누었다. 행군 5일째 충주를 거쳐서 문경새재를 걸어 내려온 그들과 동행을 하려고 그들을 만났을 때, 엄마로써의 안쓰러움과 인생 선배로서 느끼게 되는 묘한 마음들이 교차하고 있었다. 또한 어려움을 모르고 자라온 신세대들의 ‘특별한 선택’이 멋져 보이기도 하였다. 그들과 3시간여를 함께 동행 하면서 가슴이 뜨거워지는 느낌과, 신선한 충격이 전해지기도 하였고, 젊은이들의 싱싱함이 가득 전해지기도 하였다. “여러분들과 함께 행군을 하면서 해설을 하고 있으니 바이오리듬을 전해 받는 것 같습니다. “여러 분을 만날 뵐 수 있어서 참으로 행복 합니다” 학생들의 행군을 만날 때마다 많은 관광객들이 진심어린 박수갈채를 보내주었다. 4일 만에 발에 물집이 다 잡혔다는 어느 여학생의 진솔한 고백에 마음 시리기도 하였던 시간이었다. 꿋꿋하게 흐트러짐이 없이 행군 속도를 맞추어서 걷던 그들의 열정어린 눈길은 오래도록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굵은 빗방울이 하염없이 쏟아져 내리고 있다. 멋진 선택을 한 그들의 행군에 굵은 빗줄기가 장애가 되지 않게 빗줄기가 가늘어 주었으면 좋겠다. 그들의 일정이 잘 마무리 될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하면서 지금 이 시각에도 도보 행군을 하고 있을 젊은 그들에게 마음의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3시간여를 함께하고 주차장에 도착을 했을 때 엄마마음이 크게 일어나 그들을 푸짐하게 대접해 보내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일어났지만 참아야 했다. 최소의 무게로 극기 행군을 하고 있는 그들에게 엄마마음을 불쑥 전한다는 것도 방해가 되기 때문이었다. 겨우 타는 갈증을 식힐 수 있는 오미자 몇 병을 손에 쥐어 주고서야 그들을 떠날 보낼 수 있었다. 젊은이들의 특별한 선택을 통해서 가졌던 만남에서 느낄 수 있을 수 있었던 것은 싱그러움과 뿌듯함이었다, 그것은 해설사 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 바로 행복함이었다.(2009. 8. 12.)